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1000조짜리 모래성 국민연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보이지 않는 빚이 훨씬 더 많아
개혁 안 하면 한 세대 뒤 무너져
주용석 경제부장
개혁 안 하면 한 세대 뒤 무너져
주용석 경제부장
국민연금 적립금이 최근 1000조원 안팎으로 늘었다고 한다. 적립금만 보면 일본 후생연금(약 2000조원)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속 가능성에서 낙제점이다. 32년 뒤면 적립금이 바닥난다는 시간표가 이미 나와 있다. 100년 뒤에도 끄떡없게 설계된 일본 후생연금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후생연금은 100년 뒤에도 1년 치 연금을 내줄 수 있는 재정구조를 갖추고 있다.
국민연금 적립금 1000조원도 모래성이나 다름없다. 나중에 가입자에게 내줘야 할 돈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가입자에게 내줘야 할 돈인데, 보험료와 적립금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미적립 부채가 올해 기준 1825조원이란 계산을 내놨다. 언젠가 보험료나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보이지 않는 빚이 이 정도라는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자 1인당 8200만원꼴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80%나 된다. 게다가 이 빚은 2050년 6000조원대, 2090년엔 4경4000조원대로 늘어난다는 게 전 교수의 계산이다. 2090년 GDP 대비로는 300%에 달한다. 한마디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된다.
저출산 고령화 여파로 보험료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연금 받을 사람은 계속 늘어나면서 국민연금 재정이 망가지는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하지만 총선이 다가오자 정치권은 벌써 발을 빼고 있다. 여야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을 총선 이후인 내년 5월로 미루기로 했다. 작년 7월 특위 출범 이후 이렇다 할 결과 없이 허송세월하다가 차기 국회로 공을 떠넘긴 것이다. 이달 말까지 국민연금 개편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정부도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진지하게 설득하기보다 여론을 살피는 눈치다.
일본 후생연금이 100년 넘게 버틸 수 있게 된 비결은 2004년 단행한 과감한 연금 개혁 덕분이다.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는 출산율과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그에 맞춰 연금액이 삭감되는 자동조절 장치를 도입하고 보험료율을 소득 대비 13.93%에서 13년간 매년 0.354%포인트 올려 18.3%로 높였다. 국민 반발을 줄이기 위해 매년 조금씩 보험료를 올린 것이다. 기초연금 보험료도 인상했다. 그해 일본의 출산율은 1.29명이었고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19%였다. 일본이 연금을 개혁한 배경이다. 지금 한국은 그때 일본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출산율은 0.7명대에 불과하고 고령화 비율은 19%에 육박하는데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빠르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그해 참의원(상원) 선거가 있었지만, 연금 개혁을 피하지 않았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춘 올해 프랑스의 연금 개혁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연금 개혁은 쉽지 않은 과제다. 국민의 반발을 무릅써야 할 때가 많다. 그런 만큼 더더욱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이 연금 개혁의 성패를 좌우한다.
한국은 지금껏 딱 두 차례 국민연금 개혁을 했다. 첫 번째는 김대중 정부, 두 번째는 노무현 정부에서였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5년간 연금 개혁에 매달린 끝에 개혁을 이뤄냈다. 그 덕에 그나마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13년 늦췄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5년 전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는 보고서를 받아 쥐고도 눈을 감았다. 그 결과가 모래성 같은 지금의 국민연금이다. 윤석열 정부가 손을 떼면 한 세대 뒤엔 모래성이 무너진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속 가능성에서 낙제점이다. 32년 뒤면 적립금이 바닥난다는 시간표가 이미 나와 있다. 100년 뒤에도 끄떡없게 설계된 일본 후생연금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후생연금은 100년 뒤에도 1년 치 연금을 내줄 수 있는 재정구조를 갖추고 있다.
국민연금 적립금 1000조원도 모래성이나 다름없다. 나중에 가입자에게 내줘야 할 돈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가입자에게 내줘야 할 돈인데, 보험료와 적립금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미적립 부채가 올해 기준 1825조원이란 계산을 내놨다. 언젠가 보험료나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보이지 않는 빚이 이 정도라는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자 1인당 8200만원꼴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80%나 된다. 게다가 이 빚은 2050년 6000조원대, 2090년엔 4경4000조원대로 늘어난다는 게 전 교수의 계산이다. 2090년 GDP 대비로는 300%에 달한다. 한마디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된다.
저출산 고령화 여파로 보험료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연금 받을 사람은 계속 늘어나면서 국민연금 재정이 망가지는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하지만 총선이 다가오자 정치권은 벌써 발을 빼고 있다. 여야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을 총선 이후인 내년 5월로 미루기로 했다. 작년 7월 특위 출범 이후 이렇다 할 결과 없이 허송세월하다가 차기 국회로 공을 떠넘긴 것이다. 이달 말까지 국민연금 개편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정부도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진지하게 설득하기보다 여론을 살피는 눈치다.
일본 후생연금이 100년 넘게 버틸 수 있게 된 비결은 2004년 단행한 과감한 연금 개혁 덕분이다.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는 출산율과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그에 맞춰 연금액이 삭감되는 자동조절 장치를 도입하고 보험료율을 소득 대비 13.93%에서 13년간 매년 0.354%포인트 올려 18.3%로 높였다. 국민 반발을 줄이기 위해 매년 조금씩 보험료를 올린 것이다. 기초연금 보험료도 인상했다. 그해 일본의 출산율은 1.29명이었고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19%였다. 일본이 연금을 개혁한 배경이다. 지금 한국은 그때 일본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출산율은 0.7명대에 불과하고 고령화 비율은 19%에 육박하는데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빠르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그해 참의원(상원) 선거가 있었지만, 연금 개혁을 피하지 않았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춘 올해 프랑스의 연금 개혁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연금 개혁은 쉽지 않은 과제다. 국민의 반발을 무릅써야 할 때가 많다. 그런 만큼 더더욱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이 연금 개혁의 성패를 좌우한다.
한국은 지금껏 딱 두 차례 국민연금 개혁을 했다. 첫 번째는 김대중 정부, 두 번째는 노무현 정부에서였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5년간 연금 개혁에 매달린 끝에 개혁을 이뤄냈다. 그 덕에 그나마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13년 늦췄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5년 전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는 보고서를 받아 쥐고도 눈을 감았다. 그 결과가 모래성 같은 지금의 국민연금이다. 윤석열 정부가 손을 떼면 한 세대 뒤엔 모래성이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