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이 소유한 서울 홍은동 땅을 국고에 환수하기 위한 소송에서 정부가 최종 패소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정부가 이해승의 손자인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철종의 아버지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해승은 국권 침탈에 기여해 일제로부터 1910년 후작 작위를 받고 해방 때까지 귀족 지위와 특권을 누렸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7년 이해승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했다.

정부는 과거 이해승의 소유였다가 이 회장의 소유가 된 홍은동 임야 2만7905㎡를 환수하기 위해 2021년 2월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냈다. 이해승은 이 땅을 1917년 처음 취득했고 1957년 이 회장에게 소유권을 넘겼다.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던 이 땅은 1966년 경매에 넘겨져 제일은행 소유로 바뀌었다가 이듬해 이 회장이 다시 사들였다.

법원은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제일은행이 친일 재산임을 모르고 경매를 통해 해당 땅을 취득했으므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정부가 땅을 환수하면 과거 소유권이전등기가 순차적으로 말소된다”며 “이는 제일은행의 정당한 권리를 해치는 것이어서 법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과 상고심도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