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예술의 전당에서 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예술의 전당에서 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문화생활을 집에서 조용히 해도 되는데, 대중한테 나타난다는 거는 정치 활동이다." (현근택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무식한 소리다. 클래식 음악을 공연장에서 듣는 것과 집에서 듣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취미생활 자체를 총선이나 정치와 연계시키는 건 적절치 못하다." (김광삼 변호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클래식 공연 감상을 위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서 목격되면서 그의 유일한 취미가 음악감상이라는 사실이 재조명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한 장관은 7일 저녁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방문해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감상했다. 한 장관은 쏟아지는 사진·사인 요청에 일일이 대응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1부 공연이 끝난 후 현장에서는 관람객들이 한 장관을 보기 위해 웅성거리며 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다. 한 장관의 공연장 방문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도 사복 차림으로 예술의전당을 찾은 바 있다.

이날 한 장관이 입었던 티셔츠에는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전해진다.

한 장관 동창들의 말에 의하면 그는 여가시간에 음악감상에 몰두하고 초등학생 때 취미 오디오 갖고 놀기라고 적기도 했다.

한 동창은 "한 장관은 술을 안 마시기 때문에 모임이 있으면 이태원 재즈 라이브카페에 간다든지 숙대 앞에 가서 와플을 먹는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한 장관은 장관 임명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별다른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으나 공유한 몇몇 게시물도 음악과 관련한 유튜브 영상이 전부였다.

야권에서는 한 장관의 이런 행보가 정치적으로 계산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현근택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장관은 지금 관료라기보다는 정치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정치인이 어떤 행동을 할 때는 이유가 있는데, 다른 건 없다. 지금 다 총선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강남, 서초, 송파는 국민의힘에서 완전히 좋은 자리다. 한 장관 입장에서 예술의전당에 갔을 때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이게 이슈화가 안 될 거를 모르겠냐. 모를 리가 없다"며 "본인이 한마디만 해도 언론에서 다 떠드는데, 안 그러면 그냥 조용히 저기 뭐 모자 같은 거 쓰고 못 알아보게 조용히 이렇게 가야지, 저렇게 다 남들이 알아보게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화생활을 집에서 조용히 위스키 한잔 마시면서 해도 되는데, 대중한테 나타난다는 거는 정치 활동이고, 서초 강남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며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한 데는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클래식 음악 팬들은 "세계적인 음악가 내한에 얼마나 애호가들이 들떠있는데"라며 "공연장에 가봤다면 이런 말을 할 수 없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실제 코로나 시기에 일정이 잡혔다가 취소된 공연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국외 유명 악단들의 전례 없는 '내한 러시'가 이뤄졌다. '빅3'로 불리는 베를린 필과 빈 필, 로열콘세르트헤바우도 일제히 내한해 '빅 매치'가 펼쳐진다.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콘세르트헤바우(RCO)가 모두 11월 내한한다. 공연마다 K팝 아이돌 콘서트장 수준의 열광을 불러일으키는 조성진과 임윤찬이 이들과 같은 무대에 선다.

베를린필은 11월11~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는 다른 오케스트라와 내한한 적이 있지만 베를린필을 이끌고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조성진은 12일 베를린필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15일에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와 함께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선보인다.

빈필과 중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은 11월6일 롯데콘서트홀, 7~8일 예술의전당에서 협연 무대를 펼친다. 11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RCO와 ‘러시아 피아니즘의 계승자’ 예핌 브론프먼의 협연이 있다.

악단의 명성만큼이나 티켓 가격은 만만치 않다. 최고 등급 좌석은 40만~50만원대에 이르기도 한다. 지난 9월엔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치열한 눈치작전, 이른바 피켓팅이 펼쳐졌다. 한 장관이 관람한 런던 필하모닉 지난 7일 공연 R석 가격은 26만원. B석은 7만원이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