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욕하려면 80만원 내세요"…확 달라진 '종토방'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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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들 주도로 다시 태어난 '종토방'
"주주가 쓴 글만 본다"…네이버 모바일 종토방도 개편
'원조' 토스부터 '국민 플랫폼' 카카오까지
"주주가 쓴 글만 본다"…네이버 모바일 종토방도 개편
'원조' 토스부터 '국민 플랫폼' 카카오까지
"이젠 에코프로 욕하려면 80만원 내야 됩니다." (모 종목토론 게시판)
최근 네이버파이낸셜이 이른바 '종목토론방'(종토방)인 네이버증권 게시판에 주주인증 기능을 넣으면서 주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드디어 '찬티'와 '안티'를 분간할 수 있게 됐다면서 기뻐하는 이들이 많았죠. 찬티와 안티는 주식투자자들 사이의 은어입니다. 찬티는 특정 종목을 떠받들면서 찬양글을 올리는 이들을, 반대로 안티는 비방글을 서슴지 않는 이들을 의미합니다.
네이버 종토방에 올라오는 글들에서 주주와 비주주를 가려낸 게 개편의 핵심인데요. 실제로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이 글을 쓰면 아이디 옆에 '주주 표시'가 붙도록 했습니다. 주주들은 옵션을 체크하면 주주들이 쓴 글만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PC가 아닌 앱에서만 이런 변화가 적용되는 점은 한계지만요.
주주표시 기능을 더하면서 종토방 분위기가 한층 건전해질 전망입니다. 피부에 확 와닿는 변화를 말하자면 '황제주' 급으로 비싼 주식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현재 유가증권·코스닥시장 통틀어 가장 비싼 종목은 에코프로로 전일 종가가 82만4000원입니다. 지난 7월 말 150만원을 웃돌던 때와 비교하면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깎였지만 여전히 높습니다. 뒤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69만1000원)와 태광산업(56만원) 순으로 주식가격이 높은데요. 이들 종목에 대해 의견을 남기려면 최소 1주에 대한 값은 내야 한다는 겁니다.
종토방은 기관과 외국인투자자 대비 정보 열위에 있는 우리 주주들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입니다. 기업 공시와 언론 기사, 재무분석가 보고서 등 공적인 정보뿐 아니라 인터넷상의 사적 정보들까지 두루 공유되기 때문입니다. 이 곳에서 주주들은 '한 배를 탔다'는 동지의식 아래 끈끈하게 뭉쳐 주가 오르내림을 분석하기도 합니다.
이들 종목토론방에 올라온 글들이 실제 주식시장을 움직였다는 결론을 내놓은 연구 결과까지 나올 정도인데요. 올 8월 말 한국경영학회에 실린 논문 '개인투자자 간 회계정보 공유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종토방 내 회계정보 포함 게시글은 주식거래량과 주가변동성에 실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종토방의 글이 무의미한 수다나 소문으로 그치지만은 않는다는 게 학술적으로도 증명이 된 겁니다.
다만 그동안은 순기능보단 역기능이 부각돼 왔습니다. 해당 종목에 대한 개인의 분석이나 의견을 공유하는 장으로만 활용되면 좋을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거든요. 집단 매수나 매도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올린다든가, 인위적인 주가 형성을 목적으로 자극적이거나 부정확한 소문을 전달한다든가 하는 경우들이죠. 비주주가 '나도 주주지만…' 등의 표현을 써서 기존 주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글을 적는 경우도 수도 없이 많고요.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네카토' 덕분입니다. 토스가 종토방의 새 지평을 열었단 점을 강조하며 고수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면, 카카오와 네이버는 국민 대표 메신저와 포털을 앞세운 '익숙함'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모양새입니다.
세 기업 중 새 종토방의 스타트를 끊은 것은 토스입니다. 토스증권은 2021년 하반기부터 앱 홈화면의 '주식' 탭에서 제공되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커뮤니티 기능을 시작했는데요. '주주 표시' 기능을 도입해서 주주가 쓴 글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점, 사람들이 서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 점 등이 핵심이었습니다. 고액 자산가(토스증권 계좌 내 5000만원 보유)·인플루언서(커뮤니티 내 팔로워 500명 이상)·주식고수(실현 손익금 상위 5%) 등 뱃지를 달아주며 주주들의 흥미를 키우기도 했습니다.
김유경 토스증권 PO는 "깨끗한 토론을 위해 리딩방과 광고성, 욕설을 자동으로 걸러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글을 남기기 쉽고 건전한 글이 많아서인지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되는 때면 커뮤니티에서 건설적인 토론이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이 영향을 받아 카카오페이증권도 작년 12월 주주 인증을 도입한 종토방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평균매수단가(평단가)를 보여주는 '층수 인증' 기능까지 선뵀는데요. 예컨대 평단가가 77만원대인 LG생활건강 주주를 '77층 주주'라고 인증해 주는 겁니다. 안도감이나 동질감을 느끼기 위해 "몇층에 물려있다"며 흔히들 쓰는 표현을 그대로 가져온 거죠. 같은 글이더라도 층수에 따라 다른 반응이 오가기도 해서 그 차이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한 사용자가 어느 종목이 급락한 배경을 묻자 다른 사용자가 '유상증자가 그 이유'라는 답변을 남겼고, 이후 질문자와 사용자가 함께 '유상증자를 하면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를 주제로 소통을 이어나가더라"면서 "사용자들끼리 건전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네카토가 이끄는 새 종토방 문화는 주주들에게 건강한 투자문화를 심어주고 있단 평입니다. 임성철 비사이드 대표는 "토스를 시작으로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가 깨끗하고 유익한 종토방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지나치게 가벼웠던 글들에 무게감을 주면서 주주들 스스로 자정효과를 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최근 네이버파이낸셜이 이른바 '종목토론방'(종토방)인 네이버증권 게시판에 주주인증 기능을 넣으면서 주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드디어 '찬티'와 '안티'를 분간할 수 있게 됐다면서 기뻐하는 이들이 많았죠. 찬티와 안티는 주식투자자들 사이의 은어입니다. 찬티는 특정 종목을 떠받들면서 찬양글을 올리는 이들을, 반대로 안티는 비방글을 서슴지 않는 이들을 의미합니다.
네이버 종토방에 올라오는 글들에서 주주와 비주주를 가려낸 게 개편의 핵심인데요. 실제로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이 글을 쓰면 아이디 옆에 '주주 표시'가 붙도록 했습니다. 주주들은 옵션을 체크하면 주주들이 쓴 글만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PC가 아닌 앱에서만 이런 변화가 적용되는 점은 한계지만요.
주주표시 기능을 더하면서 종토방 분위기가 한층 건전해질 전망입니다. 피부에 확 와닿는 변화를 말하자면 '황제주' 급으로 비싼 주식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현재 유가증권·코스닥시장 통틀어 가장 비싼 종목은 에코프로로 전일 종가가 82만4000원입니다. 지난 7월 말 150만원을 웃돌던 때와 비교하면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깎였지만 여전히 높습니다. 뒤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69만1000원)와 태광산업(56만원) 순으로 주식가격이 높은데요. 이들 종목에 대해 의견을 남기려면 최소 1주에 대한 값은 내야 한다는 겁니다.
종토방은 기관과 외국인투자자 대비 정보 열위에 있는 우리 주주들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입니다. 기업 공시와 언론 기사, 재무분석가 보고서 등 공적인 정보뿐 아니라 인터넷상의 사적 정보들까지 두루 공유되기 때문입니다. 이 곳에서 주주들은 '한 배를 탔다'는 동지의식 아래 끈끈하게 뭉쳐 주가 오르내림을 분석하기도 합니다.
이들 종목토론방에 올라온 글들이 실제 주식시장을 움직였다는 결론을 내놓은 연구 결과까지 나올 정도인데요. 올 8월 말 한국경영학회에 실린 논문 '개인투자자 간 회계정보 공유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종토방 내 회계정보 포함 게시글은 주식거래량과 주가변동성에 실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종토방의 글이 무의미한 수다나 소문으로 그치지만은 않는다는 게 학술적으로도 증명이 된 겁니다.
다만 그동안은 순기능보단 역기능이 부각돼 왔습니다. 해당 종목에 대한 개인의 분석이나 의견을 공유하는 장으로만 활용되면 좋을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거든요. 집단 매수나 매도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올린다든가, 인위적인 주가 형성을 목적으로 자극적이거나 부정확한 소문을 전달한다든가 하는 경우들이죠. 비주주가 '나도 주주지만…' 등의 표현을 써서 기존 주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글을 적는 경우도 수도 없이 많고요.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네카토' 덕분입니다. 토스가 종토방의 새 지평을 열었단 점을 강조하며 고수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면, 카카오와 네이버는 국민 대표 메신저와 포털을 앞세운 '익숙함'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모양새입니다.
세 기업 중 새 종토방의 스타트를 끊은 것은 토스입니다. 토스증권은 2021년 하반기부터 앱 홈화면의 '주식' 탭에서 제공되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커뮤니티 기능을 시작했는데요. '주주 표시' 기능을 도입해서 주주가 쓴 글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점, 사람들이 서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 점 등이 핵심이었습니다. 고액 자산가(토스증권 계좌 내 5000만원 보유)·인플루언서(커뮤니티 내 팔로워 500명 이상)·주식고수(실현 손익금 상위 5%) 등 뱃지를 달아주며 주주들의 흥미를 키우기도 했습니다.
김유경 토스증권 PO는 "깨끗한 토론을 위해 리딩방과 광고성, 욕설을 자동으로 걸러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글을 남기기 쉽고 건전한 글이 많아서인지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되는 때면 커뮤니티에서 건설적인 토론이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이 영향을 받아 카카오페이증권도 작년 12월 주주 인증을 도입한 종토방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평균매수단가(평단가)를 보여주는 '층수 인증' 기능까지 선뵀는데요. 예컨대 평단가가 77만원대인 LG생활건강 주주를 '77층 주주'라고 인증해 주는 겁니다. 안도감이나 동질감을 느끼기 위해 "몇층에 물려있다"며 흔히들 쓰는 표현을 그대로 가져온 거죠. 같은 글이더라도 층수에 따라 다른 반응이 오가기도 해서 그 차이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한 사용자가 어느 종목이 급락한 배경을 묻자 다른 사용자가 '유상증자가 그 이유'라는 답변을 남겼고, 이후 질문자와 사용자가 함께 '유상증자를 하면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를 주제로 소통을 이어나가더라"면서 "사용자들끼리 건전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네카토가 이끄는 새 종토방 문화는 주주들에게 건강한 투자문화를 심어주고 있단 평입니다. 임성철 비사이드 대표는 "토스를 시작으로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가 깨끗하고 유익한 종토방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지나치게 가벼웠던 글들에 무게감을 주면서 주주들 스스로 자정효과를 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