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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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월가는 6일(현지시간) 미국의 9월 비농업 부문 고용 건수가 발표되자 충격적이란 반응을 보였다. 8월 한때 예상치 27만1000명을 크게 밑도는 18만 7000명(수정치 22만 7000명)을 기록하며 노동 시장이 진정 기미를 보인다는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9월 수치로 미국의 뜨거운 노동시장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장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미국 중앙은행(Fed)의 의지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도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맞춰 국채금리도 급등하면서 ‘고금리 뉴노멀’ 시대가 본격 도래했다는 평가다.

파업도 막지 못한 노동시장 강세


월가에선 9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일자리 발표 이전까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가능성 등으로 노동시장이 둔화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고금리로 기업들의 자본조달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도 고용 둔화를 예상하는 근거였다. 전날엔 미국의 9월 민간 기업 고용이 전월 대비 8만9000명 증가하며 예상치 15만명을 크게 밑돌았다는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발표가 나오며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하지만 이같은 시장의 예상은 완전히 어긋났다. 비농업 고용은 한 달 동안 33만6000명 증가하며 월가 예상치 17만명을 두배 가까이 상회했다. 7~8월 비농업 부문 고용 건수도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됐다. 7월은 15만 7000명에서 23만 6000명으로, 8월은 18만 7000명에서 22만 7000명으로 급증했다.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 강세가 전체 고용 지표를 이끌었다. 업종별로는 레저 및 접객업이 9만 6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그 외 △정부 7만3000개 △의료 4만1000개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 2만 9000개 등을 기록했다.

서비스 부문에서 일자리가 여전히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미국인의 소비와도 관련이 있다. 8월 기준 가계 지출은 1년 전과 비교해 5.8% 늘어 4% 미만의 물가상승률을 앞질렀다. 특히 최근에는 여행과 콘서트 등 체험 경제가 붐을 이루면서 미국 소비자들은 여기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델타항공은 지난 2분기에 사상 최고 매출을 올렸고, 티켓마스터는 올해 상반기에 2억9500만장이 넘는 공연 티켓을 팔아치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미국인들은 아직도 내일이 없는 듯 돈을 쓰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채금리 급등


노동부의 고용 지표가 공개된 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한때 연 4.88%로 다시 16년 만에 최고치에 접근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5.5%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채금리 급등으로 기업과 가계 부문의 부담도 더욱 커지게 됐다. 우량기업의 회사채와 미 국채 간 금리 격차를 나타내는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A)지수 옵션조정 스프레드’는 지난 3일 1.28%포인트로 전날보다 0.02%포인트 확대됐고, 4일엔 0.01%포인트 더 벌어진 1.29%포인트를 기록했다.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투자자들이 회사채의 부도 위험성을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도 연 8%에 근접하고 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Fed가 다음 달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올해 말까지 두 번(이달 31일~11월 1일, 12월 12~13일) 더 예정돼 있다. 미국 경제컨설팅 회사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루벨라 파루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더 이상 금리 인상이 없을 수는 있지만, 강한 노동시장이 유지된다면 내년에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이고운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