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전운 감돌자…4% 급등한 원유 가격 [오늘의 유가]
지난 7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국제 유가 하루새 4% 이상 급등
이란·레바논 등 확전 위기 확산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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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심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하루 새 4% 급등했다. 확전에 대한 위기가 고조되면서 매수세가 급격히 가팔라졌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SE)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3.59달러(4.34%) 오른 배럴당 86.3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 ICE 상업거래소의 북해 브렌트유 선물(12월물) 가격도 전장 대비 3.64달러(4.3%) 뛴 배럴당 88.2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중동에 전운 감돌자…4% 급등한 원유 가격 [오늘의 유가]
브렌트유와 WTI 모두 장중 4달러(5%) 이상 급등했다. 지난주 브렌트유와 WTI는 각각 11%, 8%씩 하락했던 것과 상반된 모습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주간 하락 폭이었다. 이날 급등세로 지난주 급격한 손실을 일부 만회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는 하마스가 기습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인 거주하는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으로 보복했다. 현재까지 양측 사망자는 12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또 분쟁의 여파로 이스라엘 아슈켈론 항구 및 석유 터미널이 폐쇄됐다.

CIBC프라이빗웰스US의 레베카 바빈 수석 에너지 트레이더는 로이터에 "원유에 대한 가장 심각한 결과는 분쟁이 더 파괴적인 대리전으로 확대해 원유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마스 공격의 배후로 이란이 지목되면서 유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산유국들이 연말까지 감산을 이어가기로 한 상황에서 서방의 대이란 제재, 중동 확전 등 변수가 추가될 경우엔 원유 수송에도 차질이 발생한다.

코먼웰스 뱅크의 비벡 다하르 에너지 상품 담당은 "서방 국가들이 이란 정보기관을 하마스의 공격과 연관시킨다면, 이란의 석유 수출은 리스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투자회사인 바이손의 조쉬 영 최고 투자책임자(CIO)도 "미국이 대이란 수출 제재를 시행할 경우 WTI가 배럴당 5달러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란 외에도 위협 요인이 더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레바논에 거점을 둔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이번 충돌에 개입할 경우 국제유가는 더 가파르게 치솟을 전망이다. 라피단 에너지그룹의 회장인 밥 맥날리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충돌할 경우 유가는 배럴당 5~10달러는 오를 것이라면서 "시장이 레바논의 헤즈볼라로 전쟁이 확대될 것이라고 바라볼 경우, 원유 시장에 진짜 문제가 되고 더 큰 급등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무력 충돌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사이 관계 회복을 중재해 온 미국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험도 있다. 사우디는 미국과의 방위 협정에 대한 대가로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를 협상 중이었다. 무력 충돌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6일 사우디는 미국이 제안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협상의 거래 일환으로 내년 원유 생산을 늘릴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번 충돌로 이스라엘-사우디의 관계 정상화와 이에 따른 사우디의 증산 가능성은 감소했다. 다만 이번 충돌로 인해 단기적인 석유 재고에 즉각적인 영향이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미 사우디는 러시아와 함께 연말까지 하루 총 130만배럴을 자발적으로 감산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