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소고기가 이렇게 싸다고?"…가격 60% 폭락한 이유 [노유정의 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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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 덮친 호주서 소 가격 9년 만에 최저
이번 추석에 한우는 지난해보다 가격이 쌌습니다. 추석 성수기 도축마릿수가 약 11만 마리로 지난해 추석보다 11% 늘어난 영향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우 공급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지난해 86만9000마리 수준이었던 도축마릿수는 올해 94만9000마리, 내년 100만8000마리까지 늘어난 후 2025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됩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또다른 희소식이 있습니다. 호주에서 소 가격이 최근 9년 만의 최저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올 들어서만 60% 폭락했습니다. 엘니뇨로 소가 먹을 풀이 부족해졌고 사육비용은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호주산 소고기 가격도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습니다.
4일(현지시간) 호주축산공사(MLA)에 따르면 호주의 생우(生牛) 가격 대표 지표인 ‘동부 어린 소 가격’은 ㎏당 3.57호주달러(약 31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9년 전인 2014년 12월 수준입니다. 지난해 말 ㎏당 8.6달러에서 올 들어 58%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초 ㎏당 12달러선에 근접하며 고점을 기록했는데, 1년 만에 3분의 1토막이 난 겁니다.
이상기후 여파가 큽니다. 동태평양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엘니뇨가 호주를 덮치며 호주는 지난달 역대 가장 건조한 9월을 보냈습니다. 비가 오지 않자 소의 주식인 풀을 키우는 목초지가 타들어갔고, 사육비용이 치솟자 호주 농가들은 앞다퉈 소들을 팔고 있습니다. 축산업을 이어가기 위한 송아지 구매도 지금은 기피하는 추세입니다.
풍부한 공급은 하락폭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올해 이전까지 3년간 호주의 강우량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목초지가 풍부해지자 호주 농가들은 사육두수를 10년 만의 최고치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나 이번 엘니뇨는 겨우내 계속되며 장기화될 전망입니다. 호주에서 적어도 내년 2월 말까지는 엘니뇨가 지속되며 낮은 강우량과 따뜻한 날씨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농가들은 고통을 겪겠지만, 호주 현지에서는 저렴해진 호주산 소고기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의 수입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큽니다. 2022~2023 시즌(사육) 호주산 소고기 수입국 상위 5개국 중 한국은 중국(23억호주달러)과 일본(20억호주달러)에 이어 19억호주달러어치(1조6300억원)를 수입했습니다.
한국의 최대 소고기 수입국인 미국의 소고기 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호주산 소고기의 가격 경쟁력은 더 높아질 전망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생우 선물 가격은 최근 1년간 27% 올랐습니다. 미국 목장들이 최근 몇 년간의 가뭄과 지난해 폭등한 사룟값, 인건비 등으로 소 사육 두수를 줄인 여파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현재 소 사육 두수는 2014년 이후 같은 계절 기준 최저 수준입니다.
MLA의 시장정보 매니저 스티븐 비넬은 “(소 가격이 오른 만큼) 미국 목장들은 소를 판매하지 않고 보유하면서 재고 관리에 들어갈 것”이라며 “미국은 장기간 소를 많이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당분간 떨어지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또다른 희소식이 있습니다. 호주에서 소 가격이 최근 9년 만의 최저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올 들어서만 60% 폭락했습니다. 엘니뇨로 소가 먹을 풀이 부족해졌고 사육비용은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호주산 소고기 가격도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습니다.
4일(현지시간) 호주축산공사(MLA)에 따르면 호주의 생우(生牛) 가격 대표 지표인 ‘동부 어린 소 가격’은 ㎏당 3.57호주달러(약 31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9년 전인 2014년 12월 수준입니다. 지난해 말 ㎏당 8.6달러에서 올 들어 58%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초 ㎏당 12달러선에 근접하며 고점을 기록했는데, 1년 만에 3분의 1토막이 난 겁니다.
이상기후 여파가 큽니다. 동태평양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엘니뇨가 호주를 덮치며 호주는 지난달 역대 가장 건조한 9월을 보냈습니다. 비가 오지 않자 소의 주식인 풀을 키우는 목초지가 타들어갔고, 사육비용이 치솟자 호주 농가들은 앞다퉈 소들을 팔고 있습니다. 축산업을 이어가기 위한 송아지 구매도 지금은 기피하는 추세입니다.
풍부한 공급은 하락폭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올해 이전까지 3년간 호주의 강우량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목초지가 풍부해지자 호주 농가들은 사육두수를 10년 만의 최고치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나 이번 엘니뇨는 겨우내 계속되며 장기화될 전망입니다. 호주에서 적어도 내년 2월 말까지는 엘니뇨가 지속되며 낮은 강우량과 따뜻한 날씨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농가들은 고통을 겪겠지만, 호주 현지에서는 저렴해진 호주산 소고기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의 수입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큽니다. 2022~2023 시즌(사육) 호주산 소고기 수입국 상위 5개국 중 한국은 중국(23억호주달러)과 일본(20억호주달러)에 이어 19억호주달러어치(1조6300억원)를 수입했습니다.
한국의 최대 소고기 수입국인 미국의 소고기 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호주산 소고기의 가격 경쟁력은 더 높아질 전망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생우 선물 가격은 최근 1년간 27% 올랐습니다. 미국 목장들이 최근 몇 년간의 가뭄과 지난해 폭등한 사룟값, 인건비 등으로 소 사육 두수를 줄인 여파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현재 소 사육 두수는 2014년 이후 같은 계절 기준 최저 수준입니다.
MLA의 시장정보 매니저 스티븐 비넬은 “(소 가격이 오른 만큼) 미국 목장들은 소를 판매하지 않고 보유하면서 재고 관리에 들어갈 것”이라며 “미국은 장기간 소를 많이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당분간 떨어지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