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 클라인 SAP 최고경영자(CEO). SAP 제공
크리스찬 클라인 SAP 최고경영자(CEO). SAP 제공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독일 SAP가 생성 인공지능(AI)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다. 인사, 재무, 공급망, 조달 등 기업 현장 곳곳에서 활용 가능한 생성 AI 서비스 ‘쥴’이 새로운 무기다. 기업 실무영역에도 생성 AI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혁신(DX)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SAP, 기업 실무 환경 확 바꾼다

SAP는 4일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있는 발도로프 본사에서 ‘산업의 미래 콘퍼런스’를 열고 ‘쥴’을 공개했다. 쥴은 생성 AI를 적용한 기업형 클라우드 솔루션이다. SAP가 생성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인 첫 사례다.

각 기업에 ‘생성 AI를 활용한 디지털 비서’가 도입되는 것이라고 SAP 측은 설명했다. 쥴은 ‘AI 비서(어시스턴트)’라는 대화창에 요청이나 질문을 넣으면 즉시 답변을 제공하는 형태로 작동한다. 매출 분석은 물론 직원이 원하는 데이터나 이미지, 텍스트, 정보 등을 빠르게 찾아준다. 예를 들어 “지난 5개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여줘”라고 입력하면 약 30초 만에 분기별 매출과 영업이익을 표로 만들어 제시한다.

크리스천 클라인 SAP 최고경영자(CEO)는 “쥴은 기업 실무단에서 원하는 사안을 빠르게 파악하고 제공한다”며 “생성 AI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로 기업 비즈니스와 작업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마스 자우에레시그 SAP 제품엔지니어링 총괄 겸 이사회 임원이 생성 AI 서비스 '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발도르프=정지은 기자
토마스 자우에레시그 SAP 제품엔지니어링 총괄 겸 이사회 임원이 생성 AI 서비스 '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발도르프=정지은 기자
생성 AI가 기업 내부 데이터를 빠르게 훑어 결과물을 내는 게 쥴의 특징이다. 토마스 자우에레시그 SAP 제품엔지니어링 총괄 겸 이사회 임원은 “제품 정보나 창고 재고 현황까지 2~3분 내 정리해준다”며 “업무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도구로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 실무 전략을 짜는 과정에도 활용도가 높다는 전언이다. 쥴은 판매 실적이 부진한 지역을 식별하고, 공급망 시스템에 자동으로 연결해 해결책도 제시해준다. 질문 맥락을 파악하는 기능도 갖췄다. “영업 직무에 맞는 채용 면접 질문을 뽑아달라”고 하면 해당 기업의 영업 직군이 필요로 하는 역할을 감안해 질문지를 짜준다.

SAP는 이르면 다음 달 인사 솔루션인 ‘석세스팩터스’에 쥴을 도입할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쥴을 탑재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을 출시한다. 영어로 먼저 선보인 뒤 다른 언어로도 확대하기로 했다. 쥴을 탑재한 솔루션은 기존 서비스보다 가격이 높을 전망이다.

○생성 AI 서비스 新강자될까

업계에선 SAP가 생성 AI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것을 주시하고 있다. SAP의 새로운 서비스는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AP는 세계 100대 기업 중 97곳에 정보기술(IT)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SAP 솔루션을 활용하는 기업 사용자는 약 3억 명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클라우드와 ERP 소프트웨어를 연동하는 서비스를 주요 무기로 내세웠던 SAP가 생성 AI 시대를 계기로 영역 확장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생성 AI 서비스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SAP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있는 발도로프 본사에서 ‘산업의 미래 콘퍼런스’를 열고 현장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솔루션을 소개했다. 발도르프=정지은 기자
SAP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있는 발도로프 본사에서 ‘산업의 미래 콘퍼런스’를 열고 현장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솔루션을 소개했다. 발도르프=정지은 기자
SAP는 올 들어 생성 AI 서비스 사업 확대를 염두에 둔 ‘AI 생태계’를 본격 구축하고 나섰다. SAP는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클라우드, IBM과 AI 분야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난 7월부터는 알레프 알파, 앤트로픽, 코히어 등과 AI 관련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쥴의 기반 대규모언어모델(LLM)은 각 기업이 원하는 데 따라 맞춤형 제공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도 특징이다. 주어진 시나리오에 가장 적합한 LLM을 활용하면 되는 자체 생성 AI 모델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자우에레시그 총괄은 “1~2년 내 기업 실무 환경에 대대적인 혁신이 벌어질 것”이라며 “미래를 위한 AI 생태계를 본격 구축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도르프=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