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외압 여부 재판서 가려질듯…군 "외압 확인 안돼", 단장측 "외압 의심"
군검찰, 항명 등 혐의로 해병대 前수사단장 불구속 기소(종합)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가 항명 혐의 등으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방부 검찰단은 6일 박 전 단장을 군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순직사건 조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상관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검찰단의 기소내용이다.

박 전 단장은 지난 7월 19일 채 상병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이후 관련 사건을 조사했고, 같은 달 30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해 민간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이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 장관은 당시 수사 결과 보고서에 서명했지만, 다음날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고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박 전 단장은 7월 31일부터 여러 차례 김 사령관으로부터 해외 출장 중인 이 장관이 귀국할 때까지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김 사령관은 8월 2일에도 조사기록이 이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당장 인계를 멈추라"고 지시했지만, "이미 인계중입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답변을 남긴 채 수사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이에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로부터 사건 자료를 회수하는 한편 박 전 단장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그의 혐의는 '항명'과 이 장관에 대한 '상관명예훼손'으로 변경됐다.

검찰단은 박 전 단장이 8월 11일 두 차례에 걸쳐 언론과 인터뷰하며 채 상병 순직사건 관련 혐의자 중 '사단장을 빼라'는 등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단장은 8월 28일과 지난달 5일, 20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군검찰로부터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단은 8월 30일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박 전 수사단장 측은 이날 검찰단이 박 전 단장을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수사단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기소 때문에 감추고 싶었던 많은 팩트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모든 진실이 국민에게 만천하에 공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검찰, 항명 등 혐의로 해병대 前수사단장 불구속 기소(종합)
국방부 검찰단과 박 전 단장 측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및 박 전 단장 항명 혐의와 관련해 여전히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검찰단이 박 전 단장을 항명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에 외압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김 변호사는 "외압이 의심된다"고 반박했다.

검찰단은 또한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사건 은폐 및 왜곡 지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법무관리관은 "범죄 혐의가 명확하지 않다면 혐의사실과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조사기록을 그대로 송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박 전 단장에게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혐의사실과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것은 가능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특정인을) 빼라는 이야기 아니냐"고 반론을 폈다.

박 전 단장의 항명 혐의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은 달랐다.

검찰단은 "박 전 단장이 상관인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기록 이첩 보류 및 이첩 중단에 대한 정당한 명령을 받았음에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은 받고 따르려고 했다"며 "(이첩 보류를 위해) 현장팀에 전화했는데당시 안 받았다.

항명은 아니고 충분히 조치하려고 했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