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르노는 2003년 명품 브랜드 프라다에서 디자이너 일을 시작했다. 2009년 발렌티노에 입사해 11년 만인 2020년 남성과 여성복 컬렉션을 모두 총괄하는 패션 디렉터 자리를 맡았다. 무명의 디자이너라고만 하기에는 실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그는 지난달 22일, 구찌 ‘2024 봄 여름 컬렉션’을 런웨이에 올리며 데뷔전을 치렀다. 주제는 ‘구찌 앙코라’. 구찌를 통해 다시 패션과 사랑에 빠질 기회라는 뜻을 담았다.
사르노는 이번 런웨이에서 기존 구찌와는 180도 다른 디자인을 선보였다. 전면에 내세운 건 ‘스텔스 럭셔리’로 조용한 명품이라는 의미를 강조했다. 최근 패션계를 강타한 유행이기도 한데 상표를 숨기는 디자인이다. 지금까지 구찌 하면 떠올랐던 현란한 색감, 로고 장식 등을 과감하게 버렸다. 가방, 옷, 신발 등 대부분 제품에서 로고를 최소화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원색을 사랑했던 미켈레와 반대로 버건디와 베이지 등 탁하고 차분한 색을 내세운 것도 특징이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