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넘게 7% 하락…OPEC+ 무리한 감산, 부메랑 됐나[오늘의 유가]
유가 오르자 인도·미국 등서 수요 감소
사우디 아람코는 11월 유가 다시 인상


국제 원유가격이 이틀 간 7% 넘게 하락하며 지난 한달 간의 상승폭을 반납했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정책이 유가를 끌어올린 결과 오히려 석유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은 전거래일보다 1.97% 내린 배럴 당 82.31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12월 인도분도 1.74% 하락한 배럴 당 84.32달러에 계약이 이뤄졌다.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모두 지난 이틀 간 7% 넘게 하락했다. WTI는 8월 30일 이후 오른 가격을 모두 반납했다.
이틀 넘게 7% 하락…OPEC+ 무리한 감산, 부메랑 됐나[오늘의 유가]
JP모간체이스는 전날 고객들에게 메모를 통해 "유가 상승에 따라 미국과 유럽, 일부 신흥국에서 수요 억제가 다시 한번 가시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원유 수요의 큰 축을 맡아온 중국과 인도가 유가가 오르자 8월 및 9월 국내 재고를 활용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판카즈 자인 인도 석유·천연가스부 장관은 지난 2일 "높은 유가가 수요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간은 연말까지 WTI 가격이 배럴 당 86달러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지난 7월 정부가 연간 140억달러에 달하는 연료 보조금을 폐지한 이후 휘발유 판매량이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나이지리아는 세계 8위 원유 생산국이지만 정유 시설이 부족해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긴축 경제 상황 속에서 고물가로 인한 실수요 파괴가 이미 시작됐으며 남미에서 아프리카에 이르는 소비자들은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놀란에서 석유 시추장비가 가동되고 있다. /AFP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놀란에서 석유 시추장비가 가동되고 있다. /AFP
미국에서도 원유 수요 감소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5월부터 9월 초까지 이어지는 '드라이빙 시즌' 기간 미국 내 휘발유 사용량은 2019년보다 6% 감소했다. 올해 미국의 제트 연료 수요도 2019년 여름 평균보다 9% 감소했다. 4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가 내놓은 지난달 29일까지의 휘발유 소비량은 25년 만에 가장 낮은 계절적 수준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시장이 OPEC+의 감산 결정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류조사업체인 케이플러의 맷 스미스 미주 지역 수석 석유분석가는 "타이어에서 공기가 빠지듯 많은 투기적 압력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몇 가지 약세 요인으로 인해 가격이 단기간에 급격히 되돌아가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유가가 급격히 떨어지는 가운데 세계 최대 석유수출업체인 사우디 아람코는 11월 원유 가격을 다시 한번 인상했다. 아람코 공식 판매가격은 이란, 쿠웨이트, 이라크산 원유 등의 가격 움직임을 주도한다는 평가다. 북미 시장은 즉각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유럽 지역 원유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다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