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만명이 댓글조작"…시진핑 호위무사들의 섬뜩한 여론전 [조아라의 IT's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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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의 IT's fun] 39
게임·티켓·응원 등 동원되는 '매크로'…악용 사례 속출
게임·티켓·응원 등 동원되는 '매크로'…악용 사례 속출
최근 온라인에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A씨는 깜짝 놀랐다. 느닷없이 수십 개의 알람이 울렸기 때문이다. 알람의 메시지는 ‘ㅇㅇㅇ님의 서로이웃 신청’으로 전부 똑같았다. 이들의 블로그에 접속해 보니 브랜드, 사업장 홍보 등 광고 목적으로 만들어진 계정이 다수였다고 한다.
하루 평균 방문자 20~30여 명에 불과한 그의 블로그에서 이례적으로 대규모 이웃추가가 발생한 것이다. 그는 "특별한 게시글을 올리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이웃 신청이 많아져 온라인에서 검색해보니 비슷한 경험을 한 블로거들이 많았다. 방치하면 (상위 페이지에 노출되지 않는) '저품질 블로그'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차단했다"고 했다. 이른바 '광고성 매크로 공격'인 셈이다.
A씨의 사례와 같이 포털 산업 발달로 커뮤니티, 블로그 등이 활성화하면서 매크로(macro) 프로그램이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은 한 번의 조작으로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악용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달 초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 클릭 수 논란이다.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중 축구 8강전 당시 '클릭 응원' 서비스에서 중국의 응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게 나오자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조작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카카오에 따르면 당시 약 3130만건의 클릭 응원에서 중국 응원이 93.2%(2919만건)로 집계됐고, 한국 응원은 6.8(211만건)에 불과했다. 로그인 없이도 응원이 가능한 탓에 매크로 조작이 발생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같은 시간 로그인을 해야만 응원이 가능한 네이버의 응원 페이지에서는 중국 응원 비율이 10%에 불과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클릭 응원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IP 5591개 중 국내 IP 비중은 95%(5318개)로 일반적인 수준이었으나, 확인된 IP가 만들어낸 총 클릭 응원 수 2294만 건 중 해외 IP 비중은 86.9%(1993만 건)였다"며 "해외 IP 응원 수를 분석한 결과 2개의 IP가 해외 IP 클릭의 99.8%인 1989만건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중 8강전 클릭 응원 수 이상 현상은 이용자가 적은 심야 시간 대 2개 IP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낸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중국에서는 구글을 비롯해 네이버, 다음 등 해외 포털 사이트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알수 없는 '특정 세력'이 가상사설망(VPN)으로 다음에 우회 접속해 대규모 매크로 조작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대는 '중국 과다 응원 사태'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특히 시민들의 소통이 활발한 SNS 중심으로 통제가 빈번하다. 최대 SNS 웨이보에서는 특정 검색어가 검색되지 않거나,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게시물이 올라가면 관리자에 의해 바로 삭제되는 경우가 포착되곤 한다.
실제로 지난 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중국 육상 금메달 선수가 은메달을 딴 동료 선수와 포옹하는 사진이 돌연 현지 관영매체에서 사라져 검열 논란이 일었다. 두 선수의 유니폼에 붙은 숫자 6과 4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진다. 숫자 6과 4는 중국인들로 하여금 1989년 6월 4일 중국 당국이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유혈 진압한 '톈안먼 사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천안문 사건 사진을 검열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현지에서는 온라인 여론 통제를 위한 '댓글부대'도 공공연한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른바 '우마오당(五毛黨·건 당 0.5위안을 받고 댓글 쓰는 집단)'이라고 불린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정량사회과학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매년 약 5억건에 가까운 댓글을 위조하고 있다. '우마오당'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적게는 수십만명에서 많게는 4000만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치적 선전에 동원되거나, 자국에 대한 불리한 소식 등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동한다. 최근에는 자발적인 댓글부대 '쯔간우(자발적인 우마오)'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정부 주도의 애국주의, 중화주의 사상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다음의 중국 대규모 응원 논란에 이같은 중국 댓글 부대 개입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만, 현재까지 클릭응원 논란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중국에서 '쯔간우'와 같은 자발적인 성향의 댓글 부대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젊어 SNS 또는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주로 스포츠 경기부터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당국을 옹호하는 댓글을 다는데, 중화주의 색채가 강할뿐더러 반외세의 성격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하루 평균 방문자 20~30여 명에 불과한 그의 블로그에서 이례적으로 대규모 이웃추가가 발생한 것이다. 그는 "특별한 게시글을 올리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이웃 신청이 많아져 온라인에서 검색해보니 비슷한 경험을 한 블로거들이 많았다. 방치하면 (상위 페이지에 노출되지 않는) '저품질 블로그'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차단했다"고 했다. 이른바 '광고성 매크로 공격'인 셈이다.
A씨의 사례와 같이 포털 산업 발달로 커뮤니티, 블로그 등이 활성화하면서 매크로(macro) 프로그램이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은 한 번의 조작으로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악용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게임·티켓·응원 등 동원되는 '매크로'…악용 사례 속출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가적 스포츠 행사, 포털 뉴스 댓글 조작 등에 매크로 프로그램이 악용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대표적인 사례는 이달 초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 클릭 수 논란이다.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중 축구 8강전 당시 '클릭 응원' 서비스에서 중국의 응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게 나오자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조작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카카오에 따르면 당시 약 3130만건의 클릭 응원에서 중국 응원이 93.2%(2919만건)로 집계됐고, 한국 응원은 6.8(211만건)에 불과했다. 로그인 없이도 응원이 가능한 탓에 매크로 조작이 발생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같은 시간 로그인을 해야만 응원이 가능한 네이버의 응원 페이지에서는 중국 응원 비율이 10%에 불과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클릭 응원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IP 5591개 중 국내 IP 비중은 95%(5318개)로 일반적인 수준이었으나, 확인된 IP가 만들어낸 총 클릭 응원 수 2294만 건 중 해외 IP 비중은 86.9%(1993만 건)였다"며 "해외 IP 응원 수를 분석한 결과 2개의 IP가 해외 IP 클릭의 99.8%인 1989만건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중 8강전 클릭 응원 수 이상 현상은 이용자가 적은 심야 시간 대 2개 IP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낸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중국에서는 구글을 비롯해 네이버, 다음 등 해외 포털 사이트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알수 없는 '특정 세력'이 가상사설망(VPN)으로 다음에 우회 접속해 대규모 매크로 조작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대는 '중국 과다 응원 사태'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심기 거스르면 '삭제'…4000만명 압도적 중국 댓글부대
중국은 세계적으로 인터넷 여론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강력하게 이뤄지는 국가로 꼽힌다. 통치 제체 유지 및 자국에 불리한 정보 유입을 막기 위해 '만리방화벽(The Great Firewall)'이라는 인터넷 통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넷플릭스 등 인기 플랫폼 접근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특히 시민들의 소통이 활발한 SNS 중심으로 통제가 빈번하다. 최대 SNS 웨이보에서는 특정 검색어가 검색되지 않거나,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게시물이 올라가면 관리자에 의해 바로 삭제되는 경우가 포착되곤 한다.
실제로 지난 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중국 육상 금메달 선수가 은메달을 딴 동료 선수와 포옹하는 사진이 돌연 현지 관영매체에서 사라져 검열 논란이 일었다. 두 선수의 유니폼에 붙은 숫자 6과 4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진다. 숫자 6과 4는 중국인들로 하여금 1989년 6월 4일 중국 당국이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유혈 진압한 '톈안먼 사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천안문 사건 사진을 검열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현지에서는 온라인 여론 통제를 위한 '댓글부대'도 공공연한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른바 '우마오당(五毛黨·건 당 0.5위안을 받고 댓글 쓰는 집단)'이라고 불린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정량사회과학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매년 약 5억건에 가까운 댓글을 위조하고 있다. '우마오당'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적게는 수십만명에서 많게는 4000만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치적 선전에 동원되거나, 자국에 대한 불리한 소식 등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동한다. 최근에는 자발적인 댓글부대 '쯔간우(자발적인 우마오)'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정부 주도의 애국주의, 중화주의 사상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다음의 중국 대규모 응원 논란에 이같은 중국 댓글 부대 개입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만, 현재까지 클릭응원 논란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중국에서 '쯔간우'와 같은 자발적인 성향의 댓글 부대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젊어 SNS 또는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주로 스포츠 경기부터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당국을 옹호하는 댓글을 다는데, 중화주의 색채가 강할뿐더러 반외세의 성격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