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대규모 인수합병(M&A)과 투자유치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과열 양상마저 보였던 여성패션 플랫폼 시장이 올해 들어 옥석 가리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기 둔화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등의 요인으로 소비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플랫폼별 적자생존이 시작됐다는 게 패션업계의 시각이다. 해당 플랫폼을 인수한 모회사와 얼마나 시너지를 잘 내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이다.

○무신사와 시너지 극대화 나선 29CM

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여성 디자이너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에 특화한 29센치(29CM)의 지난해 총거래액(구매확정 기준)은 4878억원이었다. 전년(2755억원)보다 77% 불어났다. 29CM는 2021년까지만 해도 거래액 부문에서 경쟁사인 W컨셉(3271억원)에 뒤졌다. 하지만 W컨셉의 2022년 거래액이 전년 대비 39.9% 증가한 4579억원으로 집계돼 이를 추월했다.

29CM와 W컨셉은 2021년 각각 무신사와 SSG닷컴에 매각됐다. SSG닷컴 키우기에 한창이던 신세계그룹이 상대적으로 미진했던 온라인 패션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그해 5월 약 3000억원을 들여 W컨셉을 먼저 사들였다.

W컨셉과 29CM를 함께 겨냥했던 무신사는 신세계가 선수를 치자 곧바로 29CM와 모기업 스타일쉐어의 지분을 100% 매입하며 응수했다. 1020 남성에 치우쳤던 주요 고객층을 2030 여성으로까지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

비슷한 시기 매각된 29CM와 W컨셉의 순위가 뒤바뀐 건 29CM가 무신사의 브랜딩 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게 먹혔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무신사는 신규 브랜드를 발굴하고, 그에 맞는 마케팅을 지원해주는 등의 노하우를 29CM에 이식했다. 29CM에서 인지도를 쌓은 브랜드를 더 큰 채널인 무신사에 입점시켜 키우는 방식도 채택해 신규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인했다.

W컨셉도 매각 후 신세계그룹의 유통망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냈다. 신세계백화점 경기·대구·강남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고, 최근 센텀시티점에도 매장을 열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세계 편입 후 “W컨셉의 브랜드 큐레이션 역량이 힘을 잃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W컨셉은 여성 디자이너 패션 트렌드를 선제적으로 보여주곤 했는데, 대기업에 편입된 이후 ‘특유의 컬러를 잃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 패션앱 희비 교차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지그재그·에이블리·브랜디 등 동대문 기반 패션플랫폼 사이에서도 우열이 갈리고 있다. 지그재그의 경우 2021년 카카오에 매각됐다. 그해에 여성 패션 플랫폼 중 처음으로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1조3000억원에 다다랐다.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이 ‘덩치’ 불리기의 여파로 영업손실이 2021년 385억원에서 2022년 521억원으로 불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 노력에 힘입어 분기마다 적자 폭이 감소하고 있다.

2021년 매각 대신 투자유치를 택한 에이블리와 브랜디는 고전을 거듭하는 와중에 실적 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든든한 ‘비빌 언덕’을 찾은 경쟁사보다 유통 영향력이 떨어지는 게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브랜디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도보다 7% 넘게 줄어든 1172억원에 영업손실은 321억원이다. 작년 74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에이블리는 지난 3월부터 흑자를 내고 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