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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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근접할 만큼 치솟자 기업들도 바빠지고 있다. 국내 기업 외화 빚이 2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불어난 이자 비용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해외 조달금리도 뜀박질하면서 기업들의 외화 빚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환율이 10% 뜀박질할 경우 순이익이 1조원가량 깎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한국의 비금융기업(기업) 대외채무 합계는 1549억9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날 마감 환율(1363원 50전)을 적용하면 약 211조3400억원에 달했다.

작년 말보다 9억6980만달러(약 1조3200억원) 늘어난 것은 물론 반기 말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대외채무란 기업이 갚아야 하는 달러·유로화를 비롯한 외화 빚(외화차입금 외화사채 유전스 등)을 말한다. 대외채무는 2020년 말 1234억5070만달러, 2021년 말 1420억9610만달러, 지난해 말 1540억2820만달러로 해마다 불어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외화부채는 178억2270만달러, 1년을 초과하는 장기 외화부채는 1371억7530만달러에 달했다. 단기 외화부채는 지난해 말보다 17억2380만달러 감소한 반면에 장기 외화부채는 26억9360만달러 늘었다. 기업들이 단기 차입금을 줄이는 대신에 장기 차입금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차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차입금 만기를 장기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기업별 외화부채 규모는 SK하이닉스(31조1043억원) SK이노베이션(13조5962억원) LG에너지솔루션(8조8479억원) 등이 컸다. SK하이닉스는 달러화 부채가 227억5100만달러에 달하는 등 외화부채가 31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외화자산 규모는 19조3023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는 환율이 10% 오르면 순이익이 9212억원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급등할 경우 27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은 환율이 5% 상승할 때 순이익이 242억원가량 깎일 것으로 집계됐다.

불어난 외화부채는 치솟는 환율과 맞물려 기업의 이자 비용 부담도 늘릴 전망이다. 전날 환율은 14원 20전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363원5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10일(1377원50전) 이후 최고가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에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4.81%까지 치솟은 결과다.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상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 글로벌 자본이 미 시장으로 유입된다. 고금리를 좇는 투자금이 달러로 환전해 미 국채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달러 가치도 뛰게 된다. 환율 급등에 따라 항공기를 들여오기 위해 막대한 외화차입금을 조달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과 해외 원자재 조달 비중이 높은 배터리 업체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