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넘나…중동전쟁에 '오일쇼크' 우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 규모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 상승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국제 원유 시장이 이번 사태가 시작된 7일(현지시간)부터 주말 휴장에 들어간 가운데 월요일인 9일 개장 이후 유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8일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가 당장은 오를 수 있지만, 이번 사태가 유가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가 아니어서 사태가 다른 중동 국가로 확산하지만 않는다면 실제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석유·가스시장 전문가인 반다나 하리는 CNBC에 9일 유가가 조건반사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사태가 더 번지지 않고 중동 지역의 석유·가스 공급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 인식되면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팩트 글로벌 에너지'의 이만 나세리 중동 담당 상무도 "양측(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미국과 이란을 비롯해 양측을 각각 지지하는 국가들이 직접 관련되는 중동 지역 전쟁으로 빠르게 번지지 않는 한 유가가 받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유대교 명절을 틈탄 아랍 측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1973년 발발한 제4차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과 닮았다는 평가도 관심을 끈다.

욤 키푸르 전쟁이 바로 역사적인 제1차 오일쇼크를 불러왔듯이 이번 사태가 유가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의 에너지·원자재 칼럼니스트인 하비에르 블라스는 전날 게재한 칼럼에서 이번 무력 충돌로 1973년 오일쇼크 같은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우선 1973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주요 아랍 국가들이 일제히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지지하면서 강력한 석유 감산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일단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 소속 산유국들도 유가를 수백% 이상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려 했던 당시와 달리 현재는 유가를 소폭 높이는 수준에 만족하고 있다.

유사시 유가 급등을 제한할 미국 전략비축유(SPR)의 존재도 당시와 차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중동의 다른 국가들로 확산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경고도 나온다.

실제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내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이날 이스라엘 점령지에 박격포 공격에 나서면서 사태 확산 우려가 일고 있다.

블라스 칼럼니스트는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이 이번 사태의 배후에 있다고 이스라엘이 판단해 이란 공격에 나서면 유가가 급등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이란 제재를 느슨하게 집행하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증가세를 지속해왔다.

그 결과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현재 일간 300만 배럴을 넘겼고 수출량은 일간 200만 배럴에 육박,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의 이란 원유 수출 제재 이후 최대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배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 제재를 강화할 경우 현재 80달러대인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는 물론 그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블라스 칼럼니스트는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