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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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클리아랩(미국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을 통해 별도의 FDA 승인 없이 제공되던 실험실개발검사(LDT) 검사에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LDT 검사의 안전성·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을 발표하면서다. LDT 서비스 규제를 FDA 인증이 필요한 체외진단기기(IVD)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 핵심인 만큼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970~1980년대만 해도 LDT는 작은 실험실에 한정돼 희귀질환에만 쓰여 별다른 규제 받지 않았지만, 이제는 일반적인 질환은 물론 암 심장질환 등 중증질환에서도 자주 사용된다”며 “몇몇 LDT 검사는 정확하지 않아 환자들이 불필요한 치료를 시작하게 되거나 필요한 치료가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진행된 미디어 콜(Media Call)에서 로버트 칼리프 FDA 국장은 “광범위하게 쓰이는(widely-used) LDT 검사는 FDA의 요구사항이나 리뷰를 거치지 않는다”며 “부정확한 테스트 결과로 이어지는 취약한(vulnerable)상황은 더이상 계속되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 체외진단 시장은 FDA 인증이 필요한 IVD 트랙과 미국 보험청(CMS)으로부터 인증받은 클리아랩에서 FDA 승인 없이 제공되는 LDT 트랙으로 나뉜다. 클리아 인증을 받은 실험실에서는 별도의 FDA 인증 없이도 자체 진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FDA는 지난 수십년간 계속해서 LDT 트랙에 반대 입장을 표해왔는데,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방침으로 관련 규제가 더욱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FDA는 전통적으로 LDT 분야 규제강화를 요구해왔는데, 입법자(lawmaker)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제프 슈렌 FDA 의료기기·방사선 보건센터장은 “국회와의 협력은 열려있다”고 답했다. 슈렌 센터장은 미디어 콜에서 “LDT 검사와 관련된 우려는 최근 몇년간 더욱 커졌고, FDA는 지금 규칙(rule)을 만드는 데 앞으로 나아가는 중(moving forward)”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진단업체들도 FDA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FDA 인증절차를 거치기에 시간과 자본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내기업 입장에서는 LDT 검사가 빠르게 현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일종의 ‘카드’로 쓰였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진단기업 대표는 “거액을 들여 임상을 진행하고, FDA 인증을 받아 진단키트를 판매하는 대형 제약사 입장에서는 LDT가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대형 제약사와 보폭을 같이하는 FDA와 LDT 업계 갈등은 오래됐다”고 말했다.

이어 “성병이나 호흡기 검사 등 일반적인 질환 진단검사를 주로 취급하는 기업들은 타격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이나 인공지능(AI) 기반 암진단 등의 새로운 기술들은 어차피 FDA 입장에서도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랩지노믹스는 지난 8월 미국 클리아랩을 인수해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클리아랩을 통해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큰 줄기에는 변화가 없다”며 “다만 FDA의 움직임은 굉장히 민감한 사항인 만큼 내부적으로 연구소, 법인장 등과 함께 계속해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0일 15시 9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