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도가 아시안게임 같은 체급서 1, 2위 차지한 건 33년만
박혜정 "장미란 선배는 내 롤 모델…진천선수촌에서 격려받아"
[아시안게임] 역도 박혜정, 장미란 이후 13년 만의 금메달…손영희는 2위(종합2보)
'포스트 장미란' 박혜정(20·고양시청)이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최중량급(87㎏ 이상) 챔피언에 올랐다.

박혜정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5㎏, 용상 169㎏, 합계 294㎏을 들어 우승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역도 종목에서 우승한 건 2010년 광저우 대회 여자 최중량급(당시에는 75㎏ 이상)에서 금메달을 딴 장미란(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후 13년 만이다.

이 체급 최강자 리원원(23·중국)이 부상으로 불참하면서, 박혜정은 유력한 우승 후보로 부상했고 예상대로 가장 무거운 바벨을 들었다.

[아시안게임] 역도 박혜정, 장미란 이후 13년 만의 금메달…손영희는 2위(종합2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손영희(30·부산시체육회)는 이날도 인상 124㎏, 용상 159㎏, 합계 283㎏으로 2위를 해 2회 연속 은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역도 선수가 1, 2위로 아시안게임 시상대에 오른 건, 여자부에서는 처음이고 남녀 통틀어서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남자 90㎏급 김병찬(금메달), 이형근(은메달), 남자 110㎏급 김태현(금메달), 전상석(은메달) 이후 33년 만이다.

[아시안게임] 역도 박혜정, 장미란 이후 13년 만의 금메달…손영희는 2위(종합2보)
여자 최중량급 우승 경쟁은 일찌감치 박혜정과 손영희의 2파전으로 굳어졌다.

박혜정은 2023년 세계선수권, 손영희는 2021년 세계선수권 챔피언답게 좀처럼 물러서지 않은 명승부를 벌였다.

인상에서 손영희가 1차 115㎏, 2차 120㎏, 3차 124㎏을 차례대로 성공하자, 박혜정도 118㎏, 123㎏, 125㎏으로 조금씩 무거운 무게를 들어 근소하게 앞서나갔다.

두안각소른 차이디(26·태국)가 합계 275㎏(인상 120㎏·용상 155㎏), 3위로 경기를 끝낸 뒤 박혜정과 손영희의 대결은 더 치열해졌다.

손영희는 용상에서 1차 155㎏, 2차 159㎏을 성공해 박혜정을 압박했다.

하지만, 박혜정은 침착하게 157㎏, 160㎏을 들었다.

손영희는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자신이 보유한 용상 한국 기록과 같은 169㎏을 신청했다.

승부수를 띄웠지만, 아쉽게 바벨을 뒤로 떨어뜨렸다.

박혜정은 용상 169㎏도 번쩍 들어 이 부문 한국 타이기록을 세우며 '클린 시트'(인상, 용상 총 6차례 시기 모두 성공)로 경기를 마쳤다.

시상식에서 선배 손영희와 '볼 하트'를 만드는 등 기쁨을 만끽한 박혜정은 "2018년에 장미란 선배를 처음 만났다.

최근에는 차관이 되셔서 진천선수촌을 찾아 격려해주셨다"며 "장미란 선배는 내 롤 모델이다.

당연히 영향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장미란 키드'가 무럭무럭 자라 장미란 은퇴 후 막혔던 한국 역도 아시안게임 금맥을 다시 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