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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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X 온콜로지 홀딩스가 세계 최초로 CD47 타깃 신약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에 성공했다. CD47은 MSD '키트루다'의 PD-1에 이어 차세대 블록버스터로 꼽히는 타깃 중 하나다. 빅파마들도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유효성 검증을 하지 못하고 개발을 중단했다. ALX 온콜로지 홀딩스가 CD47 타깃 물질의 신약으로서 가치를 처음으로 증명하면서,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도 제기된다.

유효성과 안전성 동시 입증

9일 나스닥 시장에 따르면 ALX 온콜로지 홀딩스(ALXO)는 지난 6일(현지시간) 8.35달러에 장을 마쳤다. 2일 종가 4.81달러 대비 4거래일 만에 74% 상승한 수치다. ALXO의 주가가 단기간에 폭등한 배경에는 지난 3일 CD47 타깃 신약 후보물질 에보파셉트(evorpacept)의 임상 데이터 발표가 있다.

ALXO는 2021년부터 HER2 양성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암 환자 450명을 대상으로 2차 또는 3차치료제로 에보파셉트의 글로벌 임상 2·3상을 진행해 왔다. 이 중 사전 지정된 54명의 환자군에서 임상 2상 중간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54명은 최근 2차 또는 3차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는 의약품들과 직접 비교한 데이터다. 트라스투주맙(제품명 허셉틴)+라무시루맙(사이람자)+파클리탁셀 단독 치료군과 트라스투주맙+라무시루맙+파클리탁셀과 에보파셉트의 병용 투여군이다.

객관적반응률(ORR)은 트라스투주맙·라무시루맙·파클리탁셀 단독군에서 22%,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은 7.4개월이었다. 반면 트라스투주맙·라무시루맙·파클리탁셀+에보파셉트 병용 투여군은 52%로 두 배 이상 앞섰다. mDOR은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에보파셉트 병용군은 임상 1상에서 확보한 안전성을 2상 중간 데이터에서도 동일하게 재현했다.

2차 표준치료제 임상 결과와 간접비교에서도 앞섰다. RAINBOW 임상은 2차치료제로서 라무시루맙+파클리탁셀에 대한 효능을 보기 위해 진행성 위암 또는 위식도접합부암 환자 665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임상 결과 ORR 28%, mDOR 4.4개월을 기록했다. 라무시루맙+파클리탁셀은 유의미한 결과를 달성했고, HER2 양성 위암에 대한 2차 표준치료제로 확립됐다.

소피아 랜돌프 ALXO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이번 유효성 및 안전성 결과에 크게 고무됐다”며 “CD47 타깃에서 최초의 긍정적인 무작위 임상 시험 데이터이다”고 말했다. 또한 “(1차 또는 2차에서)키트루다, 엔허투를 복용한 HER2 양성 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최초의 글로벌 무작위 임상이기도 하다”며 “의미 있는 정도의 환자들이 우리 임상에 참여하기 전 엔허투와 키트루다를 투여받았다”고 강조했다.

빅파마 개발 중단, 안전성 문제 추정

CD47은 대식세포와 관련된 타깃이다. 대식세포는 큰(大)+식세포(食細胞) 또는 탐식세포로도 불리며 우리 몸에서 선천 면역을 담당하는 중요한 세포다. 모든 조직에 다양한 형태로 분포한다. 정상상태에서는 외부에서 침입한 다양한 병원체 및 독성물질을 잡아먹어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T세포는 대식세포가 암세포를 먼저 잡아먹은 후 알려준 정보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CD47은 대식세포의 SIRPα와 결합해 대식세포의 암세포를 잡아먹는 역할을 망가뜨린다. 업계에서는 “나를 먹지 마세요(Don’t eat me)” 신호라고 부른다.

CD47 타깃은 고장 난 앞쪽의 면역 사이클이 돌아가게 만들고, PD-1 타깃은 T세포에 걸려있는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역할이다. 따라서 멈춘 대식세포 기능을 활성화하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 기능이 잘 작동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빅파마들은 CD47 타깃이 PD-1 및 PD-L1 타깃 면역항암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고, 경쟁적으로 라이선스 인을 진행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2020년 CD47 타깃 후보물질 마그롤리맙을 보유하고 있던 포티세븐을 49억 달러(6조6150억원)에 인수했다. 같은 해 애브비는 아이맙에게 CD47 타깃 후보물질의 중화권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들여왔다. 선급금 1억8000만 달러(2400억원)를 포함 총 마일스톤 19억4000만 달러(2조6200억원)의 계약이다. 2021년 화이자는 CD47 후보물질 확보를 위해 23억 달러(3조1000억원)를 투입해 트릴리움 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하지만 대부분 개발에 차질이 발생한 상태다. 길리어드는 최근 CD47 타깃으로 진행하던 세 개의 임상 시험 중 한 개는 완전 중단, 한 개는 잠정 보류했다. 애브비와 아이맵은 지난해 7월 CD47 타깃 물질 렘조파리맙의 다발성골수종 임상을 조기 중단했다. 올해 9월 애브비는 렘조파리맙에 대한 독점 판권의 반환과 개발 협업에 대한 계약 종료를 아이맙에게 통보했다. 화이자는 TTI-621과 TTI-622 중 TTI-621의 개발을 잠정 중단했다.

길리어드와 애브비는 개발 중단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부작용 문제로 추측했다. 2022년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예상치 못한 중대한 이상반응으로 길리어드의 마그롤리맙 병용 임상에 대해 보류를 결정한 바 있다. 보류는 2022년 4월에 해제됐다.

국내 바이오회사 중에서는 유한양행 자회사 이뮨온시아가 CD47 항체 신약 후보물질 IMC-002을 개발 중이다. 이뮨온시아는 3D메디슨에 IMC-002의 홍콩 마카오 대만을 포함한 중국 지역 전용실시권을 총 4억7050만 달러(약 5400억원)에 넘겼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중국 외 지역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기술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0월 9일 10시 23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