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연내 마무리 짓겠다고 예고한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에 청신호가 켜졌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두 회사 합병에 ‘찬성’ 의견을 제시하면서다. ISS의 의견은 국내외 투자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셀트리온이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병 손 들어준 ISS

셀트리온 합병에 천군만마…ISS도 "찬성"
6일 업계에 따르면 ISS는 최근 자문보고서에서 두 회사 합병 안건과 관련해 찬성 의견을 냈다. 셀트리온그룹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는 셀트리온, 의약품 해외 판매·마케팅을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연내 합병하겠다고 지난 8월 공시한 지 한 달여 만이다. ISS가 찬성표를 던진 근거로는 현재 지배구조에서 회계기준 위반 이슈가 해소됐고 개발, 생산, 판매 등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에서 셀트리온이 더 유연한 가격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수익성과 전략적인 유연성이 확대돼 회사의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ISS는 글래스루이스와 함께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힌다. 기업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투자자에게 의결권 행사 지침을 제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자 중 80%가량이 ISS 의견을 참고해 의결권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기준 셀트리온의 해외 투자자 비중은 21%,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7%다. 해외 투자자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 소액주주들도 ISS 의견을 참고하는 만큼 이번 보고서가 두 회사 합병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란 전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해외 투자자 중에선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적극 반영해야 하는 패시브 펀드(다양한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비중이 높다”며 “이번 의견이 합병 성사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매출 3.5조 목표

합병은 셀트리온그룹의 숙원이다. 개발, 생산, 판매 역량이 계열사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시너지를 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회사 간 거래와 관련한 분식회계 논란도 끊임없이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이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2년 만에 복귀하면서 합병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1단계 합병을 연내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한 주주총회는 오는 23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23일부터 11월 13일까지, 합병 기일은 12월 28일이다. 1단계 합병이 완료된 후 6개월 내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셀트리온제약까지 2단계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8월 서 회장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합병으로 거래가 단순화돼 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셀트리온은 내년을 기점으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회사에서 신약 개발사로 탈바꿈하겠다고도 선언했다. 피하주사 제형의 골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램시마SC, 개발 중인 항암 신약 등에 힘입어 내년 3조5000억원, 2030년까지 12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