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지는 가운데, 여야는 막판 신경전을 이어갔다. 과반 의석을 차지해 칼자루를 쥔 더불어민주당은 부결을 예고했고, 국민의힘은 사법부 정상화를 고리로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대법원장 인사청문특위 야당 간사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후보자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대법원장 기준, 도덕성, 자질과 자격에서 낙제점"이라며 "법부를 끌고 나가겠다고 하는 청사진도 전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후보자 10억 원 상당의 처가 회사 비상장 주식을 공직자 재산 신고 때 누락한 것을 지적하며 "몰랐다고 하는데 10억이나 되는 비상장 주식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또 10년 동안 그 주식으로부터 배당을 3억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부결'을 채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굳이 당론으로 정해서 민주당이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고 하는 구구한 해석을 낳을 필요가 없고 문제가 많은 분이기에 (부결시킬)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 공백으로 인한 사법 시스템 차질 문제에 대해선 "자질도 안 되고 자격도 없는 분을 지명해서 보낸 것 자체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사법부 정상화를 내세우며 대승적 결단을 요청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여야가 정치적 현안으로 첨예한 대립과 갈등 속에 있다 하더라도 입법과 사법, 행정이라는 세 축의 대한민국 헌정 시스템은 단 1분, 1초도 비정상적으로 작동되거나 결코 멈추게 둬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부결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닥뜨린다면 초유의 사태가 불러올 사법부는 물론 국가적 혼란 상황이 뻔히 보인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수장의 장기간 공백이 예상되는 사이 사법부는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며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의 일부 논란이 있었지만, 이균용 후보자는 지금까지 사법부의 비정상을 바로잡고, 사법부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이뤄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은 확인됐다"며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협치이며 국민이 원하는 정치"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예고대로 이날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지난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이후 35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로 남게 된다. 부결 이후에는 사법부 수장이 한 달 이상 공백 상태로 남게 될 전망이다. 정기국회에서 예정된 다음 본회의는 다음 달 9일이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 부재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아 우리 사회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전원합의체 운영에 지장을 준다. 현재 전원합의체가 심리하는 사건은 5건이다. 또 대법관 4명이 한 조가 되어 선고하는 상고심 소부(小部) 선고와 후임 대법관 인사 등도 차질을 빚게 된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