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벽장에 숨어 있던 '가족'…6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장욱진의 대표작은 뭘까. 화가의 큰딸인 장경수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명예관장은 1955년 그려진 조그마한 가족도(家族圖)를 꼽는다. 1964년 반도화랑에서 열린 장욱진의 첫 번째 개인전에 출품돼 일본인 컬렉터 시오자와 사다오 씨에게 팔린 작품이다. 화가는 그림을 판 돈으로 막내딸에게 바이올린을 사줬다고 한다.

거래가 맺어진 뒤 60년 가까이 행방이 묘연했던 가족도는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사진)가 장욱진 회고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적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배 학예사는 “이번이 작품을 찾아볼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손편지와 대사관의 협조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오자와 씨의 아들 슌이치 씨에게 ‘회고전에 작품을 내고 싶으니 집을 찾아보게 허락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사칭해 작품을 훔쳐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오래전부터 한국 골동품상이 일본인 소장가의 작품을 훔쳐가는 일이 적잖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 학예사의 끈질긴 설득에 마침내 슌이치 씨도 마음을 열었다. 현장에 도착한 배 학예사는 낡은 벽장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가족’을 발견했다. 배 학예사는 물론 이를 지켜보던 일본인들도 함께 환호성을 내질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가를 설득해 이 작품을 구입했고, 마침내 이번 전시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

한가운데 있는 집 안에 4명의 가족이 앞을 내다보고 있는 모습과 함께 나무, 두 마리의 새를 그린 이 작품은 가로 16.5㎝, 세로 6.5㎝ 크기의 작은 그림이다. 가족도 중 아버지와 아이들만 함께 그려진 유일한 사례기도 하다. 배 학예사는 “6개월에 걸쳐 국립현대미술관의 여러 관계자와 소장자가 협업해 만들어낸 성과”라며 “드라마틱한 여정 끝에 고향에 돌아온 ‘가족’을 직접 체험하길 바란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