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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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글로벌 투자 수요가 안전자산으로 몰릴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정학적 위기에 따라 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금을 비롯해 미국 국채, 달러화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에서 벌어진 무력 충돌로 인해 글로벌 투자 수요가 안전자산에 쏠리고 있다. 미국 증시가 개장하기 전부터 대표 지수 선물 가격은 하락했고, 안전자산 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8포인트(0.26%) 상승했다. 안전자산인 금 현물 가격도 온스(1온스=31.1g)당 전 거래일 대비 19.67달러(1.07%) 오른 1852.68달러에 마감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가팔랐던 미 국채에 대한 매도세도 한풀 꺾인 모양새다. 이날 오전 12시 52분께 미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33%포인트(0.69%) 하락(국채 가치 상승)한 연 4.75%를 기록했다.

피터 카디요 스파르탄캐피털 증권사 수석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국제 혼란이 나타날 때마다
금과 달러 가격은 급등했다"며 “지정학적 위험으로 금이나 달러 같은 자산을 매입하고 그간 매도가 이뤄졌던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도 잠재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뉴욕 증시는 개장 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 선물(12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32.75포인트(0.75%) 하락한 4308.75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증시의 '공포지수'라 불리는 S&P500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 대비 0.9포인트(5.24%) 상승한 18.98포인트를 찍었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경제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회복할 경우 확전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기 때문이다. 또 원유 증산을 두고 미국과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세도 완화할 수 있다.

브라이언 야콥센 아넥스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내 지정학적 위기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증시 향방이 갈릴 것"이라며 "중동 지역에서 이 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곳은 이제 사우디아라비아가 꼽힌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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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정계가 혼란스러운 탓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 3일 미 의회에선 공화당 강경파의 주도로 하원의장 해임안이 가결됐다. 234년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이 해임되면서 공화당 내부에선 분열이 심화했다. 하원의장 선출과 내년 예산안 통과를 두고 혼란이 가중된 탓에 백악관이 외교 정책을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데이비드 코톡 컴밸런드어드바이저스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미국 행정부의 결단력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정치권 혼란으로 거버넌스가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