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기훈. BBC 방송 캡쳐.
2021년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기훈. BBC 방송 캡쳐.
바리톤 김기훈(32)이 영국 위그모어홀 데뷔를 앞두고 내달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창회를 연다.

김기훈은 2021년 세계적인 권위의 경연 대회 'BBC 카디프 콩쿠르 싱어 오브 더 월드'(BBC 카디프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콩쿠르 무대에서 그가 에리히 코른골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 중 ‘나의 갈망이여, 나의 망상이여’를 부르자 심사위원들이 눈물을 흘린 일화는 큰 화제를 모았다. 영국 가디언지는 그를 두고 “눈물과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벨벳 바리톤”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모두 가곡으로 채워진다. 브람스의 연가곡 '네 개의 엄숙한 노래'를 시작으로 한국 가곡 이원주의 ‘연’, ‘묵향’, 조혜영의 ‘못잊어’를1부에 들려준다. 김기훈은 “최고의 극장과 무대에서 한국 가곡을 알릴 수 있어서 기쁘다"며 한국 가곡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그는 BBC 카디프 콩쿠르에서도 김주원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불렀다.

2부에서는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그가 작곡한 ‘아름다운 여인이여 노래하지 마오’, ‘꿈’, ‘대낮처럼 아름다운 그녀’ 등을 부른다. 국내 무대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라흐마니노프 가곡을 통해 이색적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내달 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그의 위그모어홀 데뷔 공연을 미리 한국에서 만나보는 무대이기도 하다. 위그모어홀은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이 인정하는 실내악 전용 홀로, 스타 음악가들의 등용문으로 꼽힌다. 위그모어홀에서도 한국과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데뷔 리사이틀을 가질 예정이다.

반주는 러시아 태생의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맡는다. 라쉬코프스키는 러시아와 독일, 프랑스에서 공부하며 다채로운 색채를 지닌 연주자로 피아노 독주뿐 아니라 악기와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협주를 하고 있다.

김기훈은 내년부터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베르디의 '돈 카를로' 등의 무대에 선다. 영국의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와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도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의 주역을 맡는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