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자크의 격정적 선율…런던 필 만나 파도처럼 일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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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필X테츨라프 협연
!["드보르자크의 격정적 선율…런던 필 만나 파도처럼 일렁이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10/AA.34726877.1.jpg)
오후 7시30분. 2021년부터 런던 필하모닉 수석지휘자를 맡아 온 에드워드 가드너는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무대로 걸어 나왔다. 그러나 첫 곡인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 연주는 다소 불안했다. 동굴로 밀려오는 파도를 생동감 있게 표현해야 하는 서두에서 악단의 소리가 한데 합쳐지지 못하고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면서 소란스러운 인상을 남겼다. 또 통상 연주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바다의 움직임, 동물 울음소리 등 작품에 담긴 세밀한 표현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2부는 보헤미안적 색채가 짙게 반영된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으로 채워졌다. 런던 필하모닉의 저력은 그제야 제대로 발휘됐다. 가드너는 첫 소절부터 각 악기군의 소리를 정교히 조형해 나가면서 작품 특유의 어두운 색채와 불꽃이 피어나는 듯한 격렬한 장면을 연출했다. 비장한 악상과 목가적 악상을 오가는 구간에서는 청중이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치밀하게 분위기 전환을 이뤄냈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4악장. 가드너의 명료한 지시에 따라 각 악기군은 제한된 음량과 정제된 음색으로 후경에 빠져있다가도 금세 투쟁적인 음색과 거대한 음량으로 전경에 달려 나오며 풍부한 입체감을 만들어냈다. 마치 거대한 음의 물결이 파도치는 듯한 순간이었다. 각 선율이 켜켜이 층을 이루며 만들어낸 응집력 있는 소리와 광대한 에너지는 숨이 가빠지는 듯한 극한의 긴장감마저 선사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