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견고한 노동시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경제 연착륙에 대해 안심해선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고용지표는 경기 후행 지표인 데다 전문직 일자리가 오히려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월가에서는 9월 고용지표 호조에도 금리 인상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동시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 순식간에 상황이 나쁘게 바뀔 수 있다”며 “고용지표는 대표적인 경기 후행 지표”라고 7일(현지시간) 지적했다. 고용지표가 현재 경제 상황을 완전히 반영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2007년 말까지 미국의 일자리가 크게 늘다가 2008년 초부터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더 나쁜 것은 이런 손실이 과소평가됐다는 점이다.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08년 8월 미 노동부는 지난 7개월 동안 46만3000개의 일자리를 잃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후 수정된 자료에 따르면 당시 90만6000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또한 미국의 전문직 일자리는 오히려 갈수록 둔화하는 추세다. 9월 일자리 증가의 70%는 팬데믹 초기부터 채용이 부진했던 공공부문, 의료, 숙박 및 레저 등 3개 분야에서 나왔다. 건축가, 마케터, 엔지니어, 관리자와 같은 전문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는 2만1000개 증가해 2022년 9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얀코 어소시에이트에 따르면 전체 실업률은 3.8%로 보합세를 보였지만 정보기술(IT) 부문의 실업률은 4.3%로 이를 웃돌았다. 2월부터 IT 부문이 처음 위축되기 시작했으며 현재 11만7000명의 IT 전문가가 실직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최근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다. 프레디맥이 조사한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평균 7.5%로 치솟았다. 2000년 12월 후 최고치다.

이런 우려에 시장에서는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추가로 올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6일 미국 증시는 고용지표 발표 후 장 초반 하락세를 보이다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골드만삭스가 고용 호조에도 금리 인상이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도 장기 수익률 상승이 금융 환경을 상당히 긴축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Fed 인상이 끝났다고 주장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러퍼는 “시장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경기 침체를 만들지 않는 연착륙을 믿고 있지만, 기록적인 통화 긴축의 영향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며 “미국 내 소비자 신뢰가 둔화하고, 신용카드 연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