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현푸르지오클라시티'. 올해 SH 행복주택 모집에서 366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진=이현주 기자
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현푸르지오클라시티'. 올해 SH 행복주택 모집에서 366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진=이현주 기자
"서울은 경쟁이 치열해서 경기도에 있는 행복주택에 지원했어요. 출퇴근 소요 시간이 늘어났지만, 주거비 부담이 절반 이상으로 줄었습니다."(GH 행복주택 입주민 조모씨)

최근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 가중되면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공급하는 행복주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SH 행복주택 평균 경쟁률은 2년 만에 2배가량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주변 시세보다 60~80%가량 싸게 공급된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그나마 입지가 좋은 단지 경쟁률은 네 자릿수에 이릅니다.

평균 경쟁률 38대 1공급 가구 수는 2년 새 38% 줄어

SH에 따르면 올해 1차 행복주택 입주자모집공고 청약 접수 결과, 청약 접수 경쟁률은 38.2대 1(788가구 모집에 3만98명 접수)을 기록했습니다. 2년 전 집값이 폭등하던 시기와 비교해서도 경쟁률은 2배가량 늘었습니다. 공급 가구 수는 38% 적어졌는데, 수요는 되레 18% 늘어난 탓입니다. 2021년 행복주택 1차 모집 경쟁률은 19.9대 1(1278가구 모집에 2만5406명 접수)을 나타냈습니다.

올해 최고 경쟁률은 무려 네 자릿수, 3661대 1이었습니다. 지난 7월 진행한 SH 1차 행복주택 입주자모집공고 청약 접수 결과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현푸르지오클라시티' 전용 38㎡ 1가구 모집(우선·일반공급 합한 기준)에 3661명이 접수했습니다. 서울에서 분양하는 브랜드 아파트라는 점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외에도 올해 청년을 대상으로 한 SH 행복주택 경쟁률은 최소 25.8대 1, 두 자릿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축비·인건비 인상 등 갈수록 늘어나는 공사비 부담에 착공 물량은 줄어드는데 월세는 오르면서 행복주택을 찾는 청년들이 많아진 겁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판교 제2테크노밸리 판교이노베이션랩' 행복주택 전경. 사진=이현주 기자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판교 제2테크노밸리 판교이노베이션랩' 행복주택 전경. 사진=이현주 기자
인기가 치솟은 청년행복주택이란 지자체에서 젊은 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임대주택입니다. 1~2인 가구 생활 가능 평형으로 주력 공급되며 SH기준 전용면적 19~45㎡ 이하 주택을 말합니다. 임대의무기간은 최소 6년(젊은 층)에서 최대 20년(고령자 등)입니다.

인기 이유에는 저렴한 주거비용이 꼽힙니다. 보증금과 임대료의 합이 시세 대비 60~80% 선으로 낮게 정해져 있습니다. 보증금과 임대료의 비율을 세입자가 정할 수 있습니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올리면 임대료(월세)를 낮춰 거주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아도 돼 고가의 중개수수료를 아낄 수 있습니다.

주거 안전성도 좋은 편입니다. 최근 사회초년생들을 위협하는 요소로 떠오른 전세 사기 위험도 덜 수 있습니다. 행복주택은 지자체 공공기관과의 계약이므로 임대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없습니다. 퇴거 시에는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높아지는 SH 행복주택 인기와 달리 공급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SH가 발표한 2023년 1차 행복주택 공고에 따르면 신규 공급물량 548호 중 522호가 신혼부부나 고령자를 대상으로 공급되고, 이 중 26호만 청년이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공급될 예정입니다.

월세 10만원대인근 경기도로 눈 돌리는 사례도

서울에서 당첨되기 어렵다보니 가까운 경기도로 눈을 돌리는 20~30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과 비교해 경쟁률은 한 자릿수 혹은 두 자릿수로 낮은 편입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경기주택도시공사(GH) 행복주택에 거주한다는 조모씨(26)는 "직장은 강남이지만 서울 행복주택은 경쟁률도 높은 편이라 경기도에 지원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조씨가 살고 있는 행복주택의 월세는 10만원대(보증금 최대 기준)로 저렴한 편입니다. 또래들이 살고 있는 집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의 주거비용으로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인근 단지 월세는 100만원 정도인데 행복주택에 살게 되면서 대출이자 12만원, 월세 13만원, 관리비 14만원을 합해서 한 달에 40만원 정도만 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서울에서 멀어진 만큼 주변 인프라나 입지가 불리한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조씨는 "지하철역과 거리가 있어 출퇴근 시간에 1시간 정도 소요된다"며 "단지 주변이 전부 공사장에다가 마트·백화점 등과 거리가 있어 불편한 점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수도권이 아닌 지방 행복주택 공실률은 여전히 높은 상태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광주 북구갑)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행복임대주택 107개 단지 5만6769가구 중 6개월 이상 비어있는 가구가 9.23%(5238가구)에 달했습니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 공실률은 두 자릿수를 보였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서울 0.4%, 인천 2.5%, 경기(수도권) 5.1% 등 평균 3.88%인 반면, 지방은 △울산(21.5%) △경남(21.3%) △전북(19.1%) △경북(17.1%) 등 지방 공실률은 평균 11.39%로 수도권의 3배에 육박했습니다.

2030세대 대다수에게 '집'은 빌려사는 공간입니다. 안정적인 삶의 터전이 돼야하는 집이지만, 최근 전세사기 같은 문제로 사회 경험이 적은 2030세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현주의 빌려살기'는 안정적인 주거활동을 꿈꾸는 사회초년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현장을 집중 취재하고 크고 작은 부동산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편집자주]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