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모바일뱅킹 앱을 통해 현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을 끌어들이고 기업금융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4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해외에서 올린 순이익은 2조1516억원으로 전년(1조4669억원)보다 46.7% 증가했다. 고령화·저성장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글로벌 시장 진출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 MZ 공략"…'K금융' 모바일 승부수

○모바일로 MZ세대 공략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의 모바일뱅킹 앱 라인뱅크의 누적 다운로드는 지난달 17일 기준 448만 건으로 집계됐다. 서비스 시작 2년 만인 올 6월 400만 건을 넘어선 데 이어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게 현지 금융권의 평가다.

라인뱅크는 2021년 6월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이 국내 금융회사 중 처음으로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 기업인 라인과 합작해 만든 디지털뱅킹 서비스다. 간편송금과 비대면 계좌 개설을 비롯한 디지털뱅킹 기능을 강화해 MZ세대 등 청년층을 집중 공략했다. 라인뱅크는 이후 모바일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해 여신 영업을 시작하고, 간편결제를 도입하는 등 서비스 범위를 넓혔다. 그 덕분에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2021년 48곳이던 오프라인 영업점을 지난해 42곳으로 줄였는데도 올 6월 말 기준 신규 고객 67만 명을 유치했다.

라인뱅크가 자리를 잡으면서 현지 법인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194억8800만원으로 전년(166억4500만원)보다 17%(28억4300만원) 늘었다. 연간 순익도 2021년 175억2000만원에서 2022년 515억6300만원으로 세 배 가까이로 뛰었다.

하나금융은 2025년까지 그룹 총수익의 40%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해외에서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디지털플랫폼 활용에 익숙한 젊은 인구 비중이 높고, 현지 정부도 금융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고 했다.

○간편결제부터 기업금융까지 확대

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도 베트남 캄보디아 등 국가별 맞춤형 전략을 통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 상반기 베트남에 진출한 46개 외국계 은행 중 자산(9조원)·순이익(1260억원) 1위에 오른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 특화 모바일뱅킹 앱인 신한쏠베트남을 통해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현지 금융사 최초로 100% 비대면 디지털컨슈머론 등을 선보이며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캄보디아우리은행은 올 2월 국내 금융사 처음으로 현지 간편결제 시스템을 뱅킹 앱에 적용한 우리페이를 내놨다. 캄보디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600달러 수준에 불과하지만 QR 결제 서비스가 보편화된 점을 노렸다. 뱅킹 앱도 공모전을 통해 현지인이 선호하는 사용자환경(UI)을 적용했다.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도 비대면 신용대출 기능 등을 추가한 신규 뱅킹 앱 출시를 준비 중이다.

국민은행은 캄보디아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 7월 캄보디아 중앙은행으로부터 소액 대출 금융회사 KB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와 상업은행 KB캄보디아은행 합병을 통한 상업은행 출범 인허가를 취득한 데 이어 지난달엔 캄보디아 상무부로부터 통합 법인인 KB프라삭은행의 출범 최종 승인을 받았다. 소매금융만 가능하던 KB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의 인프라를 기업금융 등 법인고객 대상으로 확대해 영업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