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 4일 오후 3시 27분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기업과 사모펀드(PEF)들이 바짝 움츠리면서 올해 3분기 인수합병(M&A) 시장은 한산했다. 조 단위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 외국계 투자은행(IB)·회계법인·대형 로펌 등 자문회사의 고심은 깊어가고 있다. 중소형 거래 자문에 특화한 삼일PwC가 유일하게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스몰 M&A 특화' 삼일PwC 약진…주식발행, 한투 1위

○‘스몰딜’ 특화 삼일PwC 두각

4일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가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집계한 2023년 3분기 M&A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상반기까지 5위에 그친 삼일PwC가 3분기까지 48건, 5조4653억원 규모(발표 기준) 자문을 제공해 2위로 약진했다. 삼일PwC는 상반기까지 27건 1조6447억원 규모 거래를 맡는 데 그쳤지만 3분기 21건 가까운 거래를 신규 수임해 순위를 끌어올렸다. 딜 가뭄 속에서 삼일PwC가 500억~2000억원 안팎의 중소형 거래를 대부분 자문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3분기 3000억원대로 추정되는 CJ그룹의 중국 자회사 지상쥐 푸드 매각 등도 성과로 꼽힌다.

국내 M&A 시장은 3분기 1조원 이상 거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황이었다. 상반기 SK쉴더스와 메디트, 오스템임플란트, SM엔터테인먼트 등 ‘빅딜’이 고개를 들었지만 열기가 이어지진 못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조달비용이 커진 기업과 PEF 운용사들이 확장 대신 관리를 택하며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다.

대형 거래를 자문하는 외국계 IB의 고심은 깊어가고 있다. 삼일PwC의 부상에도 3분기 누적 재무자문 1위는 상반기 선두이던 JP모간(7건, 7조2621억원)이 지켰지만 3분기에 신규 거래를 추가하는 데 실패했다.

UBS와 크레디트스위스(CS) 간 합병으로 탄생한 통합UBS는 3분기에 SK팜테코의 6000억원 규모 투자유치를 자문하는 등 2조7125억원의 거래에 참여해 3위에 올랐다. 연초 EQT파트너스의 SK쉴더스 인수(2조3500억원)를 단독 자문한 SC증권이 뒤를 이었다.

주요 IB는 M&A 자문 대신 기업들의 메자닌 발행 등 자금조달 방안을 도우며 실적을 쌓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SK하이닉스의 2조원대 교환사채(EB) 발행을 단독 주관해 수익을 올렸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골드만삭스도 LG화학을 도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해외 EB 발행 업무를 돕고 있다.

법률자문 선두는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차지했다. 총 55건, 21조8496억원 거래에 참여했다. 3분기엔 메드트로닉의 이오플로우 인수와 아케마의 PI첨단소재 인수(1조원) 자문도 성사했다. 세종이 카카오엔터의 투자유치(1조1539억원) 등 33건(8조7348억원)의 자문을 맡아 뒤를 이었다. 광장은 UCK컨소시엄의 1조2100억원 규모 오스템임플란트 인수 등에 자문을 제공하며 3위에 올랐다.

○ECM ‘춘추전국’ DCM ‘양강’


3분기 주식발행시장(ECM)은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 두산로보틱스 IPO(기업공개) 등 대어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활기를 띠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총 20건, 1조5586억원어치 주식 발행의 대표 주관 실적을 쌓아 1위에 올랐다. 상반기까지 ECM 실적 3위에 머물렀지만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공모액 1조1433억원), CJ CGV 유상증자(4153억원), 두산로보틱스 IPO(4212억원) 등 대형 거래를 쓸어담아 선두에 올랐다.

그 뒤로 NH투자증권이 9건, 9390억원의 실적을 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를 비롯해 파두 IPO(1938억원) 등을 마무리했다. 이어 삼성증권(10건·6683억원), 미래에셋증권(14건·6454억원) 등 순이었다.

IPO 대표 주관 기준으로는 미래에셋증권(13건·4996억원)이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로 한국투자증권(12건·4441억원), 삼성증권(6건·2585억원), NH투자증권(6건·2430억원), 하나증권(8건·1639억원) 순이었다.

4분기 2조원 규모 한화오션 유상증자와 각각 3조원 안팎의 기업가치에 도전하는 서울보증보험 및 에코프로머티리얼즈 IPO 등 대형 거래를 완수하는 증권사가 왕좌에 오를 전망이다.

채권발행시장(DCM)에선 NH투자증권과 KB증권의 양강 체제가 굳건하게 유지됐다. NH투자증권은 일반 회사채 대표주관 부문에서 175건, 9조9877억원어치 거래를 주선해 DCM 1위를 차지했다. KB증권이 같은 기간 222건, 9조9349억원 규모 일반 회사채 발행을 대표 주관했다. 롯데케미칼(AA) 등의 회사채 발행에 다수 참여해 뒤를 이었다.

차준호/최석철/장현주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