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킹 듣는 느낌 전달하려고 직접 믹싱 작업"
"한국인 만나면 '오겡끼데스까' 인사 들어…친척 같아"
'키리에의 노래' 이와이 슌지 감독 "공연 보듯 극장 가주길"
"첫 번째론 영화를 본다는 느낌으로, 두 번째론 공연을 본다는 느낌으로 극장에 가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일본 영화 '러브레터'(1999)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 감독은 6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작 '키리에의 노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와이 감독은 '키리에의 노래'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섹션에 초청돼 부산을 방문 중이다.

기자회견에는 이 영화의 주연배우인 아이나 디 엔드, 히로세 스즈, 마쓰무라 호쿠토도 참석했다.

'키리에의 노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소녀 루카(아이나 디 엔드 분)의 이야기다.

대지진으로 말을 못 하게 된 루카는 노래로 마음을 표현한다.

세상을 떠난 언니의 남자친구가 오사카에서 대학에 다닌다는 걸 기억해낸 그는 무작정 오사카로 가지만 결국 보육원에 보내지고, 나중엔 거리의 가수 키리에가 된다.

키리에 역의 아이나 디 엔드는 실제 가수로 활동 중이다.

이 영화의 상영 시간 178분 중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이와이 감독은 "'키리에의 노래'는 음악이 중요한 영화"라며 "(상영 시간 세 시간 중) 한 시간짜리 공연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속 음악의) 믹싱 작업도 직접 했다"며 "버스킹(거리 공연)을 듣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고, 그런 소리를 재현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촬영 현장에 빌딩이 있으면 거기서 소리가 반사된다.

이때 빌딩까지의 거리가 얼마인지, 반사에 걸리는 시간은 몇 초인지 등을 다 계산해 시각적으로 녹음했다"고 부연했다.

'키리에의 노래' 이와이 슌지 감독 "공연 보듯 극장 가주길"
아이나 디 엔드는 영화 속 노래 여섯 곡을 직접 만들었고 이 중 한 곡은 이와이 감독이 작사를 해줬다며 "노래 기술이 좋거나 멜로디가 아름다운 것보다는 내장과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의 극치 같은 걸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키리에는 노래 없이는 표현을 못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영화에서) 노래할 땐 외침이나 비명에 가까운 방식으로 해야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와이 감독은 동일본 대지진을 영화의 배경으로 한 데 대해선 "(동일본 지역인) 센다이라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는데 (대지진으로) 고향이 큰 피해를 봐 충격받았다"며 "한 해 뒤 '꽃이 핀다'라는 제목의 곡을 작사하고 10년간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언젠가는 본업인 영화로 이 주제를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지진이라는 테마를 (그 자체로) 표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의 차원에서 지진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다시 말해 지진과 개인의 에피소드 사이에 있는 걸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와이 감독은 시노다 마사히로 감독의 영화 '하나레 고제 오린'(1977)을 정말 좋아한다며 "'키리에의 노래'는 이 영화의 오마주(존경의 의미로 장면 등을 인용하기)로 만든 면이 있다"며 "시노다 감독에게도 '하나레 고제 오린'의 리메이크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러브레터' 이후 한국 사람을 만나면 다들 제게 '오겡끼데스까'('잘 지내나요'라는 뜻으로, 극중 대사)라고 인사해줬다.

그때부터 한국이란 나라를 친척처럼 느꼈다"며 한국에 대해 친근한 감정을 드러냈다.

'키리에의 노래'에서 키리에의 옛 친구 이코 역을 맡은 히로세 스즈는 일본의 국민 여동생으로 통하는 배우로, 한국에도 팬이 많다.

히로세는 "영화 속 이코의 화려한 모습은 가면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코스프레를 즐기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며 웃었다.

'키리에의 노래' 이와이 슌지 감독 "공연 보듯 극장 가주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