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초 시대' 개척자…'양자점' 발견자…'mRNA 백신'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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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자들 업적은
노벨물리학상 '아토초'
찰나의 빛으로 전자 포착
노벨화학상 '양자점'
QLED TV 제작에도 기여
노벨생리의학상 'mRNA'
코로나 백신 개발로 이어져
노벨물리학상 '아토초'
찰나의 빛으로 전자 포착
노벨화학상 '양자점'
QLED TV 제작에도 기여
노벨생리의학상 'mRNA'
코로나 백신 개발로 이어져
올해 노벨과학상(생리의학상·물리학상·화학상)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아토초(100경분의 1) 물리학, 반도체 양자점 기술을 개척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올린 후 20~30년 뒤 후속 연구자들과 함께 복수로 수상하는 공식이 여전히 이어졌다.
노벨물리학상은 아토초의 순간에 전자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초고속 플래시(전등)’를 개발한 과학자 세 명에게 돌아갔다. 피에르 아고스티니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페렌츠 크라우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양자광학연구소 소장, 안 륄리에 스웨덴 룬드대 교수가 주인공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전자의 움직임 연구에 필요한 아토초 광(빛)펄스 생성 방법을 제시한 이들의 공로를 높게 평가했다. 왕립아카데미는 “아토초 물리학은 전자의 세계로 가는 문을 열고, 전자에 의해 지배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할 기회를 선사했다”고 설명했다.
세 학자는 전자의 움직임 또는 에너지 변화를 찰나의 순간에 포착할 수 있는 아토초 광펄스를 각기 다른 시기와 방식으로 만들었다.
전자의 세계에선 1아토초 사이에 수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륄리에 교수는 1987년 불활성 기체에 적외선을 투사하면 서로 다른 빛의 배진동(overtone)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각 전자가 가스와 상호작용하면서 이온을 주고받아 에너지가 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고스티니 교수는 이 연구를 이어받아 250아토초까지 지속되는 광펄스를 2001년 만들어냈다. 비슷한 시기에 크러우스 소장은 650아토초까지 지속되는 단일 광펄스를 선보였다.
현미경의 발전으로 인간에게 ‘공간 분해 능력’이 생겼다고 한다면, 아토초 물리학으로 ‘시간 분해 능력’을 갖게 됐다고 과학계는 평가하고 있다. 아토초 물리학은 장기적으로 의료용 진단 기술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창희 기초과학연구원(IBS)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 단장은 “전자의 움직임을 포착하려면 전자의 속도보다 더 빠른 초고속 광원이 필요하다”며 “현미경이 카메라라면 이들은 플래시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 단장은 이어 “아토초를 넘어 젭토(10의 21제곱분의 1)초 플래시가 개발되면 핵 안의 움직임도 자세히 볼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륄리에와 아고스티니는 프랑스 출신, 크러우스는 헝가리 출신 과학자다. 륄리에는 여성으로서 다섯 번째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 1903년 마리 퀴리, 1963년 마리아 거트루드 메이어, 2018년 도나 스트리클런드, 2020년 앤드리아 게즈 등 4명 뿐이었다. 노벨물리학상은 1901년 이후 총 116번 수여됐다. 47번은 단독 수상이었다. 두 번 수상한 사람은 초전도 현상 원리를 규명한 존 바딘 단 한 명이다.
노벨화학상은 나노미터(㎚: 1㎚=10억분의 1m) 크기의 ‘자체발광’ 입자인 양자점(퀀텀닷)을 발견한 문지 바웬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루이스 브루스 미 컬럼비아대 명예교수, 알렉세이 예키모프 전 미국 나노크리스털테크놀로지 수석연구원에게 수여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이들은 나노기술 발전에 중요한 씨앗을 뿌리고 인류에 큰 이익을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양자점은 크기와 전압에 따라 스스로 빛을 내는 수㎚ 크기의 반도체 입자를 말한다. 수백~수천 개의 원자로 이뤄져 있다. 크기에 따라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할 수 있고, 빛 또는 전류를 받으면 크기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낸다. LED(발광다이오드) 조명과 TV 디스플레이 제작 등에 두루 쓰인다.
예키모프는 1980년대 염화구리를 이용해 크기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양자점을 처음 합성했다. 브루스는 이로부터 몇 년 뒤 액체 상태에서 양자점 효과를 처음 증명했다. 바웬디는 1993년 양자점을 완벽한 형태로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해 나노기술 발전에 혁명을 불러왔다. 그는 끓는 기름에서 계면활성제와 함께 양자점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나온 양자점은 결함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계는 접거나 구부릴 수 있는 ‘플렉시블 기기’ 발전에 양자점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초소형 센서, 얇고 작은 태양전지 셀, 해킹이 불가능한 양자통신에도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웬디와 함께 연구한 이력이 있는 김성지 포스텍 화학과 교수는 “임신, 코로나 감염 등 진단 기기 소재를 양자점으로 대체하면 훨씬 더 예민한 센서나 탐침을 만들 수 있다”며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 CT), 자기공명영상(MRI) 기술 발전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웬디는 프랑스 태생으로 미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미국 태생인 브루스는 컬럼비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키모프는 옛소련 출신이다.
노벨생리의학상은 mRNA 백신 기술을 개발한 커털린 커리코,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받았다. 이들이 개발한 mRNA 기술은 화이자,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 개발로 이어져 전 세계가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데 기여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노벨물리학상은 아토초의 순간에 전자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초고속 플래시(전등)’를 개발한 과학자 세 명에게 돌아갔다. 피에르 아고스티니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페렌츠 크라우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양자광학연구소 소장, 안 륄리에 스웨덴 룬드대 교수가 주인공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전자의 움직임 연구에 필요한 아토초 광(빛)펄스 생성 방법을 제시한 이들의 공로를 높게 평가했다. 왕립아카데미는 “아토초 물리학은 전자의 세계로 가는 문을 열고, 전자에 의해 지배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할 기회를 선사했다”고 설명했다.
세 학자는 전자의 움직임 또는 에너지 변화를 찰나의 순간에 포착할 수 있는 아토초 광펄스를 각기 다른 시기와 방식으로 만들었다.
전자의 세계에선 1아토초 사이에 수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륄리에 교수는 1987년 불활성 기체에 적외선을 투사하면 서로 다른 빛의 배진동(overtone)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각 전자가 가스와 상호작용하면서 이온을 주고받아 에너지가 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고스티니 교수는 이 연구를 이어받아 250아토초까지 지속되는 광펄스를 2001년 만들어냈다. 비슷한 시기에 크러우스 소장은 650아토초까지 지속되는 단일 광펄스를 선보였다.
현미경의 발전으로 인간에게 ‘공간 분해 능력’이 생겼다고 한다면, 아토초 물리학으로 ‘시간 분해 능력’을 갖게 됐다고 과학계는 평가하고 있다. 아토초 물리학은 장기적으로 의료용 진단 기술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창희 기초과학연구원(IBS)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 단장은 “전자의 움직임을 포착하려면 전자의 속도보다 더 빠른 초고속 광원이 필요하다”며 “현미경이 카메라라면 이들은 플래시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 단장은 이어 “아토초를 넘어 젭토(10의 21제곱분의 1)초 플래시가 개발되면 핵 안의 움직임도 자세히 볼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륄리에와 아고스티니는 프랑스 출신, 크러우스는 헝가리 출신 과학자다. 륄리에는 여성으로서 다섯 번째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 1903년 마리 퀴리, 1963년 마리아 거트루드 메이어, 2018년 도나 스트리클런드, 2020년 앤드리아 게즈 등 4명 뿐이었다. 노벨물리학상은 1901년 이후 총 116번 수여됐다. 47번은 단독 수상이었다. 두 번 수상한 사람은 초전도 현상 원리를 규명한 존 바딘 단 한 명이다.
노벨화학상은 나노미터(㎚: 1㎚=10억분의 1m) 크기의 ‘자체발광’ 입자인 양자점(퀀텀닷)을 발견한 문지 바웬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루이스 브루스 미 컬럼비아대 명예교수, 알렉세이 예키모프 전 미국 나노크리스털테크놀로지 수석연구원에게 수여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이들은 나노기술 발전에 중요한 씨앗을 뿌리고 인류에 큰 이익을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양자점은 크기와 전압에 따라 스스로 빛을 내는 수㎚ 크기의 반도체 입자를 말한다. 수백~수천 개의 원자로 이뤄져 있다. 크기에 따라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할 수 있고, 빛 또는 전류를 받으면 크기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낸다. LED(발광다이오드) 조명과 TV 디스플레이 제작 등에 두루 쓰인다.
예키모프는 1980년대 염화구리를 이용해 크기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양자점을 처음 합성했다. 브루스는 이로부터 몇 년 뒤 액체 상태에서 양자점 효과를 처음 증명했다. 바웬디는 1993년 양자점을 완벽한 형태로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해 나노기술 발전에 혁명을 불러왔다. 그는 끓는 기름에서 계면활성제와 함께 양자점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나온 양자점은 결함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계는 접거나 구부릴 수 있는 ‘플렉시블 기기’ 발전에 양자점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초소형 센서, 얇고 작은 태양전지 셀, 해킹이 불가능한 양자통신에도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웬디와 함께 연구한 이력이 있는 김성지 포스텍 화학과 교수는 “임신, 코로나 감염 등 진단 기기 소재를 양자점으로 대체하면 훨씬 더 예민한 센서나 탐침을 만들 수 있다”며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 CT), 자기공명영상(MRI) 기술 발전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웬디는 프랑스 태생으로 미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미국 태생인 브루스는 컬럼비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키모프는 옛소련 출신이다.
노벨생리의학상은 mRNA 백신 기술을 개발한 커털린 커리코,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받았다. 이들이 개발한 mRNA 기술은 화이자,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 개발로 이어져 전 세계가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데 기여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