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은 4일 2007년 노무현 정부의 '10.4 남북공동선언'(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언급하면서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최근 처음 선 공식 석상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오늘은 한반도에 평화의 지도를 그리며 번영의 미래를 구상했던 10.4 남북공동선언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라며 "그 역사적 선언 이후 11년의 긴 공백과 퇴행이 있었지만,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으로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되살아남으로써, 우리가 바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남북관계가 또다시 앞이 캄캄한 어두운 터널 속에 들어섰다. 대립이 격화되는 국제 질서 속에 한반도의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데, 끝이 보이지 않고 대화의 노력조차 없어 걱정이 크다"며 "다시 평화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함께 절실하게 평화를 바라며 힘을 모은다면 보다 일찍 어둠의 시간을 끝내고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며 "그래야만 다시 대화의 문이 열리고 평화의 시계가 돌아갈 것이며, 10.4 선언이 구상했던 평화번영의 한반도 시대가 꿈이 아닌 현실로 가까이 다가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부터 경제 분야까지 국정 운영 전반을 비판한 바 있다. 이 자리는 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처음 선 공식 석상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은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한 시기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뿐"이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낮게 떨어진 국가부도위험지수(CDS 프리미엄)는 지난해 큰 폭으로 올랐다"고도 했다.

이에 당시 국민의힘에서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자화자찬'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은 변명과 거짓말이 아닌 진솔한 사과와 반성을 원한다"며 "문재인 정권 5년이 지난 후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대북 굴종 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은 너무나도 명약관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짜 평화쇼에 홀려 '종전 선언을 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적 욕심으로 남북관계와 대일, 대미 외교까지 망쳤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