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밀려 내리막길 걷던 곳이…로봇 앞세워 부활 '대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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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조선업에 밀려났던 덴마크 도시
로봇산업으로 '부활' 성공
로봇산업으로 '부활' 성공
"오덴세는 동화 작가 안데르센의 고향으로 유명합니다. 드론택시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동화같은 일이 현실이 될 날도 오덴세에서는 머지 않았죠."
오덴세는 18만여명의 시민이 거주하는, 인구 기준으로 덴마크의 3번째 도시다. 200여년 전 안데르센이 태어난 이 도시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 위치해 있어 한때 조선·해양업이 주민들의 주요 생계 수단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한국 등 신흥 조선 강국들에 밀려 오덴세의 조선업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오덴세는 생기를 잃었다. 오덴세가 도시의 다음 먹거리를 고민하게 되면서 눈을 돌리게 된 역점 산업이 '로봇'이다.
피터 라벡 율 오덴세 시장(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의 덴마크 대사관에서 진행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로봇·자동화·드론 클러스터인 '오덴세 로보틱스'는 지자체와 지역 산업체, 남부덴마크대학교의 '삼각 합심'으로 조성된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클러스터에서 드론 부문을 총괄하는 'UAS덴마크'는 인근 안데르센공항에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드론 테스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2030년이면 오덴세 시민들은 드론택시를 타고 도시를 활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데르센공항에서는 드론 실험 우선순위가 일반 항공기보다 높아 여객기들이 일정을 조정할 정도"라며 드론택시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율 시장은 2017년부터 오덴세 시장을 역임하고 있다.
오덴세 로보틱스는 세계 1위 조선·해운기업 머스크의 주도로 30년 전 처음 시작됐다. 머스크는 정교한 로봇이 선박을 용접하는 첨단 조선소를 짓기 위해서라도 로봇이 오덴세의 차세대 먹거리가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시정부 등과 합자해 남부덴마크대학교에 8500만 덴마크크로네(약 161억원)를 쾌척한 게 오늘날 오덴세 로보틱스의 출발이었다. 현재 오덴세 로보틱스는 덴마크의 유일한 로봇 클러스터로, 160여개의 기업들이 위치해 있다. 율 시장은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의 1%를 차지하는 로봇산업의 성장세를 오덴세 로보틱스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덴세에 자리잡은 로봇 기업들 대부분이 설립된지 10년 남짓한 스타트업들"이라며 "창업가 정신과 오덴세 로봇 생태계의 긴밀한 협동 문화가 맞물려 이들 기업을 빠른 속도로 성장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엔 직원 수가 1000명을 넘길 정도로 규모 커진 기업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며 "오덴세 로보틱스 특유의 헙력 체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 관계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라고 강조했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로봇기업 유니버설로봇도 오덴세에 자리잡고 있다. 2015년 미국 로봇기업 테라다인에 인수된 뒤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얼마 전 HD현대 계열 조선소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유니버설로봇으로부터 협동로봇(cobot·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사람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을 도입해 용접 자동화에 나선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율 시장은 "2005년 남부덴마크대학교 지하 창고에서 처음 로봇을 개발한 유니버설로봇 창업자들은 엄청난 부자가 됐는데도 은퇴해서 쉬지 않고 앤젤투자자로 계속 활동하는 등 오덴세 로보틱스 생태계가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율 시장은 지난달 서울시가 주최한 세계도시정상회의에 참석차 방한해 서울시와 로봇 및 스마트시티 사업 등에 대해 논의하고 인천시와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 분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는 "시장의 역할은 기업가처럼 가치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기업 성공의 방해물을 제거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율 시장은 "시장으로서 나는 뒤에서 오덴세 로봇 클러스터가 서로 협동하고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방해물을 제거하는 등 지지자 역할에 충실했다"며 "이와 더불어 로봇 산업 전반의 가치사슬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 그것의 국제 협력을 이끌어내는 게 지자체장의 올바른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김리안/김인엽 기자 knra@hankyung.com
오덴세는 18만여명의 시민이 거주하는, 인구 기준으로 덴마크의 3번째 도시다. 200여년 전 안데르센이 태어난 이 도시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 위치해 있어 한때 조선·해양업이 주민들의 주요 생계 수단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한국 등 신흥 조선 강국들에 밀려 오덴세의 조선업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오덴세는 생기를 잃었다. 오덴세가 도시의 다음 먹거리를 고민하게 되면서 눈을 돌리게 된 역점 산업이 '로봇'이다.
피터 라벡 율 오덴세 시장(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의 덴마크 대사관에서 진행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로봇·자동화·드론 클러스터인 '오덴세 로보틱스'는 지자체와 지역 산업체, 남부덴마크대학교의 '삼각 합심'으로 조성된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클러스터에서 드론 부문을 총괄하는 'UAS덴마크'는 인근 안데르센공항에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드론 테스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2030년이면 오덴세 시민들은 드론택시를 타고 도시를 활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데르센공항에서는 드론 실험 우선순위가 일반 항공기보다 높아 여객기들이 일정을 조정할 정도"라며 드론택시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율 시장은 2017년부터 오덴세 시장을 역임하고 있다.
오덴세 로보틱스는 세계 1위 조선·해운기업 머스크의 주도로 30년 전 처음 시작됐다. 머스크는 정교한 로봇이 선박을 용접하는 첨단 조선소를 짓기 위해서라도 로봇이 오덴세의 차세대 먹거리가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시정부 등과 합자해 남부덴마크대학교에 8500만 덴마크크로네(약 161억원)를 쾌척한 게 오늘날 오덴세 로보틱스의 출발이었다. 현재 오덴세 로보틱스는 덴마크의 유일한 로봇 클러스터로, 160여개의 기업들이 위치해 있다. 율 시장은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의 1%를 차지하는 로봇산업의 성장세를 오덴세 로보틱스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덴세에 자리잡은 로봇 기업들 대부분이 설립된지 10년 남짓한 스타트업들"이라며 "창업가 정신과 오덴세 로봇 생태계의 긴밀한 협동 문화가 맞물려 이들 기업을 빠른 속도로 성장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엔 직원 수가 1000명을 넘길 정도로 규모 커진 기업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며 "오덴세 로보틱스 특유의 헙력 체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 관계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라고 강조했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로봇기업 유니버설로봇도 오덴세에 자리잡고 있다. 2015년 미국 로봇기업 테라다인에 인수된 뒤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얼마 전 HD현대 계열 조선소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유니버설로봇으로부터 협동로봇(cobot·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사람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을 도입해 용접 자동화에 나선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율 시장은 "2005년 남부덴마크대학교 지하 창고에서 처음 로봇을 개발한 유니버설로봇 창업자들은 엄청난 부자가 됐는데도 은퇴해서 쉬지 않고 앤젤투자자로 계속 활동하는 등 오덴세 로보틱스 생태계가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율 시장은 지난달 서울시가 주최한 세계도시정상회의에 참석차 방한해 서울시와 로봇 및 스마트시티 사업 등에 대해 논의하고 인천시와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 분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는 "시장의 역할은 기업가처럼 가치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기업 성공의 방해물을 제거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율 시장은 "시장으로서 나는 뒤에서 오덴세 로봇 클러스터가 서로 협동하고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방해물을 제거하는 등 지지자 역할에 충실했다"며 "이와 더불어 로봇 산업 전반의 가치사슬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 그것의 국제 협력을 이끌어내는 게 지자체장의 올바른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김리안/김인엽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