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이 최근 해외 출장 때 자주 찾은 기업들이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담당하는 구글과 유명 콘텐츠 제작사들이다. 갤럭시 Z플립·폴드5에 특화한 OS·콘텐츠 개발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폴더블폰으로만 즐길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더해져야 시장이 더욱 빠르게 커진다는 게 노 사장의 판단이다. 삼성 관계자는 “AT&T 등 통신사, 베스트바이 같은 유통사만큼 중요한 게 콘텐츠 기업과의 협업”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Z, 화면 펴면 '고성능 게임기' 변신

폴더블 잘 팔리지만 비중은 1%대

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해 1830만 대에서 내년 2520만 대로 37.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7년엔 ‘출하량 7000만 대 돌파’가 유력하다. 업계에선 “폴더블폰이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내부의 평가는 다르다. MX사업부가 명운을 걸고 폴더블폰 시장을 개척하는 것에 비해 보급 속도가 더디다는 분석 때문이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폰 비중이 올해 1.6%, 2027년 5.0%가 될 것이란 전망을 감안할 때 ‘욕심을 더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시장 확대를 위해 챙겨야 할 것으론 콘텐츠가 꼽힌다.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혁신에 폴더블폰의 장점을 극대화할 ‘전용 콘텐츠’가 더해져야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두 배 큰 화면 활용해 게임 최적화

게임은 화면을 폈을 때 면적이 두 배 커지는 폴더블폰의 장점을 극대화할 콘텐츠로 평가된다. ‘바’ 형태 스마트폰으로 게임할 땐 디스플레이 하나에 게임 화면과 조작 버튼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갤럭시 Z폴드 시리즈는 좌우 디스플레이 중 한쪽은 조작 버튼, 한쪽은 게임 화면으로 구성하거나 양쪽 디스플레이를 모두 화면 구현에 활용해 실감 나는 게임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리서치와 MX사업부 주도로 현재 한국 영국 중국 우크라이나 등 4개국에서 ‘게이밍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고 있다. 에픽게임즈,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등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들과 함께 폴더블폰 전용 게임을 개발하는 게 일차적 목표다. 기존 유명 게임을 폴더블폰 화면에 최적화하는 방안도 주요 협의 주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갤럭시 폴드5를 활용해 고사양 게임을 하면 콘솔기기나 게임용 PC를 구매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과 OS 협력 강화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더블 스마트폰과 게임을 연계하는 사업을 지속 확장할 방침이다. 내년 1분기 전 세계에 공개되는 갤럭시 스마트폰 전용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삼성 게이밍 허브’가 출시되면 삼성전자의 모바일 게임 사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갤럭시 사용자는 게이밍 허브에 접속해 폴더블폰에 최적화된 게임을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

게임뿐만 아니라 폴더블 스마트폰 전용 사용자인터페이스(UI)·사용자경험(UX) 디자인을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안드로이드 OS 개발·운영사인 구글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