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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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8개월째 지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세계 주요국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발칸의 화약고’로 불리는 코소보와 세르비아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990년대 유고연방이 해체된 이후 갈등을 빚어 온 두 나라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현지시간) CNBC는 세르비아와 코소보의 관계가 최근 몇 달 간 점점 적대적으로 변하면서 무력 충돌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코소보에서는 세르비아계의 무장 괴한이 경찰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세르비아로 도주하면서 양국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유럽외교협회(ECFR)의 선임 정책 연구원 엥겔루쉬 모리나와 마즈다 루게는 지난주 “코소보와 세르비아 간 분쟁은 단순한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이 지역과 유럽의 심각한 안보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미국과 EU의 선택지는 이제 대화의 실패 또는 성공이 아니라, 안정 또는 폭력의 확대”라며 “코소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세르비아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방식을 채택하지 않는 한 후자(폭력 확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소보는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 시절 세르비아의 자치주였다. 1998년 유고연방이 해체된 뒤 코소보는 세르비아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시도했으나, 세르비아 정부가 진압에 나서면서 내전이 발발해 약 1만3000명이 숨졌다.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물리적으로 개입하자 세르비아군은 코소보에서 철수했다. 코소보는 2008년 미국과 유엔 등의 승인 하에 독립을 선포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 그리스와 스페인 등 일부 국가들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다.

독립 이후에도 긴장이 이어지는 곳은 세르비아와 국경을 맞댄 코소보 북부다. 코소보 인구의 93%가량은 알바니아계지만 북부 인근 시민들은 세르비아계다. 때문에 코소보 북부 시민들은 코소보 정부가 세르비아계인 자신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불만을 공공연하게 표출해왔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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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갈등의 불씨가 된 건 지난 4월 치러진 코소보 북부 4개 지역의 시장 선거다. 지난해 코소보 정부가 반정부 성향의 세르비야계 주민들이 세르비야에서 발급받은 자동차 번호판을 쓰지 못하게 했고, 세르비야계 사람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시장 4명이 물러났다. 코소보 정부는 빈자리를 채우려 선거를 열었지만 세르비야계 주민들은 투표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럼에도 코소보 정부는 강행했고 친코소보 성향의 인사들이 시장으로 선출됐다.

이들이 시장으로서 출근하는 과정에서 세르비야계 주민들과 경찰의 충돌이 벌어졌고, 이는 코소보 북부의 세르비야계 시위로 번졌다. 그러자 세르비야가 코소보 국경 근처에 병력을 배치했다. 지난달에는 접경 지역에서 코소보 경찰과 세르비아계 무장 세력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해 경찰을 포함한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용의자들이 세르비아로 도망쳤다.

3일 세르비아가 용의자들을 체포하고 코소보 국경에 배치한 군대를 철수시키는 것으로 전해지며 갈등은 다소 잦아들었다. 그러나 양측의 갈등이 해묵은 만큼 긴장이 단기간 내 완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세르비아가 유럽연합(EU) 가입을 원하는 만큼 코소보에 무력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소보와 전쟁을 일으킬 경우 NATO도 과거에 그랫듯 적극 개입할 수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