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법원에서 조세 불복소송으로 다투는 세금 규모가 1년 전보다 2.7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세 부담 강화 정책에 대한 반발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꼬마빌딩 감정평가처럼 새로 도입된 ‘기획 과세’ 여파까지 더해진 영향이란 분석이다.

4일 한국경제신문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받은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법원에 접수된 조세 불복소송은 930건, 세금 규모는 총 2조7855억원에 달한다. 이미 작년 전체 기록(2조4049억원)을 뛰어넘었다. 작년 상반기 대비로는 약 2.7배 증가했다. 소송 건수도 작년 상반기(811건)보다 14.6% 늘었다.

유형별로 보면 양도세 불복소송 증가율이 42.1%(189건)로 가장 높았다. 증여세(37.5%) 종합소득세(34.7%) 상속세(19.2%) 법인세(14.6%) 등 다른 세금을 두고 벌어진 소송도 고르게 늘었다. 부가가치세 소송만 유일하게 7.2% 감소했다.

조세 불복소송은 납세자들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한 경정 청구, 조세심판원의 심판에도 과세가 취소되거나 과세금액이 조정되지 않았을 때 제기한다. 이 같은 절차를 고려했을 때 올해 접수된 소송 중 상당수가 2~3년 전 이뤄진 과세에 반발해 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세율 상향 조정, 종합부동산세법 개정 등 이른바 ‘부자 증세’로 불리는 과세정책을 속속 내놨다.

여기에 비주거용 부동산을 시가평가해 상속·증여세를 매기는 등 기존에 없던 과세 방식이 새로 도입된 것도 불복소송이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법조계에선 과거 과세정책의 파장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당분간 조세 불복소송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일단 올해는 과도한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세수 감소 흐름을 고려하면 나중에 이 같은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국세 수입 재추계’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은 본예산 400조5000억원보다 14.8% 적은 341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세수 결손액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