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에 '레전드' 박성현 감독 권유로 리커브에서 컴파운드로 전향
이후 승승장구하며 태극마크…서른넷에 따낸 첫 AG 동메달
[아시안게임] "박성현 감독님과 금메달 약속 못지켰네요"…울어버린 오유현
오유현(34·전북도청)은 '은사' 박성현 전북도청 감독의 이름이 나오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5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컴파운드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 대표팀의 맏언니로 동메달 획득에 앞장선 오유현은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다.

오유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를 따라 리커브 양궁에 입문했다.

하지만 리커브 선수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29살의 나이에 어깨 부상이 찾아와 은퇴의 갈림길에 서야 했다.
[아시안게임] "박성현 감독님과 금메달 약속 못지켰네요"…울어버린 오유현
이때 박성현 전북도청 감독이 그를 붙잡고 컴파운드 양궁으로 전향시켰다.

박 감독은 2004 아테네 올림픽과 2001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005 뉴델리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 한국 양궁 최초로 개인전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레전드'다.

박 감독은 서른을 앞둔 오유현에게서 더 성장할 여지를 발견했다.

집중력 등 재능은 금메달급이지만, 몸이 닳기 시작한 오유현에게 어깨에 부하가 덜 걸리는 컴파운드는 좋은 대안이었다.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오유현은 2021년 다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은메달을 따내는 등 톱 레벨의 컴파운드 궁사로 떠올랐다.

2022년에는 월드컵, 아시아컵 등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해 많은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항저우로 올 궁사를 가리는 2023년도 국가대표 선발전과 평가전에서는 선두를 질주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아시안게임] "박성현 감독님과 금메달 약속 못지켰네요"…울어버린 오유현
여자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단체전 3연패에 도전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대만에 224-230으로 지면서 동메달전으로 밀려났다.

4강 탈락이라는 예상 밖 결과에 낙심한 후배들을 향해 오유현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잡아보자'며 기운을 북돋웠다고 한다.

한국은 3위 결정전에서 인도네시아를 232-229로 물리쳤다.

시상식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오유현은 "아쉬움이 크지만, 무엇보다 값진 동메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현 감독님이 대견스러워할 것'이라는 한 기자의 말에 오유현은 왈칵 울어버렸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오유현은 "금메달 꼭 목에 걸고 한국에 들어오겠다고 감독님과 약속했는데 못 지켰다"면서 "응원해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