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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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도로에 정차한 승합차를 들이받아 사상자 7명을 낸 정부세종청사 공무원이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상)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 A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작년 4월 7일 저녁 혈중알코올농도 0.169%의 만취 상태로 세종시의 한 편도 2차선 도로에서 제한속도(시속 50㎞)를 넘긴 시속 107㎞로 승용차를 운전했다. 그러다가 1·2차로에 걸쳐 가로로 정차해 있던 승합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합차 뒷좌석에 타고 있던 40대 여성 한 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고, 운전자와 어린이 3명을 포함한 일가족 6명이 크게 다쳤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당시 차량 속도를 줄이고 차선 변경 시 방향 지시 등을 켰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 차량의 비정상적인 운전을 예견할 수 없어 과실이 없고, 제한속도를 지켰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1심 재판부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4월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고위 공직자로서 모범이 돼야 함에도 음주·과속 운전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도 "피해자 차량의 비정상적인 주행에도 과실이 있어 모든 책임을 피고인에게만 지울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가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해 회복을 위해 보험사에 1억1500만원의 면책금을 미리 납부한 점을 양형 사유에 반영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위험운전치사·상)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음주로 인한 특가법 위반 죄(위험운전치사·상)는 도로교통법 위반 죄와 달리 혈중알코올농도의 법정 최저기준치 초과 여부와 상관없이 운전자가 '음주의 영향으로 실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 있는 경우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고 직전 피고인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수사 보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사고 당시 A씨가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은 다소 가벼워 부당하다"며 1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특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1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검사 측은 특가법 위반 혐의에 대한 사실오인과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가법 위반 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