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세청, 모범납세자 '먹튀' 잡고도…반년 지나 '자격 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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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148명 탈루·세법 위반으로 자격 박탈
국세청, 5개월 지나서야 관련 기관에 통보
자격 박탈자가 보증 우대 등 특혜
송언석 "모범납세자 제도 국민 눈높이 맞게 바꿔야"
국세청, 5개월 지나서야 관련 기관에 통보
자격 박탈자가 보증 우대 등 특혜
송언석 "모범납세자 제도 국민 눈높이 맞게 바꿔야"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세무조사 유예, 은행 금리 우대 등 각종 혜택을 누리고도 탈세 등으로 적발된 '불량납세자'가 최근 7년간 14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이런 불량납세자를 잡아내고도 모범납세자 자격 박탈 작업을 즉각 진행하지 않아, 이들이 선정 취소 통보를 받기 전까지 수개월 간 우대 혜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모범납세자로 뽑힌 뒤 체납과 탈세 등으로 자격을 박탈당한 이들은 총 148명이었다.
자격 박탈 사유로는 국세체납이 60명(40.5%)으로 가장 많았다. 소득신고 누락(38명),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19명) 등이 뒤를 이었다.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모범납세자도 8명이었다. 세무조사 유예 등 우대 혜택을 악용해 탈세 등을 해오다 나중에 적발된 사례들이다.
국세청은 매년 1000여명을 모범납세자로 선정해 3월 3일 납세자의 날에 정부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5년 이상 꾸준히 납세했으면서, 최근 과세기간의 결정세액이 500만원 이상인 자, 중소·소상공인 중 성실 신고·납부자를 선정한다.
모범납세자는 최대 3년간 세무조사를 유예받을 수 있고, 정기조사 시기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세금 납부 기한을 연장할 때는 최고 5억원 한도 내에서 납세담보 제공도 면제된다. 시중은행 10곳 등에서 대출금리를 우대받고, 신용보증 시 우대도 있다. 공항 출입국 때에는 전용 휴게 공간과 검색대 등 VIP 혜택도 받는다.
그러나 이렇게 혜택을 누린 모범납세자의 2%가량이 매년 탈세 등으로 적발되는데도 국세청의 자격 박탈 조치가 신속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지난 4월 모범납세자 배제자를 선정하고도 지난달에서야 협약 기관에 취소 명단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5개월 동안에도 모범납세자 자격 박탈자가 여전히 관련 기관·기업 등에서 각종 우대 혜택을 받고 있었다는 얘기다.
SGI서울보증에 따르면 실제 2017년부터 올해까지 모범납세자 박탈자들에게 보험료 할인 등을 제공한 사례는 23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보증기금도 이들에게 보증심사 우대를 제공했다.
또 국세청은 전국 49개 병원과 협약을 맺고 모범납세자에게 의료비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 기관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박탈자 명단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범납세자 자격을 잃었지만 병원이나 민간기업이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특혜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도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모범납세자 박탈자에게 제공된 혜택은 환수도 불가능하다. 국세청은 우대 혜택은 협약 기관인 기업과 은행 등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 환수하거나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 의원은 “현재의 국세청 모범납세자 제도는 부적합한 대상자 선정과 배제자 늦장 통보 등 제도의 운영과 관리 측면에서 총체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제대로 운영·관리하지 못할 제도라면 차라리 폐지하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모범납세자로 뽑힌 뒤 체납과 탈세 등으로 자격을 박탈당한 이들은 총 148명이었다.
자격 박탈 사유로는 국세체납이 60명(40.5%)으로 가장 많았다. 소득신고 누락(38명),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19명) 등이 뒤를 이었다.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모범납세자도 8명이었다. 세무조사 유예 등 우대 혜택을 악용해 탈세 등을 해오다 나중에 적발된 사례들이다.
국세청은 매년 1000여명을 모범납세자로 선정해 3월 3일 납세자의 날에 정부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5년 이상 꾸준히 납세했으면서, 최근 과세기간의 결정세액이 500만원 이상인 자, 중소·소상공인 중 성실 신고·납부자를 선정한다.
모범납세자는 최대 3년간 세무조사를 유예받을 수 있고, 정기조사 시기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세금 납부 기한을 연장할 때는 최고 5억원 한도 내에서 납세담보 제공도 면제된다. 시중은행 10곳 등에서 대출금리를 우대받고, 신용보증 시 우대도 있다. 공항 출입국 때에는 전용 휴게 공간과 검색대 등 VIP 혜택도 받는다.
그러나 이렇게 혜택을 누린 모범납세자의 2%가량이 매년 탈세 등으로 적발되는데도 국세청의 자격 박탈 조치가 신속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지난 4월 모범납세자 배제자를 선정하고도 지난달에서야 협약 기관에 취소 명단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5개월 동안에도 모범납세자 자격 박탈자가 여전히 관련 기관·기업 등에서 각종 우대 혜택을 받고 있었다는 얘기다.
SGI서울보증에 따르면 실제 2017년부터 올해까지 모범납세자 박탈자들에게 보험료 할인 등을 제공한 사례는 23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보증기금도 이들에게 보증심사 우대를 제공했다.
또 국세청은 전국 49개 병원과 협약을 맺고 모범납세자에게 의료비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 기관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박탈자 명단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범납세자 자격을 잃었지만 병원이나 민간기업이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특혜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도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모범납세자 박탈자에게 제공된 혜택은 환수도 불가능하다. 국세청은 우대 혜택은 협약 기관인 기업과 은행 등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 환수하거나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 의원은 “현재의 국세청 모범납세자 제도는 부적합한 대상자 선정과 배제자 늦장 통보 등 제도의 운영과 관리 측면에서 총체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제대로 운영·관리하지 못할 제도라면 차라리 폐지하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