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골퍼들의 '비밀 정원'…금잔디 밟을 수 있는 국내 유일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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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시그니처 홀' 2023
(12) 동래베네스트GC
아웃코스 6번홀(파4)
1971년 문 연 전통의 골프장
전철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JP도 찾은 도심 휴식 공간으로
"남들 휴장하는 12월이 성수기"
양잔디와 금잔디 최적의 배합
사시사철 푸른 페어웨이 자랑
'원 온' 욕심 부르는 시그니처홀
직선거리 250m로 장타자 자극
'악마의 그린'에선 3퍼트 다반사
(12) 동래베네스트GC
아웃코스 6번홀(파4)
1971년 문 연 전통의 골프장
전철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JP도 찾은 도심 휴식 공간으로
"남들 휴장하는 12월이 성수기"
양잔디와 금잔디 최적의 배합
사시사철 푸른 페어웨이 자랑
'원 온' 욕심 부르는 시그니처홀
직선거리 250m로 장타자 자극
'악마의 그린'에선 3퍼트 다반사
부산지하철 1호선 남산역 일대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부산의 대표 번화가 중 한 곳이다. 하지만 8번 출구에서 15분 정도만 쭉 걸어가면 다른 세상이 나온다. 눈앞에서 사라진 높은 빌딩과 상가 건물들의 빈자리를 울창한 나무와 푸른 잔디가 곧 대신한다.
금정산 자락에 자리잡은 ‘부산의 비밀 정원’ 동래베네스트GC다. 골프장 곳곳엔 반백 년 세월이 묻어 있었다. 큼지막한 소나무와 향나무가 일품인 이 골프장의 시그니처홀인 아웃코스 6번홀(파4)도 그랬다. 이 홀에 도착하자 김도진 지배인이 웃으며 말했다. “인생이란 게 ‘운칠기삼’ 아닙니까. 이 홀이 그래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운이 없으면 파를 못 합니다.”
동래베네스트GC의 볼거리 중 하나는 나무다. 일본 골프장의 영향을 받아 ‘투 그린’ 시스템으로 운영하는데, 그린 사이마다 크고 멋진 소나무를 심었다. 라운드를 돌다보면 380년 묵은 모과나무도 만날 수 있다. 대나무로 둘러싸인 홀도 여럿이다. 이 골프장에 식재된 맹종죽은 무려 7만 그루에 달한다.
페어웨이 잔디도 다른 데선 볼 수 없는 종류다. 척 보기엔 양잔디인데, ‘금잔디’(고려지)란다. 한국 잔디의 일종인 금잔디는 국내 골프장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중지보다 잎의 폭이 좁고 밀도가 높다. 그래서 양잔디처럼 폭신하고 부드럽다. 그러면서도 중지처럼 더위에 강하다. 덕분에 올여름 폭우와 폭염에 망가진 양잔디 골프장들과 달리 동래베네스트GC 페어웨이는 멀쩡했다. 김 지배인은 “금잔디를 페어웨이에 깐 골프장은 이곳밖에 없다”며 “페어웨이 잔디 높이는 볼 콘택트가 가장 잘되는 17㎜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페어웨이가 길고 평탄한 4번홀(파5)은 금잔디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홀이다. 양잔디와 한국 잔디의 장점만 모은 금잔디는 남부 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 다른 골프장에선 볼 수 없다. 동래베네스트GC는 여기에 양잔디를 ‘덧파종(overseeding)’한다. 잔디가 누렇게 변색되는 늦가을이 되면 추위에 강한 양잔디를 덮어 페어웨이를 1년 내내 푸르고 촘촘하게 만들었다. 김 지배인은 “덧파종 덕분에 페어웨이 잔디 밀도가 4배 높아졌다”며 “다른 골프장이 휴장하는 12월이 동래베네스트GC에선 최고 성수기”라고 말했다.
전장(화이트티 293m·레드티 250m)이 그리 길지 않은 데다 왼쪽으로 크게 휘어져 직선거리로는 30~40m 짧게 봐도 된다. 그래서 많은 장타자들이 산자락을 넘겨 ‘원 온’을 노린다고 한다. 김 지배인은 “원 온은 거의 못 봤고, 이글은 더더욱 못 봤다”고 했다. 세컨드 샷 지점에 도착하니, 무슨 얘기인지 알 것 같았다. 그린까지 죽 이어지는 오르막, 두 개의 그린 사이 자리잡은 소나무 탓에 설령 티샷이 산자락을 넘겨도 그린 공략은 쉽지 않다. 김 지배인은 “2단으로 물결치는 6번홀 그린을 ‘악마 그린’이라고 부르는 골퍼가 많다”며 “공이 어중간하게 떨어지면 어느새 4퍼트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했다.
이날 6번홀은 왼쪽 그린을 사용하고 있었다. 제발 소나무 아래로만 가지 않길 바라며 7번 아이언으로 쳤다. 운이 따라줬는지 나무 왼쪽으로 충분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어프로치 부담이 줄었다. 3온을 했지만 3퍼트. 더블보기.
동래베네스트GC는 18홀짜리 회원제 골프장이다. 회원은 모두 1200여 명이다. 회원권 손바뀜이 거의 없을 정도로 충성도가 높다. 비회원 그린피는 주중 20만원, 주말 24만원.
부산=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금정산 자락에 자리잡은 ‘부산의 비밀 정원’ 동래베네스트GC다. 골프장 곳곳엔 반백 년 세월이 묻어 있었다. 큼지막한 소나무와 향나무가 일품인 이 골프장의 시그니처홀인 아웃코스 6번홀(파4)도 그랬다. 이 홀에 도착하자 김도진 지배인이 웃으며 말했다. “인생이란 게 ‘운칠기삼’ 아닙니까. 이 홀이 그래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운이 없으면 파를 못 합니다.”
○한국 8번째 ‘최고령 골프장’
동래베네스트GC는 한국 골프장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1971년 김창원 신진자동차 회장이 동래CC로 문을 연 걸 1978년 삼성이 인수했다. 설립 연도 기준으로 한국 8위다. 접근성도 좋고, 관리 상태도 좋다보니 오랜 세월 부산·경남 유력인사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골프를 좋아한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도 종종 찾았다고 한다.동래베네스트GC의 볼거리 중 하나는 나무다. 일본 골프장의 영향을 받아 ‘투 그린’ 시스템으로 운영하는데, 그린 사이마다 크고 멋진 소나무를 심었다. 라운드를 돌다보면 380년 묵은 모과나무도 만날 수 있다. 대나무로 둘러싸인 홀도 여럿이다. 이 골프장에 식재된 맹종죽은 무려 7만 그루에 달한다.
페어웨이 잔디도 다른 데선 볼 수 없는 종류다. 척 보기엔 양잔디인데, ‘금잔디’(고려지)란다. 한국 잔디의 일종인 금잔디는 국내 골프장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중지보다 잎의 폭이 좁고 밀도가 높다. 그래서 양잔디처럼 폭신하고 부드럽다. 그러면서도 중지처럼 더위에 강하다. 덕분에 올여름 폭우와 폭염에 망가진 양잔디 골프장들과 달리 동래베네스트GC 페어웨이는 멀쩡했다. 김 지배인은 “금잔디를 페어웨이에 깐 골프장은 이곳밖에 없다”며 “페어웨이 잔디 높이는 볼 콘택트가 가장 잘되는 17㎜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페어웨이가 길고 평탄한 4번홀(파5)은 금잔디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홀이다. 양잔디와 한국 잔디의 장점만 모은 금잔디는 남부 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 다른 골프장에선 볼 수 없다. 동래베네스트GC는 여기에 양잔디를 ‘덧파종(overseeding)’한다. 잔디가 누렇게 변색되는 늦가을이 되면 추위에 강한 양잔디를 덮어 페어웨이를 1년 내내 푸르고 촘촘하게 만들었다. 김 지배인은 “덧파종 덕분에 페어웨이 잔디 밀도가 4배 높아졌다”며 “다른 골프장이 휴장하는 12월이 동래베네스트GC에선 최고 성수기”라고 말했다.
○‘운칠기삼’ 인생을 꼭 닮은 홀
6번홀 티잉구역에 섰다. 목표 지점은 페어웨이가 꺾이는 곳 오른쪽 끝에 있는 향나무. 하지만 스윙이 흐트러지면서 공은 왼쪽 워터 해저드에 빠졌다. 동반자들이 멀리건을 허락해준 덕분에 다시 티잉구역에 섰다. 이번엔 140m 정도 날려 페어웨이 한가운데 공을 떨궜다.전장(화이트티 293m·레드티 250m)이 그리 길지 않은 데다 왼쪽으로 크게 휘어져 직선거리로는 30~40m 짧게 봐도 된다. 그래서 많은 장타자들이 산자락을 넘겨 ‘원 온’을 노린다고 한다. 김 지배인은 “원 온은 거의 못 봤고, 이글은 더더욱 못 봤다”고 했다. 세컨드 샷 지점에 도착하니, 무슨 얘기인지 알 것 같았다. 그린까지 죽 이어지는 오르막, 두 개의 그린 사이 자리잡은 소나무 탓에 설령 티샷이 산자락을 넘겨도 그린 공략은 쉽지 않다. 김 지배인은 “2단으로 물결치는 6번홀 그린을 ‘악마 그린’이라고 부르는 골퍼가 많다”며 “공이 어중간하게 떨어지면 어느새 4퍼트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했다.
이날 6번홀은 왼쪽 그린을 사용하고 있었다. 제발 소나무 아래로만 가지 않길 바라며 7번 아이언으로 쳤다. 운이 따라줬는지 나무 왼쪽으로 충분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어프로치 부담이 줄었다. 3온을 했지만 3퍼트. 더블보기.
동래베네스트GC는 18홀짜리 회원제 골프장이다. 회원은 모두 1200여 명이다. 회원권 손바뀜이 거의 없을 정도로 충성도가 높다. 비회원 그린피는 주중 20만원, 주말 24만원.
부산=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