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군부대 헌혈 과정에서 한 병사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지만, 질병관리청이 이를 3년이 지난 후에야 보건소에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질병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질병청의 잘못으로 HIV 감염인에게 감염 사실이 지연 통보된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다.

질병청이 최근 5년(2018~2022)간 적십자사로부터 HIV 감염인 발견 신고를 접수한 후, 24시간을 초과해 지자체 보건소에 연락한 사례는 모두 5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1개월 이상 ~ 6개월 미만은 5건, 6개월 이상~1년 미만은 2건이었다. 1년 이상은 총 2건으로 각각 434일, 1218일 지체된 것으로 확인된다.

가장 오랫동안 지연 통보된 사례는 1218일이다. 질병청이 적십자사로부터 2020년 4월 23일 감염 신고를 접수한 후 누락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의원실의 자료요청 이후인 2023년 8월 24일에서야 지자체 보건소로 통보한 것이다. 해당 감염인은 군 복무 중 단체 헌혈을 계기로 감염 사실이 발견됐다.

질병청의 업무상 과실로 HIV에 걸린 군인이 만기 복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규정에 따라 HIV 감염 군인은 군 병원 입원 후 전역 조치 돼야 한다. 그러나 감염인의 전역 여부를 묻는 김영주 의원실 질문에 국방부는 '국방부에서도 해당 감염자 정보를 파악할 길이 없고 이에 따라 전역 조치 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수혈 혈액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대한적십자사에서는 헌혈된 혈액의 선별검사를 실시한다. 헌혈자 중 HIV 확인 검사로 감염 사실이 확인되면 대한적십자사는 헌혈자에게 직접 양성 사실을 통보하지 않고, 에이즈예방법에 따라 24시간 이내에 질병청에 신고한다. 신고받은 질병청은 확인된 인적 사항을 기초로 주소지 관할보건소에 양성 사실을 본인 통보하고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HIV 검사 결과를 제외한 매독, 말라리아, B형간염, C형간염 등은 그 결과를 헌혈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HIV 감염자의 경우 에이즈로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속한 통보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적시에 받을 수 있도록 권고하고 감염 사실 미인지로 인한 타인 전파도 조기에 막아야 한다"며 "현행 체계는 인적 사항 파악에 따른 시간이 소요되고 담당자의 단순 실수로 인한 누락도 발생하고 있는 만큼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