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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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투자자 A씨는 최근 밤잠을 설치고 있다. 2021년 2월 신한투자증권이 발행한 ‘공모 주가연계증권(ELS) 20393호’에 청약했는데 이 상품이 ‘손실(녹인) 구간’에 진입한 뒤 최근에는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기초자산 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ELS는 홍콩H지수, 코스피200지수, S&P500지수 가운데 하나라도 만기일에 설정 당시의 65% 이하면 최대 100%까지 손실이 난다. 홍콩H지수는 최근 기준가 대비 50% 넘게 하락했다. 그는 "만기일까지 4개월 정도 밖에 안 남았는데 이대로라면 원금이 반토막 나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글로벌 지수 급락으로 ELS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만기일에 기초자산 값이 설정일 당시의 50~65% 이상이면 약속한 수익을 주는 구조로 설계된다. 그보다 낮으면 낮은 만큼이 손실로 돌아온다. 문제는 최근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지수 ELS 상당수가 녹인 구간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홍콩H지수는 지난 6일 5974.30에 마감, 2021년 2월 17일 고점(12,228.63) 대비 51.14% 하락했다. 코스피200지수도 2021년 고점부터 최근까지 27.58% 하락해 녹인 구간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수 ELS는 기초자산 값이 낮을 때 매수해야 손실 가능성을 낮출 수 있지만 국내 증권사의 발행 동향은 반대로 움직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ELS 발행금액은 글로벌 증시가 고점을 찍은 2021년에 49조24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6.2% 늘었다. 2022년 들어 증시의 하락세가 완연해지자 발행금액은 28조1499억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올 들어서도 연초부터 이달 6일까지 23조3726억원어치를 발행하는데 그쳤다. 2021년에는 시장 금리가 낮았기 때문에 당시 발행된 ELS 수익률은 현재의 예금 금리 정도밖에 안 돼 투자자 입장에서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점도 문제다.

증권가에서는 ELS 손실액이 내년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지수 조정의 방아쇠가 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미국 국채 순매도 포지션 누적이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S&P500지수(-10.18%), 일본 니케이225지수(-8.17%), 유럽 유로스톡스50지수(-7.31%) 등은 아직 고점 대비 하락폭이 크지 않지만 금리 고공행진이 장기화되면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가 5%까지 오를 수 있다는 비관론이 정설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가 지금 수준에서 더 오르면 증시가 큰 폭의 추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증권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4분기 중 고용지표가 안정화돼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낮아지고 이에 따라 추가 금리상승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