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닮은 두 호랑이…표절인가, 모티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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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우 작가 "내 그림 베꼈다"
내용증명 보내자 "영감 얻었을 뿐"
미술계 "표절 입증 쉽지 않다"
내용증명 보내자 "영감 얻었을 뿐"
미술계 "표절 입증 쉽지 않다"
“카페에 갔는데 선생님이 그리신 벽화가 있더라고요. 그림 잘 봤습니다.”
멸종 위기 동물을 세밀하게 그리는 고상우 작가는 지난해 9월부터 이런 연락을 받기 시작했다. 경북 안동의 한 카페에 갔다가 고 작가의 벽화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고 작가는 벽화를 그린 적도, 벽화에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도 허락한 적이 없었다. 고 작가는 “알고 보니 안동에서 막 오픈한 대형 카페 벽에 내 작품 ‘운명’과 비슷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고 했다.
고 작가는 즉시 카페 측에 벽화를 지워달라는 요청이 담긴 내용증명을 보냈다. 하지만 카페 측과 벽화를 그린 작가는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다. 그사이 소셜미디어에서 해당 카페는 ‘고상우의 작품이 있는 카페’로 알려졌다. 고 작가는 지난 2월 한국저작권위원회를 통해 카페 측 및 벽화를 그린 작가와 합의를 시도했지만 벽화 관계자들은 조정기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서로 피해 없이 해결하기 위해 법적 대응을 참고 기다렸지만, 저작권을 침해한 당사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문제의 벽화가 저와 무관한 불법적인 저작권 침해물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카페 측은 “우리와 상관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카페 관계자는 “카페 벽화는 작가에게 의뢰해 그린 그림일 뿐, 카페와 직접적인 관련은 전혀 없다”며 “작가와 얘기해 보라”고 했다. 벽화를 맡아 그린 최해구 작가는 “고 작가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벽화를 그린 사실은 인정하지만, 어디까지나 영향을 받았을 뿐 표절은 절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미술에서는 작가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참조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며 “파란색 등 색채 일부가 유사한 점이 있긴 하지만 벽화 전체를 실제로 보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라고 했다. 그는 대표적인 차이점으로 나비 대신 까치가 등장하는 점, 벽화에 꼬리를 그려 넣은 점을 꼽았다.
미술계에서는 고 작가가 법적인 보호를 받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당 벽화를 본 미술계 인사 상당수는 “호랑이의 얼굴과 색채 등이 고 작가 작품과 매우 비슷하다”면서도 “소송에서 표절을 입증하기 쉽지 않고, 이겨도 보상금이 크지 않아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명옥 한국시각예술저작권협회 회장은 “창작자를 보호하는 제도 마련도 중요하지만, 작가와 미술 소비자들도 ‘표절은 안 된다’는 윤리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멸종 위기 동물을 세밀하게 그리는 고상우 작가는 지난해 9월부터 이런 연락을 받기 시작했다. 경북 안동의 한 카페에 갔다가 고 작가의 벽화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고 작가는 벽화를 그린 적도, 벽화에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도 허락한 적이 없었다. 고 작가는 “알고 보니 안동에서 막 오픈한 대형 카페 벽에 내 작품 ‘운명’과 비슷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고 했다.
고 작가는 즉시 카페 측에 벽화를 지워달라는 요청이 담긴 내용증명을 보냈다. 하지만 카페 측과 벽화를 그린 작가는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다. 그사이 소셜미디어에서 해당 카페는 ‘고상우의 작품이 있는 카페’로 알려졌다. 고 작가는 지난 2월 한국저작권위원회를 통해 카페 측 및 벽화를 그린 작가와 합의를 시도했지만 벽화 관계자들은 조정기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서로 피해 없이 해결하기 위해 법적 대응을 참고 기다렸지만, 저작권을 침해한 당사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문제의 벽화가 저와 무관한 불법적인 저작권 침해물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카페 측은 “우리와 상관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카페 관계자는 “카페 벽화는 작가에게 의뢰해 그린 그림일 뿐, 카페와 직접적인 관련은 전혀 없다”며 “작가와 얘기해 보라”고 했다. 벽화를 맡아 그린 최해구 작가는 “고 작가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벽화를 그린 사실은 인정하지만, 어디까지나 영향을 받았을 뿐 표절은 절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미술에서는 작가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참조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며 “파란색 등 색채 일부가 유사한 점이 있긴 하지만 벽화 전체를 실제로 보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라고 했다. 그는 대표적인 차이점으로 나비 대신 까치가 등장하는 점, 벽화에 꼬리를 그려 넣은 점을 꼽았다.
미술계에서는 고 작가가 법적인 보호를 받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당 벽화를 본 미술계 인사 상당수는 “호랑이의 얼굴과 색채 등이 고 작가 작품과 매우 비슷하다”면서도 “소송에서 표절을 입증하기 쉽지 않고, 이겨도 보상금이 크지 않아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명옥 한국시각예술저작권협회 회장은 “창작자를 보호하는 제도 마련도 중요하지만, 작가와 미술 소비자들도 ‘표절은 안 된다’는 윤리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