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욘 포세 알고 싶다면 이 작품부터 읽어라…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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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포세의 작품은 독자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리기 때문에 만약 그의 작품을 하나 읽고 나면 다른 작품도 계속해서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
안데르스 올슨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장은 지난 5일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한 뒤 이렇게 말했다. 포세는 지난해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유럽 문학계가 주목해온 작가지만, 아직 한국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다.
▶관련 기사= 노벨문학상 품은 '북유럽 거장' 극작가 욘 포세는 누구?
"포세를 처음 읽는 독자라면 어떤 책부터 읽기를 추천하나요." 어느 기자의 질문에 올슨 위원장이 "강력하게 추천한다"며 권한 책이 있다. 바로 장편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이다. 국내에는 2019년 번역, 출간됐다. 이 소설은 한 어부가 태어나고 죽는 이야기다. 별 대단한 등장인물이나 사건은 없다. 이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약 150쪽짜리 소설에 마침표가 열 번 남짓 사용되는 독특한 형식, 그리고 마침표가 있어야 할 자리를 채우는 독자 개개인의 경험이다.
1장은 노르웨이의 작은 해안가 마을에서 '요한네스'라는 사내아기가 태어나며 시작된다. 늙은 산파가 서둘러 더운물을 방에 들여가고, 아이 아버지 '올라이'는 아내 '마르타'의 비명을 들으며 문앞에서 서성인다.
소설이 마르타의 비명을 토막토막 전하는 대목은 한 편의 실험적인 시처럼 읽힌다. 희곡에서 언어와 침묵을 활용한 여러 시도를 해 '21세기 사뮈엘 베케트'로 불리는 포세의 작품답다.
2장은 훌쩍 시간을 뛰어넘는다. 어부 할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요한네스는 이제 늙은 어부가 돼버렸다. 아내는 먼저 죽었고, 고기잡이 일마저 예전 같지 않다. "그래 이제 그 시절은 끝났다 (…) 그는 그의 몫을 다했다,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마을을 서성이던 그의 앞에 오래 전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급하게 어딘가로 달려가는 막내딸 '싱네'를 발견하고 이름을 불러보지만 딸은 요한네스를 쳐다도 보지 않는다.
싱네가 서둘러 도착한 집에는 숨진 요한네스가 누워 있다.
읽기 쉬운 작품은 아니다. 메시지가 강렬하거나 서사가 휘몰아치진 않는다. 이야기의 중심부에 놓이는 인물이 올라이에서 요한네스에서 싱네로 바뀌가기 때문에 집중해 읽지 않으면 길을 잃게 된다.
그럼에도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삶과 죽음이라는 불멸의 소재에다 여백을 통해 울림을 남기는 포세 특유의 매력적인 글쓰기 방식이 더해진 덕분이다. 평범한 인물이 태어나고 또 스러지는 과정은 인간이라면 부정할 수 없는 마음 속 불안과 그리움을 소환한다.
소설 속 한 인물은 요한네스의 죽음 앞에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언젠가는 우리 모두 차례가 오는걸, 그가 말한다/그런 거지 뭐, 그가 말한다" 이 소설을 한국어로 옮긴 번역가 박경희는 <아침 그리고 저녁>을 "삶과 죽음의 원형을 담은 액자"라고 표현했다.
소설은 침묵을 통해 독자에게 여러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마침표를 찍지 않은 문장들은 열린 결말을 넘어 열린 장면, 열린 묘사를 보여준다. 예컨대 1장에서 요한네스를 낳은 뒤 말을 잃어가는 마르타의 모습은 죽음을 암시하는 듯하지만, 소설은 명시적으로 답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아침 그리고 저녁>은 포세의 작품세계 중 극히 일부만 보여줄 뿐이다. 포세는 현대 희곡, 소설, 시, 아동 문학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해왔다.
올슨 위원장은 "포세는 희곡 작품도 (무대에 상연됐을 때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읽기에 훌륭하다"며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최근 작품 <Septology>도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으로 꼽았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안데르스 올슨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장은 지난 5일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한 뒤 이렇게 말했다. 포세는 지난해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유럽 문학계가 주목해온 작가지만, 아직 한국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다.
▶관련 기사= 노벨문학상 품은 '북유럽 거장' 극작가 욘 포세는 누구?
"포세를 처음 읽는 독자라면 어떤 책부터 읽기를 추천하나요." 어느 기자의 질문에 올슨 위원장이 "강력하게 추천한다"며 권한 책이 있다. 바로 장편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이다. 국내에는 2019년 번역, 출간됐다. 이 소설은 한 어부가 태어나고 죽는 이야기다. 별 대단한 등장인물이나 사건은 없다. 이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약 150쪽짜리 소설에 마침표가 열 번 남짓 사용되는 독특한 형식, 그리고 마침표가 있어야 할 자리를 채우는 독자 개개인의 경험이다.
1장은 노르웨이의 작은 해안가 마을에서 '요한네스'라는 사내아기가 태어나며 시작된다. 늙은 산파가 서둘러 더운물을 방에 들여가고, 아이 아버지 '올라이'는 아내 '마르타'의 비명을 들으며 문앞에서 서성인다.
소설이 마르타의 비명을 토막토막 전하는 대목은 한 편의 실험적인 시처럼 읽힌다. 희곡에서 언어와 침묵을 활용한 여러 시도를 해 '21세기 사뮈엘 베케트'로 불리는 포세의 작품답다.
2장은 훌쩍 시간을 뛰어넘는다. 어부 할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요한네스는 이제 늙은 어부가 돼버렸다. 아내는 먼저 죽었고, 고기잡이 일마저 예전 같지 않다. "그래 이제 그 시절은 끝났다 (…) 그는 그의 몫을 다했다,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마을을 서성이던 그의 앞에 오래 전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급하게 어딘가로 달려가는 막내딸 '싱네'를 발견하고 이름을 불러보지만 딸은 요한네스를 쳐다도 보지 않는다.
싱네가 서둘러 도착한 집에는 숨진 요한네스가 누워 있다.
읽기 쉬운 작품은 아니다. 메시지가 강렬하거나 서사가 휘몰아치진 않는다. 이야기의 중심부에 놓이는 인물이 올라이에서 요한네스에서 싱네로 바뀌가기 때문에 집중해 읽지 않으면 길을 잃게 된다.
그럼에도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삶과 죽음이라는 불멸의 소재에다 여백을 통해 울림을 남기는 포세 특유의 매력적인 글쓰기 방식이 더해진 덕분이다. 평범한 인물이 태어나고 또 스러지는 과정은 인간이라면 부정할 수 없는 마음 속 불안과 그리움을 소환한다.
소설 속 한 인물은 요한네스의 죽음 앞에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언젠가는 우리 모두 차례가 오는걸, 그가 말한다/그런 거지 뭐, 그가 말한다" 이 소설을 한국어로 옮긴 번역가 박경희는 <아침 그리고 저녁>을 "삶과 죽음의 원형을 담은 액자"라고 표현했다.
소설은 침묵을 통해 독자에게 여러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마침표를 찍지 않은 문장들은 열린 결말을 넘어 열린 장면, 열린 묘사를 보여준다. 예컨대 1장에서 요한네스를 낳은 뒤 말을 잃어가는 마르타의 모습은 죽음을 암시하는 듯하지만, 소설은 명시적으로 답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아침 그리고 저녁>은 포세의 작품세계 중 극히 일부만 보여줄 뿐이다. 포세는 현대 희곡, 소설, 시, 아동 문학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해왔다.
올슨 위원장은 "포세는 희곡 작품도 (무대에 상연됐을 때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읽기에 훌륭하다"며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최근 작품 <Septology>도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으로 꼽았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