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슨모빌, 美 셰일오일 혁명 선도한 파이오니어 인수 [글로벌 종목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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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價 최대 600억달러 전망
美최대 유전 퍼미안 분지 지배하나
"규모의 경제 실현…합리적 거래"
에너지 대기업 엑슨모빌이 미국 셰일혁명의 선도기업 파이오니어 내추럴리소시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엑슨모빌은 경쟁사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최대 유전 지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이를 계기로 20년가까이 소수의 독립 사업체들로 분열돼있던 미국 셰일 업계가 재편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1일 미국 CNBC방송 등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파이오니어 주식을 1주당 253 달러, 총 595달러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이번 인수 계약으로 파이오니어 주주들은 파이오니어 주식 1주당 엑손 주식 약 2.3주를 받게 된다. 양사는 발표문을 통해 이번 거래가 내년 상반기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엑슨모빌 주가는 1주당 110.4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엑슨모빌 주가는 100~120달러 사이 박스권에 머무르며 올 들어 현재까지 3.7% 올랐다. 파이오니어 인수에 관한 최종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6일 2% 가까이 하락했다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 규모가 60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소식에 엑슨모빌의 재무 부담을 우려한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같은날 파이오니어 주가는 10% 넘게 급등했다. 기업의 대규모 M&A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행사하는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남길 수 있는 '합병차익거래'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다. 최근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는 "미래 총수익률 측면에서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기에는 주식과 채권 투자를 모두 포기하고, 대신 합병차익거래를 추천한다"고 말하며 합병차익거래의 장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파이오니어는 1997년 설립된 이후 미국을 세계 최대 석유가스 생산국으로 부상하게 만들어준 퍼미안 분지(텍사스 서부~뉴멕시코)에 기반해 성장한 회사다. 파이오니어가 확보한 미들랜드는 퍼미안 분지 동쪽 지역으로 미국에서 가장 풍부한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곳이다. 파이오니어는 2021년 파슬리에너지와 더블포인트에너지 등 다른 퍼미안 분지의 셰일업체들을 11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고, 텍사스주에서 가장 큰 석유 기업이 됐다. 엑슨모빌은 파이오니어 인수를 통해 퍼미안 분지를 지배하는 기업으로 단숨에 올라설 전망이다. 엑슨모빌은 1999년 모빌을 합병해 지금의 회사명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2009년 410억달러를 들인 천연가스 기업 XTO에너지 인수를 마지막으로 빅딜을 삼갔다. 2017년 취임한 대런 우즈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줄곧 회사의 총 생산량을 늘리는 데 주력해왔다. 지난해 유가 폭등으로 거둔 사상 최대 순이익(590억달러)이 10여년 만에 '규모의 경제'에 나설 수 있는 실탄 역할을 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거래가 최종 성사되면 (미 최대 유전 지역인) 퍼미안 분지에서 엑슨모빌의 입지를 단번에 절대적인 위치로 올라서게 해줄 것"이라며 "엑슨모빌은 서부 최고의 석유 회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파이오니어 인수를 통해 엑슨모빌이 퍼미언 분지에서만 하루에 13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다. 특히 파이오니어가 퍼미안 분지에서 보유한 미시추 광구 수도 경쟁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엑슨모빌의 파이오니어 인수는 경쟁사들의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알라스테어 심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파편화된 퍼미안 분지 셰일산업을 통합한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거래"라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상당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수가액에 웃돈을 주더라도 긍정적인 투자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제퍼리스 140달러, 미즈호증권 139달러, JP모간 137달러 등 투자은행들도 최근 엑슨모빌의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써드브리지의 피너 맥널리 애널리스트도 "그간 미국 걸프 연안의 다운스트림 사업에만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엑슨모빌이 파이오니어를 인수한 것은 합리적 결정"이라며 "퍼미안 분지에서 업스트림 재고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굴착 장비 수를 늘리고 새로 탐사 및 시추에 나서는 대신 (이미 광구를 확보한) 파이오니어와 같은 업체를 인수해 엑슨모빌 정유소 등에 원유를 공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美최대 유전 퍼미안 분지 지배하나
"규모의 경제 실현…합리적 거래"
에너지 대기업 엑슨모빌이 미국 셰일혁명의 선도기업 파이오니어 내추럴리소시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엑슨모빌은 경쟁사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최대 유전 지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이를 계기로 20년가까이 소수의 독립 사업체들로 분열돼있던 미국 셰일 업계가 재편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1일 미국 CNBC방송 등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파이오니어 주식을 1주당 253 달러, 총 595달러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이번 인수 계약으로 파이오니어 주주들은 파이오니어 주식 1주당 엑손 주식 약 2.3주를 받게 된다. 양사는 발표문을 통해 이번 거래가 내년 상반기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엑슨모빌 주가는 1주당 110.4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엑슨모빌 주가는 100~120달러 사이 박스권에 머무르며 올 들어 현재까지 3.7% 올랐다. 파이오니어 인수에 관한 최종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6일 2% 가까이 하락했다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 규모가 60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소식에 엑슨모빌의 재무 부담을 우려한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같은날 파이오니어 주가는 10% 넘게 급등했다. 기업의 대규모 M&A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행사하는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남길 수 있는 '합병차익거래'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다. 최근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는 "미래 총수익률 측면에서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기에는 주식과 채권 투자를 모두 포기하고, 대신 합병차익거래를 추천한다"고 말하며 합병차익거래의 장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파이오니어는 1997년 설립된 이후 미국을 세계 최대 석유가스 생산국으로 부상하게 만들어준 퍼미안 분지(텍사스 서부~뉴멕시코)에 기반해 성장한 회사다. 파이오니어가 확보한 미들랜드는 퍼미안 분지 동쪽 지역으로 미국에서 가장 풍부한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곳이다. 파이오니어는 2021년 파슬리에너지와 더블포인트에너지 등 다른 퍼미안 분지의 셰일업체들을 11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고, 텍사스주에서 가장 큰 석유 기업이 됐다. 엑슨모빌은 파이오니어 인수를 통해 퍼미안 분지를 지배하는 기업으로 단숨에 올라설 전망이다. 엑슨모빌은 1999년 모빌을 합병해 지금의 회사명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2009년 410억달러를 들인 천연가스 기업 XTO에너지 인수를 마지막으로 빅딜을 삼갔다. 2017년 취임한 대런 우즈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줄곧 회사의 총 생산량을 늘리는 데 주력해왔다. 지난해 유가 폭등으로 거둔 사상 최대 순이익(590억달러)이 10여년 만에 '규모의 경제'에 나설 수 있는 실탄 역할을 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거래가 최종 성사되면 (미 최대 유전 지역인) 퍼미안 분지에서 엑슨모빌의 입지를 단번에 절대적인 위치로 올라서게 해줄 것"이라며 "엑슨모빌은 서부 최고의 석유 회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파이오니어 인수를 통해 엑슨모빌이 퍼미언 분지에서만 하루에 13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다. 특히 파이오니어가 퍼미안 분지에서 보유한 미시추 광구 수도 경쟁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엑슨모빌의 파이오니어 인수는 경쟁사들의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알라스테어 심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파편화된 퍼미안 분지 셰일산업을 통합한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거래"라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상당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수가액에 웃돈을 주더라도 긍정적인 투자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제퍼리스 140달러, 미즈호증권 139달러, JP모간 137달러 등 투자은행들도 최근 엑슨모빌의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써드브리지의 피너 맥널리 애널리스트도 "그간 미국 걸프 연안의 다운스트림 사업에만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엑슨모빌이 파이오니어를 인수한 것은 합리적 결정"이라며 "퍼미안 분지에서 업스트림 재고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굴착 장비 수를 늘리고 새로 탐사 및 시추에 나서는 대신 (이미 광구를 확보한) 파이오니어와 같은 업체를 인수해 엑슨모빌 정유소 등에 원유를 공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