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국세청에서 날아온 증여세 고지서를 받아들고 깜짝 놀라 몇 번을 다시 확인했다. 2021년 형제 등 네 명과 함께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부동산 임대법인 지분 25%에 부과된 세금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서다. 이들은 당초 이 법인이 보유한 서울 강남구 꼬마빌딩들의 공시가격을 바탕으로 증여세 약 110억원을 신고했다. 그런데 국세청은 이 금액을 받아들이지 않고 감정평가를 의뢰해 산출한 시가를 바탕으로 약 208억원을 내라고 통보했다.

○시가로 세금 매기는 부동산 급증

국세청 '복불복 시가 과세'에 건물주 날벼락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A씨 사례처럼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시가 기준의 상속·증여세 부과가 크게 느는 추세다. 꼬마빌딩뿐만 아니라 토지, 대형빌딩, 자산의 50% 이상이 부동산인 기업의 주식 등에도 당초 신고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상속·증여세가 부과되고 있다.

당초 국세청의 감정평가는 꼬마빌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거래가 자주 이뤄지지 않아 공시지가 기준으로 과세가 이뤄지는 점을 활용한 절세 수단으로 조명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국세청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을 고쳐 2020년부터 꼬마빌딩에 대한 시가평가를 적용하고 있다.

2020년 시행된 개정안은 상속일 전후 6개월, 증여일 전후 3개월간 비슷한 자산의 매매·수용·공매·감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더라도 그 후 3개월(법정 결정기한)간 국세청이 감정기관에 의뢰해 과세 대상인 비주거용 부동산을 시가평가해 세금을 매길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개정안이 시행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비주거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535건의 감정평가를 했다. 이를 통해 산출한 부동산 가치는 총 5조7678억원으로 납세자들이 신고한 가격(3조3271억원)보다 73.5% 높았다.

○‘소급 감정까지 인정’에 불안 증폭

최근 국세청의 과세방식을 인정해주는 법원 판결까지 나오면서 건물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국세청이 상속세 약 22억원을 더 부과한 조치에 불복해 건물주 C씨가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C씨는 2019년 10월 12일 서울 강남구의 꼬마빌딩을 상속받았다. 그 후 당시 공시가격을 바탕으로 상속세 약 27억6000만원을 신고했다. 그런데 서울지방국세청이 2020년 11월 C씨를 상대로 세무조사한 뒤 해당 꼬마빌딩을 시가로 평가했다. 감정평가서 작성 시기는 2021년 1월, 평가과정에서 적용한 가격 산정 기준일은 상속일로 했다. 이를 근거로 약 22억원 늘어난 상속세 49억5400만원(가산세 포함)을 고지했다.

뒤늦게 감정평가를 하면서 1년3개월 전 가치를 산정한 것이다. 감정평가 대부분이 최근을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보니 적절한 방식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비주거용 부동산을 시가평가하려면 상속일 이후 1년3개월 안에 감정평가해야 한다. 이 사건 외에도 현재 꼬마빌딩 상속·증여세 불복소송 중 상당수가 ‘소급 감정’ 사례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란에도 법원은 과세당국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시가격을 시가로 보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면 감정을 통해 상속재산의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며 “소급 감정으로 산출된 가격이라도 시가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건물주들은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세청 기준을 충족하는 대상 중 일부만 선정해 시가를 바탕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는 데다 한참 전 가치를 감정평가하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한 꼬마빌딩 주인은 “이번 판결이 법원 기준이 되면 국세청의 자의적 재량이 허용돼 납세 범위를 예측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진성/민경진/박시온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