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깁스에 고양이 출몰…우당탕탕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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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경재의 사운드 오브 오페라
오페라 공연의 의미와 재미는 무엇보다 현장감이 아닐까 생각된다. 공연을 위해 당일 모인 연주자들을 포함한 예술가들의 현장에서의 움직임은 다양하다. 공연을 시작하는 어둠이 극장 안에 내리면, 막이 열리며 관객을 극으로 인도하는 조명들이 밝아진다. 오케스트라 피트 안의 악기 연주자들은 비록 잘 보이지 않는 피트안에 묻혀있지만, 자신들의 삶의 전반을 악기연주로 훈련한 명장들이다.
수십 명의 합창단과 함께 노래하는 주,조역 가수들 역시 평생 무대를 위해 시간을 바쳤다. 이들을 돋보이게 하는 무대 미술은 세트, 소품, 의상, 분장, 조명을 담당하는 디자이너들과 크루들의 결과물이다. 이처럼 두세 시간의 짧은 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는 예술가들의 긴 시간과 땀방울이 무대에 농축되는 결과를 관람하는 것이 현장감의 묘미라고 강조하고 싶다. 관객을 제외한 무대의 모든 구성원들이 긴장을 하게 되는 이유도 라이브로 이루어지는 시간예술의 특징이다. 하지만 아무리 프로페셔널들이 모여 힘을 합친들, 사람 사는 일처럼 공연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왕왕 벌어지기도 한다.
지휘자의 악보가 피트 아래로 떨어져 행방을 찾을 수 없는가 하면, 연주자들의 악보를 비추는 보면등이 하필 공연 때에 수명을 다해 연주자들이 제대로 연주하기에 곤란한 일도 발생한다. 무대 위에서는 더 가관인 경우가 많다. 가수가 앉는 의자가 부서진다거나 의상을 빨리 바꿔입고 출연해야 하는데, 마저 갈아입지 못하고 엉거주춤 등장해서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노래하고 있는데 분장으로 붙여놓은 콧수염이나 머리에 고정시킨 가발이 틀어지는 경우에도 원하지 않았던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가수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약속한 대로 편지를 창문 밖으로 떨어뜨려 놓으려는데 창문이 굳게 닫혀 열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때엔 가수가 진땀을 뺄 수 밖에 없다. 관객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적극적이어서 가수가 흥분한 나머지 과장된 연기를 하다가는 냉정한 관객들이 웃음기를 싹 거두고 보내는 냉소에 오싹해질 때도 있다.
제자리에 분명히 있어야 하는 소품들이 없어지는 경우도 난감하다. 편지를 써야 하는데 펜이 누군가의 옷자락에 붙어있어 그걸 떼러 가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던가 칼싸움을 하는데 칼이 부러져 칼싸움을 진행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서로 쫓고 쫓기는 장면에서는 가수가 자빠져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줄 때도 있다.
이러한 해프닝이 모두 벌어진 작품이 있다면,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가 그중 하나였다. 2009년에 영국 코벤트 가든에서 공연했던 <세비야의 이발사>에서는 당시 최고의 가수인 메조 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가 열연했는데, 공연 중 아리아를 부르다가 미끄러져서 오른쪽 종아리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목발을 짚고 당일 공연을 완주한 이후에도, 깁스를 하고 휠체어를 탄 채 남은 공연을 모두 소화해 낸 일화가 있다. 무대 세트가 기울어져 있어서 원래 연습한 동선을 할 수 없었지만, 동료 가수들의 센스와 헌신 또한 돋보였던 무대였기에 큰 갈채를 받은 공연으로 남았다.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는 사실 초연 무대부터 에피소드가 많은 작품이다. 1782년 로시니의 할아버지뻘 정도 되는 이탈리아 오페라계의 대선배 파이지엘로가 극작가 보마르셰의 희극 <세비야의 이발사>를 대본으로 먼저 작곡해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이때 젊은 작곡가 로시니는 포부도 당차게 같은 작품을 작곡해 도전장을 내민 꼴이 되었는데, 로시니의 자신감과는 상관없이 그는 첫 공연에서 대실패를 맛보게 된다. 파이지엘로의 열성 팬들이 젊은 작곡가의 작품을 가만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대 위에 고양이를 풀어 공연을 방해하는가 하면, 하필 테너 아리아를 반주하는 기타의 줄이 끊어져 필요치 않은 폭소가 터지고, 로지나라는 여주인공이 등장하자 남성 관객들이 휘파람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무대 바닥이 꺼져 베이스 가수가 아래로 떨어졌다가 올라오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작의 열성팬들의 협잡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은 지울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사라지고 난 다음 공연부터는 관객들의 호응을 받으며 세비야의 이발사는 오페라 역사의 가장 재미있는 희극 작품 중 하나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세비야의 해결사이자 이발사인 피가로가 알마비바 백작이 사랑하는 여인 로지나를, 못된 영감 바르톨로로부터 탈출시켜 사랑을 이루어 준다는 로맨틱 코메디로, 로시니의 생기있는 음악과 더불어 각 등장 인물들의 성격, 재치 넘치는 대사와 장면들의 구성이 매력적으로 조화되는 명작이다. 작품의 성악적 특징들을 조금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여성 주인공들이 소프라노인데 비해, 이 작품의 여 주인공 로지나를 콘트랄토(메조 소프라노보다 조금 더 저음역대를 부를 수 있는 여자 가수)를 위해 작곡하였다. 여성이 비록 남성에게 억압받고 있는 환경에 있지만 지조와 의지는 누구보다 강하다는 것을 들려주고 싶은 로시니의 염두로 생각된다. 현대에 와서 소프라노들이 당찬 로지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면 그녀와 사랑을 이루는 알마비바 백작은 가벼운 테너로서 고음은 물론 정확한 발성적 기교가 필요한 멜리스마(한 음절에 음표가 많이 있는 장식적 선율법)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위 로시니 테너가 요구된다. 빠른 딕션이 요구되는 피가로나 바르톨로의 노래나 음흉한 베이스의 노래들이 다양하게 배치되어 음악적 매칭도 감미로운 들을 거리이다.
로지나가 극 중에 음악선생에게 배우는 노래의 제목이 ‘쓸데없는 걱정’이다. 못된 영감 바르톨로도 ‘쓸데없는 걱정’으로 행동한 결과가 두 연인을 이어주게 된다. 로시니가 자신의 <세비야의 이발사> 작품을 내놓을 때, 같은 작품을 작곡한 선배 작가의 명성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초연 시에 선배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작품의 제목을<알마비바 또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이 또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로시니는 이 작품을 통해 베토벤이 칭찬한대로 세기의 코믹 오페라 대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지휘자의 악보가 피트 아래로 떨어져 행방을 찾을 수 없는가 하면, 연주자들의 악보를 비추는 보면등이 하필 공연 때에 수명을 다해 연주자들이 제대로 연주하기에 곤란한 일도 발생한다. 무대 위에서는 더 가관인 경우가 많다. 가수가 앉는 의자가 부서진다거나 의상을 빨리 바꿔입고 출연해야 하는데, 마저 갈아입지 못하고 엉거주춤 등장해서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노래하고 있는데 분장으로 붙여놓은 콧수염이나 머리에 고정시킨 가발이 틀어지는 경우에도 원하지 않았던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가수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약속한 대로 편지를 창문 밖으로 떨어뜨려 놓으려는데 창문이 굳게 닫혀 열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때엔 가수가 진땀을 뺄 수 밖에 없다. 관객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적극적이어서 가수가 흥분한 나머지 과장된 연기를 하다가는 냉정한 관객들이 웃음기를 싹 거두고 보내는 냉소에 오싹해질 때도 있다.
제자리에 분명히 있어야 하는 소품들이 없어지는 경우도 난감하다. 편지를 써야 하는데 펜이 누군가의 옷자락에 붙어있어 그걸 떼러 가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던가 칼싸움을 하는데 칼이 부러져 칼싸움을 진행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서로 쫓고 쫓기는 장면에서는 가수가 자빠져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줄 때도 있다.
이러한 해프닝이 모두 벌어진 작품이 있다면,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가 그중 하나였다. 2009년에 영국 코벤트 가든에서 공연했던 <세비야의 이발사>에서는 당시 최고의 가수인 메조 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가 열연했는데, 공연 중 아리아를 부르다가 미끄러져서 오른쪽 종아리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목발을 짚고 당일 공연을 완주한 이후에도, 깁스를 하고 휠체어를 탄 채 남은 공연을 모두 소화해 낸 일화가 있다. 무대 세트가 기울어져 있어서 원래 연습한 동선을 할 수 없었지만, 동료 가수들의 센스와 헌신 또한 돋보였던 무대였기에 큰 갈채를 받은 공연으로 남았다.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는 사실 초연 무대부터 에피소드가 많은 작품이다. 1782년 로시니의 할아버지뻘 정도 되는 이탈리아 오페라계의 대선배 파이지엘로가 극작가 보마르셰의 희극 <세비야의 이발사>를 대본으로 먼저 작곡해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이때 젊은 작곡가 로시니는 포부도 당차게 같은 작품을 작곡해 도전장을 내민 꼴이 되었는데, 로시니의 자신감과는 상관없이 그는 첫 공연에서 대실패를 맛보게 된다. 파이지엘로의 열성 팬들이 젊은 작곡가의 작품을 가만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대 위에 고양이를 풀어 공연을 방해하는가 하면, 하필 테너 아리아를 반주하는 기타의 줄이 끊어져 필요치 않은 폭소가 터지고, 로지나라는 여주인공이 등장하자 남성 관객들이 휘파람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무대 바닥이 꺼져 베이스 가수가 아래로 떨어졌다가 올라오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작의 열성팬들의 협잡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은 지울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사라지고 난 다음 공연부터는 관객들의 호응을 받으며 세비야의 이발사는 오페라 역사의 가장 재미있는 희극 작품 중 하나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세비야의 해결사이자 이발사인 피가로가 알마비바 백작이 사랑하는 여인 로지나를, 못된 영감 바르톨로로부터 탈출시켜 사랑을 이루어 준다는 로맨틱 코메디로, 로시니의 생기있는 음악과 더불어 각 등장 인물들의 성격, 재치 넘치는 대사와 장면들의 구성이 매력적으로 조화되는 명작이다. 작품의 성악적 특징들을 조금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여성 주인공들이 소프라노인데 비해, 이 작품의 여 주인공 로지나를 콘트랄토(메조 소프라노보다 조금 더 저음역대를 부를 수 있는 여자 가수)를 위해 작곡하였다. 여성이 비록 남성에게 억압받고 있는 환경에 있지만 지조와 의지는 누구보다 강하다는 것을 들려주고 싶은 로시니의 염두로 생각된다. 현대에 와서 소프라노들이 당찬 로지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면 그녀와 사랑을 이루는 알마비바 백작은 가벼운 테너로서 고음은 물론 정확한 발성적 기교가 필요한 멜리스마(한 음절에 음표가 많이 있는 장식적 선율법)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위 로시니 테너가 요구된다. 빠른 딕션이 요구되는 피가로나 바르톨로의 노래나 음흉한 베이스의 노래들이 다양하게 배치되어 음악적 매칭도 감미로운 들을 거리이다.
로지나가 극 중에 음악선생에게 배우는 노래의 제목이 ‘쓸데없는 걱정’이다. 못된 영감 바르톨로도 ‘쓸데없는 걱정’으로 행동한 결과가 두 연인을 이어주게 된다. 로시니가 자신의 <세비야의 이발사> 작품을 내놓을 때, 같은 작품을 작곡한 선배 작가의 명성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초연 시에 선배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작품의 제목을<알마비바 또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이 또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로시니는 이 작품을 통해 베토벤이 칭찬한대로 세기의 코믹 오페라 대가가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