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 마스트미디어 제공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 마스트미디어 제공
“아이슬란드의 글렌 굴드.”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후계자로 점찍은 인물은 아이슬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39)이다. 그의 연주는 한번 들으면 쉬이 잊히지 않는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독보적인 해석과 섬세한 표현, 명료한 타건으로 순식간에 청중을 압도하는 능력이 탁월해서다. 국제적 권위의 클래식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이 그를 두고 “가장 고유한 세계를 가진 음악가 중 하나”라고 극찬한 이유다.

세계 클래식 음악계가 주목하는 피아니스트 올라프손이 바흐 음악으로 돌아왔다. 6일 명문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내놓으면서다. 이는 2018년 발표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에 이은 그의 두 번째 바흐 음반이다. 이번 음반은 올라프손에게 더욱 특별하다. 10대 때부터 간직해온 꿈이 이뤄진 결과라서다. 그는 “지난 25년간 이 작품을 나의 피아노 연주로 녹음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왔다”며 “나의 세계에서 바흐란 작곡가가 없다면 어떠한 의미도 남지 않을 만큼, 바흐의 음악은 내게 엄청난 영감을 준다”고 했다.

바흐 필생의 역작으로 꼽히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작품의 주제 선율인 아리아와 이를 변주한 30개의 짧은 곡으로 이뤄진 작품이다. 바로크적 대위와 변주의 성질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악곡의 전개에서는 바흐 특유의 치밀한 구조와 논리를 엿볼 수 있다. 건반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인 만큼 글렌 굴드, 로잘린 투렉, 제임스 프리스킨, 안드라스 쉬프 등 거장 피아니스트들이 명반을 남겨왔다.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 마스트미디어 제공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 마스트미디어 제공
올라프손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건반 음악 중에서도 손꼽히는 비르투오소적인 음악”이라고 했다. “사실 제대로 공부하기 전까지는 대성당에서 울려 퍼질 법한 화려하고 웅장한 음악으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작품을 파고들수록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죠. 이 곡은 하나의 거대한 참나무 그림처럼 웅장하지만, 그 속에 무언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이 가득합니다. 이를 제대로 살려내는 게 관건이었어요.”

그는 각 변주곡을 ‘소우주’에 빗대 표현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곡이 하나씩 펼칠 때마다 새로운 드라마와 감정에 사로잡혔어요. 여러 개의 소우주에 완전히 빠져들어 그 안에 담긴 고유의 즐거움을 찾아낼 때면 엄청난 희열을 느낄 수 있었죠. 경이로운 순간으로 가득 찬 저만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사람들에게 ‘음악적 산소’를 공급받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올라프손은 오는 12월 한국을 찾는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갖는 내한 리사이틀 무대다. 그는 12월 12일 대구 수성아트피아를 시작으로 경기 고양아람누리(13일), 서울 예술의전당(15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16일)에서 차례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