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만원짜리 구찌 가방이 단돈 4만원…남대문 시장 '북새통'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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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품 아니어도 상관없어요"…단속에도 '짝퉁시장' 활개
서울시 민사단·특허청 '집중 단속' 나섰지만
버젓이 '위조품 판매'…외국인 관광객도 여럿
2달 전 적발 동대문 '노란천막'…한산한 분위기
"시민 인식 변화 중요…반드시 정품 구매해야"
서울시 민사단·특허청 '집중 단속' 나섰지만
버젓이 '위조품 판매'…외국인 관광객도 여럿
2달 전 적발 동대문 '노란천막'…한산한 분위기
"시민 인식 변화 중요…반드시 정품 구매해야"
"명품이 너무 비싸다 보니 이거라도 사는 거죠."
5일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꼬깃꼬깃한 지폐 4장을 상인에게 건네던 60대 시민 황모 씨는 "이게 진짜 명품 가방이든 아니든, 내가 들고 만족하면 되는 거라 상관없다"고 말했다.
황 씨는 일명 '짝퉁 거리'로 불리는 이곳에서 명품 브랜드 구찌 로고와 무늬가 그려진 가방을 단돈 4만원에 구매했다. 이 가방과 유사한 정품의 공식 판매가는 약 235만원이다. 그는 "요즘엔 명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이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많고, 주변 친구들도 이곳에서 많이들 구매한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 서울시와 특허청 등에서 남대문, 동대문 등 일대 '짝퉁 시장'에 대한 집중 단속을 진행한 가운데, 여전히 이 일대에는 위조품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데다, 경기 불황까지 겹쳐 짝퉁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말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민사단)은 남대문 등 시장 일대에서 유명 브랜드 상표를 위조한 제품을 제조·판매한 64명을 적발해 형사 입건했다. 이들로부터 압수한 제품은 가방과 지갑, 의류 등 총 4194점으로 정품 추정가로 환산하면 3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이날 오전 11시께 찾은 남대문 시장 일대는 거리마다 실제 명품 브랜드와 유사한 스카프, 지갑, 의류 등 짝퉁을 버젓이 판매하는 상인들이 눈에 띄었다. 스카프의 가격은 2000~5000원대로, 실제 정품 가격이 30만~40만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한없이 저렴했다. 40~50만원 선 하는 고가의 명품 지갑도 4만5000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셀린느, 몽클레어 등 위조품 티셔츠를 판매하는 곳은 전부 1만~1만5000원대 가격으로 손님들을 불러 모았다. 상인들은 현금과 계좌이체만을 요구했다. 일부 손님들이 "진짜가 맞냐"라고 묻자 사장은 "좋은 상품이다. 싸게 가져가라"고 귀띔했다. 고민하는 손님에게 위조품을 들고 "진짜 좋은 것이니 그냥 사가라", "빨래해도 원단이 너무 좋다"며 회유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일부 노점은 '셀린느', '보테가베네타' 등 명품 로고 간판을 크게 내걸고 짝퉁을 판매했다.
서툰 외국어 솜씨로 외국인 관광객과 가격 흥정을 하던 상인들도 보였다. 가격을 들은 외국인들은 "와 엄청나게 싸다"며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10년간 이곳에서 물건을 팔았다는 상인은 "코로나19 때에는 물건을 떼와도 사 가는 사람이 없어서 대부분 장사를 접었다"면서도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올해 중후반부터 다시 일을 시작한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짝퉁 시장인 걸 알고도 이곳을 찾았다는 20대 베트남 관광객 무리 중 한 명은 "명품을 이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게 재밌다"며 웃음 지었다. 또 다른 한명은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명품 티셔츠를 싸게 판매한다는 걸 보고 왔다"며 "사실 언뜻 보면 진짜 명품인지 아닌지 구분도 어려워서 여행하러 온 김에 구매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반면 가장 최근 특허청으로부터 단속을 당해 분위기가 사뭇 다른 곳도 있었다. 서울 동대문에서 속칭 '노란 천막·짝퉁 시장'으로 불리는 '새빛시장' 노점이다. 지난 4일 오후 9시께 방문한 이 일대 노란 천막은 5개가량으로 단속 전 15~20개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지난 8월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상표 경찰)은 이곳에서 200억원 상당의 명품브랜드 지갑·가방 등 위조 상품을 판매한 도소매업자 6명을 상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상표 경찰은 41개 명품 브랜드의 14개 품목 1230점(정품가액 200억원 상당)을 압수했다.
상인들은 상표법 준수 등을 조건으로 서울 중구청에서 점용허가를 받은 노점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허가조건과 다른 위조 상품 판매 등 불법영업을 해왔다. 이들은 수사 단속을 피하기 위해 노란 천막 외측 도로에 승합차들을 주차해 놓고 차량번호판을 검은 천으로 가리는 수법으로 외부 노출을 피하거나, 노란 천막 안쪽 인도를 이용해 영업을 이어갔다.
일부 상인들은 사진을 찍으려는 기자를 철저히 막았다. 한 상인은 "단속이 심해진 뒤로 천막 치러 오는 사람이 적어졌다"며 "우리도 먹고살기 힘들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혹여나 위조품으로 신고할까 봐 걱정된다"고 푸념했다. 위조 제품을 제작·판매·보관하면 상표법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박주연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과장은 "위조 상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영세한 노점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판매가의 70%에 해당하는 고수익을 현찰로 착복하는 기업형 불법 사업자"라며 "수사력을 집중해 위조 상품 유통을 강력하게 단속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서영관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위조 상품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며 "반드시 정품을 구매하여 사용하길 바라고 위조 상품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5일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꼬깃꼬깃한 지폐 4장을 상인에게 건네던 60대 시민 황모 씨는 "이게 진짜 명품 가방이든 아니든, 내가 들고 만족하면 되는 거라 상관없다"고 말했다.
황 씨는 일명 '짝퉁 거리'로 불리는 이곳에서 명품 브랜드 구찌 로고와 무늬가 그려진 가방을 단돈 4만원에 구매했다. 이 가방과 유사한 정품의 공식 판매가는 약 235만원이다. 그는 "요즘엔 명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이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많고, 주변 친구들도 이곳에서 많이들 구매한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 서울시와 특허청 등에서 남대문, 동대문 등 일대 '짝퉁 시장'에 대한 집중 단속을 진행한 가운데, 여전히 이 일대에는 위조품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데다, 경기 불황까지 겹쳐 짝퉁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말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민사단)은 남대문 등 시장 일대에서 유명 브랜드 상표를 위조한 제품을 제조·판매한 64명을 적발해 형사 입건했다. 이들로부터 압수한 제품은 가방과 지갑, 의류 등 총 4194점으로 정품 추정가로 환산하면 3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이날 오전 11시께 찾은 남대문 시장 일대는 거리마다 실제 명품 브랜드와 유사한 스카프, 지갑, 의류 등 짝퉁을 버젓이 판매하는 상인들이 눈에 띄었다. 스카프의 가격은 2000~5000원대로, 실제 정품 가격이 30만~40만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한없이 저렴했다. 40~50만원 선 하는 고가의 명품 지갑도 4만5000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셀린느, 몽클레어 등 위조품 티셔츠를 판매하는 곳은 전부 1만~1만5000원대 가격으로 손님들을 불러 모았다. 상인들은 현금과 계좌이체만을 요구했다. 일부 손님들이 "진짜가 맞냐"라고 묻자 사장은 "좋은 상품이다. 싸게 가져가라"고 귀띔했다. 고민하는 손님에게 위조품을 들고 "진짜 좋은 것이니 그냥 사가라", "빨래해도 원단이 너무 좋다"며 회유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일부 노점은 '셀린느', '보테가베네타' 등 명품 로고 간판을 크게 내걸고 짝퉁을 판매했다.
서툰 외국어 솜씨로 외국인 관광객과 가격 흥정을 하던 상인들도 보였다. 가격을 들은 외국인들은 "와 엄청나게 싸다"며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10년간 이곳에서 물건을 팔았다는 상인은 "코로나19 때에는 물건을 떼와도 사 가는 사람이 없어서 대부분 장사를 접었다"면서도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올해 중후반부터 다시 일을 시작한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짝퉁 시장인 걸 알고도 이곳을 찾았다는 20대 베트남 관광객 무리 중 한 명은 "명품을 이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게 재밌다"며 웃음 지었다. 또 다른 한명은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명품 티셔츠를 싸게 판매한다는 걸 보고 왔다"며 "사실 언뜻 보면 진짜 명품인지 아닌지 구분도 어려워서 여행하러 온 김에 구매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반면 가장 최근 특허청으로부터 단속을 당해 분위기가 사뭇 다른 곳도 있었다. 서울 동대문에서 속칭 '노란 천막·짝퉁 시장'으로 불리는 '새빛시장' 노점이다. 지난 4일 오후 9시께 방문한 이 일대 노란 천막은 5개가량으로 단속 전 15~20개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지난 8월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상표 경찰)은 이곳에서 200억원 상당의 명품브랜드 지갑·가방 등 위조 상품을 판매한 도소매업자 6명을 상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상표 경찰은 41개 명품 브랜드의 14개 품목 1230점(정품가액 200억원 상당)을 압수했다.
상인들은 상표법 준수 등을 조건으로 서울 중구청에서 점용허가를 받은 노점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허가조건과 다른 위조 상품 판매 등 불법영업을 해왔다. 이들은 수사 단속을 피하기 위해 노란 천막 외측 도로에 승합차들을 주차해 놓고 차량번호판을 검은 천으로 가리는 수법으로 외부 노출을 피하거나, 노란 천막 안쪽 인도를 이용해 영업을 이어갔다.
일부 상인들은 사진을 찍으려는 기자를 철저히 막았다. 한 상인은 "단속이 심해진 뒤로 천막 치러 오는 사람이 적어졌다"며 "우리도 먹고살기 힘들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혹여나 위조품으로 신고할까 봐 걱정된다"고 푸념했다. 위조 제품을 제작·판매·보관하면 상표법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박주연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과장은 "위조 상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영세한 노점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판매가의 70%에 해당하는 고수익을 현찰로 착복하는 기업형 불법 사업자"라며 "수사력을 집중해 위조 상품 유통을 강력하게 단속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서영관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위조 상품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며 "반드시 정품을 구매하여 사용하길 바라고 위조 상품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