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 의장(오른쪽) 해임을 주도한 맷 게이츠 공화당 하원 의원. 사진=AFP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 의장(오른쪽) 해임을 주도한 맷 게이츠 공화당 하원 의원. 사진=AFP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이 3일(현지시간) 해임된 뒤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가 주목받고 있다.

매카시 전 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제출해 혼란을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는 동시에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힘을 합쳐 사상 처음 하원 의장을 몰아내는데 성공해 정치적 위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해임 결의안 표결에서 찬성 216표, 반대 210표가 나왔다. 찬성표 가운데 공화당 의원 8명 의원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이 반대하거나 기권했다면 해임안은 부결됐다. 결과적으로 8명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셈이다.

매카시 전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타깝게도 우리 당의 4%가 민주당의 편을 들어 누가 하원 의장이 될 수 있는 지를 결정했다"고 탄식했다.

8명의 반란표의 출처로는 프리덤 코커스가 꼽힌다. 프리덤 코커스의 기원은 2015년 1월 펜실베이니아주 허시에서 열린 비밀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화당 내 강경 보수 세력 '티파티' 출신 의원 9명이 모여 극우 보수의 가치를 내걸면서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매카시 전 의장에 대한 해임안을 주도한 맷 게이츠 의원도 프리덤 코커스 회원으로 분류된다. 게이츠 의원은 올 1월 매카시 전 의장이 선출되는 과정에서도 반대를 주도했다. 투표 때마다 소수파 권한을 확대해달라며 으름장을 놨고, 15차례나 재투표를 거듭한 끝에 결국 매카시 전 의장으로부터 요구사항을 관철시켰다. 바로 코커스(의원 모임) 단위가 아닌 의원 1인이 하원의장 불신임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 매카시 전 의장을 해임시켰다.

매카시 의장 선출에서 영향력을 확인한 프리덤 코커스는 하원 내 주요 상임위에 전진 배치되며 존재감을 더욱 드러냈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연방정부 지출 대폭 삭감 등을 주장하며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매카시 전 의장 해임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했다.

게이츠 의원과 함께 매카시 전 의장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진 7명 의원도 대부분 프리덤 코커스 소속으로 분류된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번 해임결의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인 켄 벅, 앤디 빅스, 팀 버쳇, 엘리 크레인, 밥 굿, 낸시 메이스, 맷 로젠데일이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전체 공화당 하원의원(당시 222명) 중 20% 가량이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라고 보도했지만 일부 언론에선 "실제 프리덤 코커스 의원 수는 20명 미만"이라고 집계하고 있다.

이번 해임안 가결로 공화당 내에 프리덤 코커스에 대한 비판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프리덤 코커스 창립 멤버였던 맷 새먼 전 하원 의원(공화당)도 "프리덤 코커스가 모임의 핵심원칙을 포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