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터널’의 끝이 보이던 작년 하반기, 여행업계에선 하나투어와 야놀자 간 혈투의 결말이 어찌 될지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1조원을 투자한 야놀자가 숙박 중개에서 여행으로 영역을 넓혔으니, 하나투어의 ‘1등 여행사’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 대세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이런 예상과 정반대다. 하나투어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약 230억원의 영업이익(증권사 추정치 평균)을 낸 것으로 추산되는 것과 달리 야놀자는 적자의 늪에 빠졌다. 하나투어의 최대주주는 토종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다. ‘글로벌 큰손’과의 경쟁에서 ‘토종’이 판정승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원팀 전략'으로 플랫폼 공세 막은 하나투어

플랫폼 공세에 맞선 ‘무기’

'원팀 전략'으로 플랫폼 공세 막은 하나투어
하나투어의 선전은 전형적인 ‘골리앗의 반격’ 사례라는 게 여행업계의 시각이다. 오래 쌓아온 브랜드 가치와 임직원의 로열티(충성심)를 무기로 디지털과 효율로 무장한 ‘플랫폼 공룡’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다는 얘기다.

하나투어는 매출을 올리기 위한 여행사 전가의 보도인 최저가 항공 마케팅에 손을 대지 않았다.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사진)는 ‘보복 여행’ 수요가 폭발할 때도 “하나투어만의 고품격 패키지(하나팩2.0) 상품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경쟁 여행사들은 물론이고 야놀자 계열사인 인터파크트래블이 손해를 감수하며 덩치를 키우는 데 급급하던 것과 상반된 전략이었다. 결과는 하나투어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나타났다. 하나투어가 자체 조사한 ‘하나투어 고객만족도 지수(HCSI)’에 따르면 2019년 77점이던 고객 만족도가 하나팩2.0 도입 후인 올해 1~9월 82점으로 상승했다.

해외 네트워크를 지켜내다

송 대표의 ‘원팀 전략’도 하나투어의 우세를 이끈 동력으로 거론된다. 전국 950여 곳의 예약센터로부터 팬데믹 3년간 브랜드 로열티를 한 푼도 받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코로나가 풍토병으로 전환해 영업을 본격적으로 재개한 뒤엔 고객에게 지급할 선물권을 하나투어가 부담했다. 예약센터에 돌아가는 수수료율도 코로나 이전보다 높였다. 해외 261개 현지 운영사에도 생존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야놀자를 비롯해 신흥 여행 플랫폼들이 가장 노렸던 게 하나투어의 국내외 네트워크였다”며 “하나투어로선 힘들어도 강점을 스스로 놓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인 송 대표는 효율을 중시하는 컨설팅회사 출신인데도 디지털화를 위해 정보기술(IT) 인력을 대거 영입하면서 기존 직원과의 융화에 공을 들였다. 내·외부 인력 간 반목으로 낭패를 봤던 다른 기업들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올해 초 신입사원도 뽑았다. 야놀자가 최근 명예퇴직을 시행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제부터 진짜 전쟁

전문가들은 하나투어와 야놀자의 2차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야놀자의 올해 반기 매출(영업수익)은 3220억원이다. 하나투어의 전성기였던 2019년 반기(4165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야놀자가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브랜드 인지도를 꾸준히 높인다면 전쟁의 결과를 아직 예측하기는 힘들다는 시각이 많다.

관건은 시장 점유율 싸움이다. 하나투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전체 여행 출국자 중 20%를 자사 상품 구매자로 채웠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올 3분기 해외 패키지 송출객 수가 약 36만 명”이라며 “내년 하반기쯤에 2019년 수준으로 올라올 것으로 보고 있고, 시장 점유율은 2025년 30%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